조루 한국노총 찾아간 박홍근, 취임 후 첫 노동계 면담···예산·중장기 전략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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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작성일26-07-23 04:17 조회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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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루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을 잇달아 만나 내년도 예산안과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에 대한 노동계 의견을 청취했다.
기획처는 20일 박 장관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 등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다음주 민주노총 대표단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내년도 예산안과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과정에서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예산 부처 수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노동계와 면담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한국노총 측에서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강석윤·최미라·김현진 상임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공무직 노동자 처우 개선,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산재 예방 정책 강화를 제안했다. 장기요양보호사가 기관을 옮기면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를 개선하고,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 급여와 출산 전후 휴가 급여 등 모성보호 사업비를 분리할 것도 요구했다. 돌봄노동자의 휴가·병가 시 정부가 대체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박 장관은 이에 “기획처는 저출생·고령화, 인공지능(AI) 산업 전환 등 구조 변화 속에서 일자리 기반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해나갈 것”이라며 “노동자 처우 개선을 예산안 편성과 9월부터 운영될 공무직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세밀히 살펴나가겠다”고 답했다.
공무직위원회는 관련 법 제정에 따라 올해 처음 구성되는 기구로, 공무직 인사·노무 관리 전반을 논의하는 기구다.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재정경제부·교육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기획예산처 차관과 국무조정실·인사혁신처 차장, 노동·사용자 대표,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박 장관은 앞서 장애인 단체 간담회와 청년 정책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예산 편성을 앞두고 각계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기획처는 “노동계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이어가며 근로 여건 개선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 체감도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결 시나리오 영상화 아닌새 설정·이야기 나올 때마다게릴라식 촬영 후 영상 편집“해석적인 여유가 넓은 영화”
“난 푸른 바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검은 빗방울이 입안으로 떨어졌다. 뚝. 뚝. 뚝.” 영화 <지느러미>는 나른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사진 속 어촌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기이하게 뭉그러져 있다. 바닷가 절벽, 오염된 바다에서 폐기물을 수거하다가 올라온 사람들이 몸을 힘겹게 추스른다. 작업 중 죽은 이가 있지만, 슬퍼하는 이는 없다. 노란 근무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잠수복 차림의 이들을 둘러싼다. 엇비슷하게 생겼건만, 공무원들은 상대를 ‘오메가’라고 부르며 하대한다. 지느러미가 달렸고, 소리를 지르면 고막을 파괴할 만큼의 위력을 지녔다는 게 오메가의 특징이다.
박세영 감독(30)의 <지느러미>는 시적이다. 길게 설명하기보다 근미래 SF·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장벽으로 둘러싸인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배경 설정이 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핍박받는 오메가와 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 정확히 전달된다.
배경과 인물 설정의 모호함은 박 감독이 ‘무엇으로부터’ 이 설정들을 떠올렸는지 짐작할 수 없게 한다. 의외의 요소들이 우연적으로 결합해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더 그렇다.
오메가가 지느러미를 단 존재가 된 것은 “소수민족들은 도시 변두리로 밀려나다가 해안가에 정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의 영향을 받았다. 박 감독은 “프랑스의 ‘카고족’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박해받다가 사라졌다던데, 한국이었다면 이들이 어떤 프로파간다에 의해 변형됐을지 생각하다가 오메가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오메가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날 선 사회적 분위기와 ‘노란 공무원 근무복’ 등에는 촬영 당시 지속됐던 코로나19 팬데믹의 흔적이 남아있다. 2022년 10월 첫 촬영을 시작하던 당시 “감염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거리를 두고 고립된 사회”는 <지느러미> 속 사회와 닮은 데가 많다. “사회적 절망감과 무기력함이 느껴졌어요. 어딘가에 갇혀 있고, 수동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첫 장편 영화 <다섯 번째 흉추>(2023)에서처럼 이번에도 감독·각본·촬영·편집 모두를 주관했다. 다만 “이전까지는 거의 모든 공정을 혼자 했다면 이 영화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는 게 달랐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슬픔의 삼각형>의 제작자 필립 보베르와 시소픽쳐스의 오희정 PD가 박 감독과 공동 제작을 맡았다.
한국·독일·카타르 공동제작으로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처음에는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다”는 마음에 방향성을 잃기도 했다. 완결이 나온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는 방식이 아닌, 설정과 이야기가 새로 떠오를 때마다 게릴라식으로 배우들과 촬영하고 그 영상을 어떻게 이어붙일지를 편집실에서 고민했다.
