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상위노출 일본 축구팬들 ‘관중석 청소’ 또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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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작성일26-06-19 17:20 조회4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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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17일 “일본은 월드컵 성적을 예측하기 어려워도 가장 깨끗한 팀이 될 것이라는 점만큼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며 일본 팬들의 독특한 응원 문화를 조명했다. 일본계 미국인 문화 전문가 노조미 모건은 “일본 학교에서는 교실에 들어가기 전 실외화를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는다”며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적힌 걸레를 들고 교실 바닥은 물론 계단과 화장실까지 직접 청소한다”고 말했다. 모건은 “일본에는 ‘날아간 새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공공장소를 사용한 뒤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일본 팬들은 지난 15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네덜란드전이 끝난 뒤 관중석을 청소한 뒤 떠났다. 대표팀도 라커를 깨끗하게 정리했고 그 사진이 국제축구연맹(FIFA) SNS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 팬들의 경기장 청소는 오래전부터 국제대회에서 화제가 돼왔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승패와 관계없이 일본 팬들이 관중석을 정리하는 모습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선수단 역시 경기 후 라커룸을 깨끗하게 정리한 뒤 감사 인사와 종이학을 남겨 FIFA의 찬사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일본 팬들의 행동을 두고 “관심을 끌기 위한 보여주기”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쓰노다는 “한 번만 직접 해보라”며 “경기장이 깨끗해지고, 자원봉사자와 청소 직원들은 더 빨리 귀가할 수 있다.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경기장에 여분의 쓰레기봉투를 챙겨 다닌다. 그는 “외국인이 많이 도와줄 때도 있다”며 “누군가의 문제를 조금 덜어주는 것이 자원봉사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대표팀 주장 출신 하세베 마코토도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일본인과 일본 사회가 가진 정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축구선수 이전에 일본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세상의 반은 여자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실 반만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존재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여성이 자신만의 성취를 쌓아올린다거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한다거나 하는 일은 서구 사회가 근대로 진입한 후에도 한참 후에나 가능해졌다. 오래도록 문명과 역사는 남성의 이름으로 기록됐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여성이 친밀한 관계 속으로 가려졌을까? 얼마나 많은 탁월한 여성이 남성 연인의 성취 뒤편에 남았을까? 이번 [에프워드]는 누군가의 ‘아내, 연인, 뮤즈’로 줄곧 언급되던 여성들을 그들 자신의 이름으로 조명했다. 이들에 관한 기록과 발굴, 재발견은 대부분 수십 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세상에 나왔다. 어쩌면 너무 늦은 시도일지 모른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았고 1934년에는 <세기말, 1984>라는 제목의 디스토피아적인 시를 발표했던 젊은 여성. 두 번이나 동료들을 조직해 폭력적인 상사들에게 저항했던 사람.’
아일린 오쇼네시는 친구의 파티에서 만난 에릭 블레어와 1936년 결혼했다. 이후 아일린은 남편의 글쓰기를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고, 남편이 파시스트와 싸우기 위해 스페인으로 달려가자 자신도 몇 달 뒤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반파시스트 단체에서 일하며 병참, 영어 뉴스 제작, 우편물 관리 등의 일을 도맡아 했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전선으로 찾아가기도 했고, 그가 총상을 입자 즉시 달려가 간호했다. 정국이 불리하게 흘러간다는 점을 포착한 뒤로는 정보와 인맥을 총동원해 스탈린의 스파이로부터 남편을 구해 영국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남편 에릭 블레어는 <동물농장>, <1984>, <카탈로니아 찬가> 등을 쓴 작가 조지 오웰이다.
인권변호사 출신 작가 애나 펀더는 조지 오웰의 전기를 주변인이 남긴 기록 등과 교차하며 읽는 과정에서 의아함을 느낀다. “아일린은 오웰의 전기 속에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일린이 이렇듯 오웰의 삶과 성취 곳곳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오웰이 생전 남긴 글에서 그의 이름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애나 펀더는 책 <조지 오웰 뒤에서>를 통해 오웰과 공교롭게도 모두 남성이었던 그의 전기 작가들이 ‘숨긴’ 아내 아일린을 발굴해냈다. 아일린이 절친에게 보냈던 편지 여러 통이 사후에 추가로 발견된 것도 도움이 됐다.