<지느러미>는 어쩌면 치열한 임기응변의 결과물이다. 한 궤로 이어져 있지만, 매번의 즉흥성이 담겨 있을 장면에서는 독창성이 느껴진다. 박 감독은 “해석적인 여유가 넓은 영화”라고 했다. 팬데믹을 생각하며 촬영했지만, 그것이 서사 속에 직접 드러나지는 않는다. 관객들은 오메가를 둘러싼 이야기에 보다 현재진행형의 문제들을 대입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지느러미>는 지난해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외 주요 영화제에서도 소개됐으며, 추후 프랑스와 북미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22일 개봉. 83분.
프랑스 아비뇽의 여름은 축제 그 자체다. 중세 성벽을 따라 수천 장의 공연 포스터가 빼곡히 붙고, 거리마다 분장한 배우들이 관객을 불러 모은다. 세계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은 다채로운 무대로 주목받지만, 무대 뒤에는 38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 무거운 장비를 나르고 땡볕에 무대를 설치하는 공연노동자들이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예술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공론장이기도 하다.
무대 뒤 공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CGT Spectacle(프랑스 공연예술노동조합연맹)은 프랑스 최대 노조인 CGT 산하 조직으로, 프랑스의 다양한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연맹이다. 프랑스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노동조합 가운데 하나로, 예술인 노동권 보호와 특수고용 예술인 실업보험 제도인 ‘앙테르미탕’을 지키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문화정책을 감시하고 집회와 파업도 조직한다.
14일(현지시간) 아비뇽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만난 막심 세쇼도당(Maxime Séchaud Do Dang) CGT Spectacle 공동 사무차장은 “공연예술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주된 업무”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축제 기간 ‘인(In·공식초청)’과 ‘오프(Off·자율참가형)’ 프로그램 현장에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 배우와 초청 예술가, 무대 기술직 스태프들이 초과 노동에 시달리지 않는지, 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안전 규정은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예술인과 스태프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노동 상담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예의주시하는 영역은 ‘오프’ 프로그램이다. 지원이 안정적인 인 프로그램은 95% 이상 노동법이 준수되지만, 1500편이 넘는 작품이 참가하는 오프 프로그램은 사정이 다르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상당수 예술가들이 은행 대출까지 받아 극장 대관료와 숙박비를 마련한다”며 “배우와 스태프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프랑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문화예산 삭감을 추진하며 연맹의 행보가 더욱 바빠졌다. 연맹은 올가을부터 공연을 중단하는 중소 극단이 속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페스티벌 기간 아비뇽 거리에서 프랑스 정부를 규탄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세쇼 도 당 사무차장은 “당장 9월부터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중소 극단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예년보다 두 배 가까운 문화예술 기관과 노동단체가 올해 아비뇽에 모인 것도 이런 위기 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염과 폭우 등 이상 기온으로 인한 공연 취소로 공연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사례가 늘어나며 기후위기 역시 새로운 노동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살인적인 폭염이 프랑스를 덮치며 지난 6월 학교나 극장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축제가 한창인 아비뇽의 한낮 기온도 연일 38도를 육박하는 중이다. 연맹은 페스티벌 기간 기술 스태프 등 공연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한낮을 피해 밤 시간에 작업하도록 가이드라인을 협의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프랑스 건설 노동자들은 실내 기온이 40도를 넘으면 법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임금을 보전받을 권리가 있지만, 예술계에는 아직 이런 법적 장치가 없다”며 “기후 위기로 인한 취소 사태 시 예술 노동자들의 소득을 보장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친환경 전환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노동자에게만 비용과 희생을 전가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가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후 디젤 트럭 운행을 제한하면서, 지방 순회공연을 다니는 소규모 극단과 음악인들은 약 3만유로(약 5000만원)에 달하는 친환경 트럭 구입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큰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예술가들은 사실상 공연과 무대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친환경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예술노동자들을 위한 투쟁과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아시아 언어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 최초의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하며 한국 문학과 공연예술을 집중 조명했다. 9개의 한국 작품이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돼 아비뇽에서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아시아권 언어인 한국어가 공식 초청 언어로 지정돼 한국 작품들이 공연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유럽 중심의 작품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아홉 작품도 부족한 것 같다. 더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노동단체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며 “한국의 한 젊은 여성 예술가(최고은 작가)가 생활고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예술가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해 국제적인 연대와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처는 20일 박 장관이 서울 영등포구 한국노총 사무실을 방문해 김동명 위원장 등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다음주 민주노총 대표단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일정은 내년도 예산안과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과정에서 노동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마련됐다. 예산 부처 수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노동계와 면담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날 한국노총 측에서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강석윤·최미라·김현진 상임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공무직 노동자 처우 개선,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산재 예방 정책 강화를 제안했다. 장기요양보호사가 기관을 옮기면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를 개선하고, 고용보험에서 육아휴직 급여와 출산 전후 휴가 급여 등 모성보호 사업비를 분리할 것도 요구했다. 돌봄노동자의 휴가·병가 시 정부가 대체 인력을 지원하는 방안도 건의했다.