아일린에 관해 새로 알려진 사실로는 위에서 언급된 행적이 대표적이다. 오웰은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아일린을 이름 대신 “아내”라고만 37차례 언급할 뿐이다. 아일린이 반파시스트 단체의 본부에서 일했고, 자신을 만나러 전선까지 왔고, 여권과 허가증을 확보해 자신을 구해냈다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펀더는 애초 스탈린 체제를 비판하는 에세이를 쓰려고 했던 오웰에게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를 써보라고 권한 것이 바로 아일린이라는 설을 제기한다. 부부가 나치의 폭격이 한창이던 런던에서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애나 펀더는 “<동물농장>은 아일린의 정신적 깊이와 공감 능력이 오웰의 정치적 통찰과 만나 탄생한 걸작”이라고 평한다.
아일린 오쇼네시와 달리 밀레바 마리치는 남편과 같은 학교에서 같은 전공을 공부하며 만났다. 그의 남편은 천재, 노벨상 수상자,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과학자로 기록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밀레바 마리치와 아인슈타인은 대학 시절부터 교제를 시작해 1903년 결혼했고 두 아들을 뒀다.
주목할 지점은 밀레바 마리치가 아인슈타인과 동일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둘은 1896년 취리히공대 물리학-수학부에 함께 입학했다. 같은 수업을 들었고, 같은 과제를 고민했고, 같은 주제로 토론했다. 이들이 학생 시절부터 주고받은 편지가 1986년 발견되면서 밀레바 마리치의 존재가 발굴되기 시작했다. 둘의 사망으로부터 약 30~40년이 지나서였다.
편지와 주변인들의 기록, 전언 등을 바탕으로 일각에서는 밀레바 마리치가 뛰어난 수학·물리학 실력을 바탕으로 아인슈타인의 연구에 공헌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은 1900년 9월 밀레바에게 편지를 써 “우리의 새로운 공동 작업을 다시 시작할 날을 고대한다”고 했고, 1901년 3월에는 “우리 둘이 함께 상대 운동에 대한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면 얼마나 기쁘고 자랑스러울까”라고 했다.
마리치의 삶을 추적한 책 <아인슈타인의 그림자>는 아인슈타인이 생전 모임에서 “나는 아내가 있어야 해요. 아내는 날 위해 모든 수학 문제를 풀어줘요”라고 말했다는 지인들의 기억을 전했다. 아인슈타인이 취리히공대에서 교수직을 맡았을 때의 첫 강의 노트, 아인슈타인이 연구소에 보낸 답장 등이 밀레바의 필체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다. 이밖에도 마리치의 학업 성취도와 지적 수준을 짐작케 할 수 있는 근거는 꽤 남아 있다.
아인슈타인에게 밀레바 마리치는 무엇이었을까? 공동 연구자였다고 주장하기는 분명 어렵다. 아인슈타인의 발언 또한 아내를 향한 칭찬과 존중의 의미일 뿐, 연구 기여를 뜻하진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 안전한 수준으로만 서술하자면, 마리치는 남편의 조력자이자 조수이자 배우자였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아일린과 밀레바의 영향은 드러나지 않았을까. 이 대목에선 남성 위인을 다룬 전기라는 장르 자체의 시선이 남성적이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남성적 시선이란 여성 연인이나 아내의 역할을 정서적 뒷받침, 가사와 생계 등의 이상으로 확장해 의미를 부여하면 남성의 성취에 흠이 된다는 관점을 뜻한다. 애나 펀더는 이렇게 지적한다.
“남성 중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떠받치는 존재가 반드시 보이지 않는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 공중 줄타기에서 와이어가 보이면 경외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보이지 않고 인정받지 못하는 아내는 줄을 타는 그 행위를 하늘로 솟구치게 해주는 실질적인 와이어이며, 종종 지적인 와이어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행위가 정말로 놀라운 일이 되기 위해서는 와이어도 아내도 지워져야 한다.”