박 장관은 이에 “기획처는 저출생·고령화, 인공지능(AI) 산업 전환 등 구조 변화 속에서 일자리 기반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면서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해나갈 것”이라며 “노동자 처우 개선을 예산안 편성과 9월부터 운영될 공무직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세밀히 살펴나가겠다”고 답했다.
공무직위원회는 관련 법 제정에 따라 올해 처음 구성되는 기구로, 공무직 인사·노무 관리 전반을 논의하는 기구다. 국무조정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재정경제부·교육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기획예산처 차관과 국무조정실·인사혁신처 차장, 노동·사용자 대표,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박 장관은 앞서 장애인 단체 간담회와 청년 정책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하는 등 예산 편성을 앞두고 각계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기획처는 “노동계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이어가며 근로 여건 개선과 사회안전망 강화 등 체감도 높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결 시나리오 영상화 아닌새 설정·이야기 나올 때마다게릴라식 촬영 후 영상 편집“해석적인 여유가 넓은 영화”
“난 푸른 바다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검은 빗방울이 입안으로 떨어졌다. 뚝. 뚝. 뚝.” 영화 <지느러미>는 나른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사진 속 어촌 마을 사람들의 얼굴은 기이하게 뭉그러져 있다. 바닷가 절벽, 오염된 바다에서 폐기물을 수거하다가 올라온 사람들이 몸을 힘겹게 추스른다. 작업 중 죽은 이가 있지만, 슬퍼하는 이는 없다. 노란 근무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잠수복 차림의 이들을 둘러싼다. 엇비슷하게 생겼건만, 공무원들은 상대를 ‘오메가’라고 부르며 하대한다. 지느러미가 달렸고, 소리를 지르면 고막을 파괴할 만큼의 위력을 지녔다는 게 오메가의 특징이다.
박세영 감독(30)의 <지느러미>는 시적이다. 길게 설명하기보다 근미래 SF·디스토피아적인 설정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장벽으로 둘러싸인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배경 설정이 있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핍박받는 오메가와 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 정확히 전달된다.
배경과 인물 설정의 모호함은 박 감독이 ‘무엇으로부터’ 이 설정들을 떠올렸는지 짐작할 수 없게 한다. 의외의 요소들이 우연적으로 결합해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더 그렇다.
오메가가 지느러미를 단 존재가 된 것은 “소수민족들은 도시 변두리로 밀려나다가 해안가에 정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의 영향을 받았다. 박 감독은 “프랑스의 ‘카고족’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박해받다가 사라졌다던데, 한국이었다면 이들이 어떤 프로파간다에 의해 변형됐을지 생각하다가 오메가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오메가를 극도로 두려워하는 날 선 사회적 분위기와 ‘노란 공무원 근무복’ 등에는 촬영 당시 지속됐던 코로나19 팬데믹의 흔적이 남아있다. 2022년 10월 첫 촬영을 시작하던 당시 “감염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거리를 두고 고립된 사회”는 <지느러미> 속 사회와 닮은 데가 많다. “사회적 절망감과 무기력함이 느껴졌어요. 어딘가에 갇혀 있고, 수동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첫 장편 영화 <다섯 번째 흉추>(2023)에서처럼 이번에도 감독·각본·촬영·편집 모두를 주관했다. 다만 “이전까지는 거의 모든 공정을 혼자 했다면 이 영화에는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는 게 달랐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슬픔의 삼각형>의 제작자 필립 보베르와 시소픽쳐스의 오희정 PD가 박 감독과 공동 제작을 맡았다.
한국·독일·카타르 공동제작으로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처음에는 “모두를 만족시키고 싶다”는 마음에 방향성을 잃기도 했다. 완결이 나온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는 방식이 아닌, 설정과 이야기가 새로 떠오를 때마다 게릴라식으로 배우들과 촬영하고 그 영상을 어떻게 이어붙일지를 편집실에서 고민했다.
<지느러미>는 어쩌면 치열한 임기응변의 결과물이다. 한 궤로 이어져 있지만, 매번의 즉흥성이 담겨 있을 장면에서는 독창성이 느껴진다. 박 감독은 “해석적인 여유가 넓은 영화”라고 했다. 팬데믹을 생각하며 촬영했지만, 그것이 서사 속에 직접 드러나지는 않는다. 관객들은 오메가를 둘러싼 이야기에 보다 현재진행형의 문제들을 대입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지느러미>는 지난해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국내외 주요 영화제에서도 소개됐으며, 추후 프랑스와 북미에서도 개봉할 예정이다. 22일 개봉. 83분.