지적 교류를 포함해 배우자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오웰과 아인슈타인은 특별히 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는데, 아일린 오쇼네시와 밀레바 마리치는 당대 여성으로서는 매우 드물게 남성도 받기 힘든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아일린이 1927년 졸업한 옥스퍼드대학은 1922년에야 여성에게 학위를 수여하기 시작했다. 아일린은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심리학 석사 공부까지 했다. 세르비아 태생 밀레바는 여학생이 물리학 수업을 들으려면 특별 허가를 받아야 했던 환경에서 자랐고, 아인슈타인과 함께 입학한 동기 5명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당시 아무리 고학력 남성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원고를 대신 정리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아내, 수학과 물리학에 관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아내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토록 귀했음에도 이들의 재능은 ‘시대적 전형성’ 안에 갇혔다. 아일린과 밀레바는 그 시대 여성답게 아내의 역할을 수행했고, 남편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그 시대 남성답게 오웰과 아인슈타인은 아내의 재능을 밀어주지 않았다. 오웰은 여러 차례 불륜을 저질렀고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사촌과 불륜 후 재혼했다. 이 역시 전형적인 서사일 것이다.
아일린과 밀레바가 불행했으리라 단언할 수는 없다. 이들은 어쨌든 남편을 사랑했고, 현대의 기준으로 과거의 삶을 짐작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건, 그들을 가린 그림자 속에 더 많은 실체가 숨겨져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 그림자는 너무도 길고 자연스럽게, 방대하게 여성들의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다.
“나에 대한 반감은 적어도 세 종류입니다. 반아시아, 반페미니즘, 반자본주의적 반감이지요. 다들 이렇게 말해요. 저 늙은 여자를 봐라. 저 돈 많은 과부를 봐라.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 오노 요코의 1998년 발언. <(마녀에서 예술가로) 오노 요코> 중에서
여성을 완전히 가려버린 그림자가 존재하는 한편, 여성의 일부 모습만을 드러내 주는 그림자도 있다. 남성 연인과의 관계가 어느 한쪽으로 흡수된 형태는 아니었으나 일반 대중의 인식 속에는 ‘누군가의 연인’, ‘○○의 그녀’라는 표현이 선행하는 여성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정체성과 사상은 누군가와의 관계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마지막 동반자였던 오노 요코가 대표적이다. 오노 요코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미국과 영국 등에서 활동한 설치미술가이자 행위예술가다. 그는 1960년대 초부터 불던 전위예술 운동 ‘플럭서스(Fluxus)’의 일원으로 커리어를 쌓아올렸다. 1965년에는 한 행사에 앤디 워홀, 백남준 등과 함께 작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1966년 존 레논과 가까워지고 두 해 뒤 가정을 꾸리면서 그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바뀌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비틀즈 불화의 원인이 돼 끝내 ‘비틀즈를 해체시킨 마녀’라는 오명이다. 비틀즈는 1970년 해체했다. 일본인, 여성, 난해한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라는 이미지가 겹치며 요코는 해체의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당시 영국 언론은 “요코는 전세계가 가장 싫어하는 인물”, “비틀즈 멤버를 훔쳤다”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밴드 해체로 상심한 비틀즈 팬덤의 화살도 그에게 쏠렸다. 1980년 존 레논이 피살된 이후에는 “남편 잡아먹은 여자”라는 비난이 추가됐다. 그가 처했던 공격은 아시아인-이혼 유경험자-여성이라는 약자성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시절 오노 요코는 그저 한 개인이 아닌 일종의 사회 현상이었다.
존 레논이 사망한 지는 이제 46년이 지났다. 오노 요코도 94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반세기 전 급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예술가로서 오노 요코에 대한 재조명은 그간 조금씩 이뤄져 왔다.
중요한 점은 그가 평화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였다는 사실이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이 한창이던 1967년 8월 3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의 사자상은 흰 천으로 뒤덮였다. 호레이쇼 넬슨 제독의 기념상이 세워진 트라팔가 광장은 그 자체가 전쟁 승리를 상징하는 장소다. 오노 요코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 그곳의 사자상을 덮어버리고 쇠사슬로 자신의 몸을 사자상에 묶어버렸다. 여성이, 그것도 아시아에서 온 여성이 런던의 심장부에서 전쟁과 남성의 상징에 반기를 든 셈이다.
오노 요코는 1968년 인터뷰에서 “여자는 세상의 흑인이다(Woman is the Nigger of the World)”라고 발언했고, 이어 같은 제목의 노래를 발표했다. 금기시되는 표현(N-word)을 동원함으로써 여성이 착취당하는 집단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가 레논과 잠깐 결별했던 시기 발표한 앨범에는 ‘분노하라 젊은 여성들이여’란 곡이 실리기도 했다. 그는 “나는 모든 여성에게 감탄한다. 여성은 모두가 근본적으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여성혐오적이고 인종적인 편견에 맞서온 오노 요코의 일생 동안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았다.
“어떠한 개성에도 다른 개성을 흡수해버릴 권리는 없다. 박열이 그의 길을 가는 것처럼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자신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절대자이다.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곧바로 걸어가기 위해서 나는 혼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가네코 후미코, 식민지 조선을 사랑한 일본제국의 아나키스트>에 실린 재판기록 중에서
가네코 후미코는 남편이자 동지였던 조선인 박열과 자신과의 관계를 이렇게 진술했다. 그는 제국주의와 천황제를 비판한 일본인으로, 박열의 아내로 잘 알려져 있다. 그와 박열은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당시의 혼란 속에 일본 왕을 폭살하려 했다는 혐의(대역죄 및 폭발물단속벌칙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대역죄의 법정형은 미·기수를 불문하고 사형밖에 없었다. 일본 법원은 가네코 후미코를 전향시키려 했지만 그는 이 시도에 넘어가지 않고 사형 선고를 받아들였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에서 태어나 유년기 7년 동안을 식민지 조선에서 보냈다. 복잡한 가정 상황 탓에 무적자로 태어났고, 조선에선 친척들에게 학대를 당했다. 그러면서 피지배층을 힘들게 하는 제국주의의 구조에 눈을 떴고 그 핵심에는 천황제가 있다고 봤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를 쓴 박열을 평소 동경하다가 1922년 일본에서 박열과 조우하고 운명적 동거를 시작했다. 그들은 감옥에 각각 수감돼 사형 선고 3일 전 법적 혼인 신고를 마쳤다. 이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으나 가네코는 1926년 7월 옥중 사망한다.
가네코는 박열의 연인으로 언급되곤 한다. 그러다보니 둘의 사상이 겹쳐진다거나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따랐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가네코는 자신이 조선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박열과는 출발점이 다르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의 이념에 동화돼서가 아니라 그와 공명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서 동반자가 됐다는 것이다. <나는 나: 가네코 후미코 옥중 수기>에는 그러한 감정이 서술돼 있다. 가네코는 박열이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저자임을 알게 된 순간 “내가 찾고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 그것이 그의 안에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나는 자신에게 의심을 가졌던 바로 그때 끝까지 자신을 추구했어야만 했다. 그랬다면 박열과 나 사이에 거리가 생겼을는지도 모른다. 박열과 나는 함께 살았다. 하지만 그것은 두 사람의 생활이 아니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생활이었다.” - 위의 책 중에서
그가 걸어온 독자적인 반제국주의·항일 활동은 사후에 인정받았다. 한국 정부는 2018년 가네코 후미코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은 일본인은 그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다.