프랑스 아비뇽의 여름은 축제 그 자체다. 중세 성벽을 따라 수천 장의 공연 포스터가 빼곡히 붙고, 거리마다 분장한 배우들이 관객을 불러 모은다. 세계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은 다채로운 무대로 주목받지만, 무대 뒤에는 38도에 육박하는 무더위 속 무거운 장비를 나르고 땡볕에 무대를 설치하는 공연노동자들이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예술노동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하는 공론장이기도 하다.
무대 뒤 공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CGT Spectacle(프랑스 공연예술노동조합연맹)은 프랑스 최대 노조인 CGT 산하 조직으로, 프랑스의 다양한 공연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노동조합을 아우르는 연맹이다. 프랑스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노동조합 가운데 하나로, 예술인 노동권 보호와 특수고용 예술인 실업보험 제도인 ‘앙테르미탕’을 지키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문화정책을 감시하고 집회와 파업도 조직한다.
14일(현지시간) 아비뇽 페스티벌 사무국에서 만난 막심 세쇼도당(Maxime Séchaud Do Dang) CGT Spectacle 공동 사무차장은 “공연예술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주된 업무”라고 설명했다.
연맹은 축제 기간 ‘인(In·공식초청)’과 ‘오프(Off·자율참가형)’ 프로그램 현장에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담 부스를 운영한다. 배우와 초청 예술가, 무대 기술직 스태프들이 초과 노동에 시달리지 않는지, 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됐는지, 임금이 지급되고 있는지, 안전 규정은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예술인과 스태프라면 누구나 이곳에서 노동 상담과 법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예의주시하는 영역은 ‘오프’ 프로그램이다. 지원이 안정적인 인 프로그램은 95% 이상 노동법이 준수되지만, 1500편이 넘는 작품이 참가하는 오프 프로그램은 사정이 다르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상당수 예술가들이 은행 대출까지 받아 극장 대관료와 숙박비를 마련한다”며 “배우와 스태프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프랑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 문화예산 삭감을 추진하며 연맹의 행보가 더욱 바빠졌다. 연맹은 올가을부터 공연을 중단하는 중소 극단이 속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페스티벌 기간 아비뇽 거리에서 프랑스 정부를 규탄하는 문화예술인들의 기습 시위가 벌어졌다. 세쇼 도 당 사무차장은 “당장 9월부터 공연을 올리지 못하는 중소 극단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예년보다 두 배 가까운 문화예술 기관과 노동단체가 올해 아비뇽에 모인 것도 이런 위기 의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염과 폭우 등 이상 기온으로 인한 공연 취소로 공연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사례가 늘어나며 기후위기 역시 새로운 노동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살인적인 폭염이 프랑스를 덮치며 지난 6월 학교나 극장의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축제가 한창인 아비뇽의 한낮 기온도 연일 38도를 육박하는 중이다. 연맹은 페스티벌 기간 기술 스태프 등 공연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한낮을 피해 밤 시간에 작업하도록 가이드라인을 협의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프랑스 건설 노동자들은 실내 기온이 40도를 넘으면 법적으로 작업을 중단하고 임금을 보전받을 권리가 있지만, 예술계에는 아직 이런 법적 장치가 없다”며 “기후 위기로 인한 취소 사태 시 예술 노동자들의 소득을 보장하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친환경 전환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노동자에게만 비용과 희생을 전가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프랑스 정부가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노후 디젤 트럭 운행을 제한하면서, 지방 순회공연을 다니는 소규모 극단과 음악인들은 약 3만유로(약 5000만원)에 달하는 친환경 트럭 구입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큰돈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예술가들은 사실상 공연과 무대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친환경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예술노동자들을 위한 투쟁과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한국어를 아시아 언어 최초이자 단일 국가 언어 최초의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하며 한국 문학과 공연예술을 집중 조명했다. 9개의 한국 작품이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돼 아비뇽에서 관객을 만나는 중이다.
세쇼도당 사무차장은 “아시아권 언어인 한국어가 공식 초청 언어로 지정돼 한국 작품들이 공연되는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유럽 중심의 작품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아홉 작품도 부족한 것 같다. 더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노동단체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며 “한국의 한 젊은 여성 예술가(최고은 작가)가 생활고 끝에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예술가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해 국제적인 연대와 사회적 안전망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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