이 글에서 소개한 여성들은 어찌 보면 시대를 많이 앞서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성취에 관한 평가는 다를지 몰라도, 그 시대에 특출난 인물이었음을 부정하긴 힘들다. 누군가의 연인으로만 한정짓기에는 무척이나 아깝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각자 고유한 삶을 살았음에도 시대적 배경이 빚어낸 여성의 삶으로서 일종의 대표성과 전형성이 있다는 것이다. 삶의 중요한 시기가 현재진행형인 실존 인물, 충분한 자료 조사나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여성 등은 제외했지만 이 대표성과 전형성의 함의를 확장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대목에 이르면 ‘지금은 어떤가’란 의문을 피할 수 없다. 연인이나 동반자 관계가 여성에게 드리우는 그림자는 얼마나 옅어졌을까. 남성과 똑같이 교육받고 똑같이 일하다가도 어느 순간 남성의 커리어를 ‘밀어주기로 한’ 여성들은 어떻게 기록되어야 하는가.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의 연인’, ‘○○의 뮤즈’란 수식어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헌신을 밝힐 길이 없었던 여성들, 정당한 주목과 평가를 받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무수히 쌓여 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대학교 1학년 때 정신적으로 안 좋아서 이것저것 검사를 받다 신경정신과로 연결이 됐어요. 경계성 인격장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고, 그 순간 자세한 대화가 오가지 않은 와중에 진단명과 진단코드가 부여되더라구요. 사회가 제 존재를 정의하고 규정하는 상황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어요.”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만난 이근민 작가(44)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말을 고르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조심스러운 태도와 달리 그의 그림은 피와 내장과 같은 강렬한 이미지로 뒤덮여 있다. 자신이 겪은 환각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 이근민의 개인전 ‘장면이 되기 전’에서는 3m 높이의 대형 회화를 비롯해 23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앞서 2022년 스페이스K에서 열린 개인전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도 자신의 병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이미지로 주목받았다.
이근민은 25년 전 경계성 인격장애라는 병명을 부여받고 입원하면서 두 가지 경험을 했다. 하나는 진단의 권력, 다른 하나는 환각의 경험이었다. 그는 문명사회가 인간을 재단하고 분류하는 방식에서 폭력성을 느꼈다. 그 시점에 그는 파편화된 인체, 생물체였던 무언가, 날것, 상처 등이 출몰하는 환각을 보았다.
이근민은 “의사가 병증으로 포섭시키기 이전의, 병증으로 규정되기 전의 환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것은 증상이 아닌 작품으로 바뀔 수 있다. 그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 제목 역시 사람들이 내 환각을 규정하기 이전의 상태를 표현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유기체 접시’(Organic Plate), ‘연결된 신체’(Connected Body), ‘정신과 의사의 머리’(Psychiatrist’s Head) 등 전시에 나온 회화는 그가 환각 속에서 목격한 해체되고 흩어진 신체의 형상들이다. 거대한 화면 속에는 살점과 장기, 피막을 연상시키는 덩어리들이 부대끼고 있다. 부패를 떠올리게 하는 녹색, 불길한 푸른색, 생생한 붉은색을 띤 무언가가 연결되고 조립된 듯한 그로테스크한 형상을 만들어낸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시각적 충격을 넘어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이근민은 “환각은 부정적인 것도 긍정적인 것도 아닌, 그저 당시 자신에게 ‘있었던’ 일에 가까웠다”며 “환각에서 본 형상들이지만 정물이나 풍경을 재현하듯 옮기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을 관찰하듯 돌아보며 현실의 화면 안에서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고 했다. 그는 “작업의 재료는 감정적이고 즉흥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이성적”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은 사회가 ‘정상성’의 범주 밖으로 밀어낸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다. 이근민은 작업의 출발점 중 하나로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을 언급하기도 했다. 강자가 약자를 바라보고 규정하는 방식, 그 과정에서 어떤 존재가 타자화되고 대상화되는 맥락이 연결된다. 날것의 이미지들은 단순히 시각적 충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그는 작품이 자기 표현이나 치유의 과정으로 읽히는 데는 거리를 뒀다. 이근민은 “관람객이 그림 앞에서 불쾌함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가능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 안에서 흥미가 생긴다면, 이 표현에 무엇이 있는지 한 번 더 들여다봐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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