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태 지사가 저도어장에 입어해 올해 첫 고성산 대문어를 잡아 올리고 있다.





“저도어장만 열리기를 석 달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대문어를 올리는 순간, 이제야 살 것 같다는 생각에 눈물마저 핑 도네요. 이게 바로 고성산 피문어래요.”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최북단 동해 고성군 현내면 인근의 저도어장이 긴 어둠을 헤치고 개방한 17일 새벽 5시, 이날만을 꼬박 기다렸던 문어잡이 연승어선들은 레이스를 하듯, 부푼 만선의 꿈을 안고 검푸른 바다를 거침없이 내달리며 가장 좋은 몫을 차지하려 황금어장을 향해 질주했다. 개장 전날부터 문어잡이 어민들과 밤잠을 설쳐가며 조류에 관해황금성검증
대화를 나눈 김현석(48) 고성군 현내면 대진어촌계장은 6월이면 자신의 반려 어선인 ‘행운호’를 타고 문어잡이를 시작한 지 딱 10년째다. 비교적 젊은 어민으로 통하는 김 계장은 “갈수록 어족자원이 줄어 지난해 말부터 가뜩이나 더 힘들었는데, 올해 첫 저도어장이 열려 그나마 가슴이 탁 트인다”며 “실제로 많이 잡지는 못해도 우리 같은 어업인들이 고기를 더강남tv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이곳이 바로 ‘희망봉’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렘을 전했다.
저도어장이 열린 이날 새벽 5시, 최북단 현내면 대진·초도항 선적 문어잡이 연승 배를 포함해 고성군 선적 168척은 대진항에서 어로한계선을 향해 출항할 준비로 시동을 거는 한편, 이웃한 국가 어항인 거진항에서는 김진태 도지사와 김시성 도의대교 주식
장·김용복 도의회 부의장, 함명준 고성군수, 용광열 고성군의장, 이우수 속초해경서장, 최영희 고성군수협조합장 등 관계자들이 출어하는 어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강원 201호(44t)·202호(87t)에 승선한 채 어둠 속의 망망대해를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속초해양경찰서 경비함정 500t급 1척·P50t급 3척과 해군도 어업인들의 안전을 위해 출발선에 대기하고황금성어플
있었다.






▲ 최북단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현내면 연안에 위치한 저도어장이 17일 개방돼 문어잡이 연승 어선들이 레이스를 하듯, 힘차게 푸른 바다 위를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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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거뭇한 해무를 헤치며 항구를 떠난 문어잡이 배들과 지도·안전선들은 9∼12노트의 속력으로 50분 만에 최북단 어로한계선에 도착했고, 황금어장에 들어가려는 문어잡이 배들이 한두 척씩 모습을 드러내며 잠시 후 경쟁자가 될지언정 눈빛으로는 ‘바다 사나이’의 정을 주고받았다.
출렁거리는 파도 위에 줄지어 늘어선 어선들은 100m 출발선에 선 듯, 연신 엔진소리와 연기를 뿜어냈고, 이어 오전 5시 30분 어선과 어민의 수를 파악하기 위한 통신 점호가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변경한 통신 점호는 어민들의 편리한 출어를 위해 기존의 피켓을 들고 확인하던 해상 점호를 없애는 대신 이날 새벽 통신으로 출어할 어선들과 어민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통신 점호를 마친 어선들은 어로한계선에 대기하며 해경의 출발신호가 떨어지기만을 학수고대했다. 이윽고 이날 오전 6시, 마침내 저도어장 입어를 알리는 출발 신호가 울리자, 대기하던 168척의 어선들은 일제히 새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미끄러지듯 검푸른 파도를 가르며 내달리기 시작했고, 좋은 몫에서 문어잡이 연승 낚시를 던지고자 선의의 레이스 경쟁을 펼쳤다.
어로한계선에서 출발해 저도어장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길어야 5분 이내로, 맨 앞에서 선두로 치고 나간 어선들은 3분 만에 다다라 익숙한 포즈로 어장 곳곳을 누비며 원형으로 돌면서 문어잡이 연승 낚시를 던졌다가 다시 회수하는 작업 방식을 반복했다.






▲ 올해 첫 개장한 저도어장에서 어선들이 만선을 기원하며 조업에 열중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어민들은 제법 큰 대문어를 잡아 올리면서 미소로 포즈를 취하는 등 고기가 잘 안 잡히는 시기에도 황금어장에서 문어를 잡는 것 자체가 호사롭다는 듯, 여유롭고 즐거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육지와 가까운 연안에서는 새벽같이 나와 미역·다시마·해삼·멍게 등 갖가지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들의 자맥질도 이어져 한가롭기만 했다. 첫날 저도어장 문어잡이에 나선 어민들은 “아직 바닷물이 차가워서 그런지 고성산 대문어가 잘 잡히지 않는 것 같아 아쉽지만, 고기 잡는 것이 바다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 못 잡을 때가 있으면 잘 잡을 때도 있지 않겠냐”고 미소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우리 어선들이 문어잡이에 몰입한 시각, 북쪽으로는 금강산 구선봉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였고, 동해안 최북단 안보관광지인 통일전망대도 이내 시야에 들어와 이곳이 바다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최북단 동해임을 느낄 수 있었다. 저도어장은 동해 어로한계선과 북방한계선(NLL) 사이에 위치해 직선거리로 1마일(1852ｍ)에 불과해 어민들의 조업이 허용되는 4월부터 12월 말까지는 단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영역이다. 이렇다 보니, 고성산 대문어를 더 잡으려는 일부 어선들이 북쪽 구역으로 조금이라도 올라갈 기미를 보이면 여지없이 해경과 해군 경비함정이 나타나 가차 없이 퇴각 명령을 내리는 안전조치에 나선다. 올해 첫 저도어장의 개장 조업에 난생처음 참가한 김진태 도지사는 한 연승어선에 최영희 고성군수협장과 승선해 직접 납에 공갈 가재나 돼지비계로 감싼 문어낚시를 바다에 던진 후 잡힌 대문어를 끌어 올리는 현장 체험을 하며 어민들과 삶의 소통 시간을 가졌다. 김 지사는 이날 최영희 고성군수협장과 함께 대문어 6마리를 낚아 올리며 최북단 어민들의 삶의 현장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공유했으며, 최북단 어로한계선 해상에서 무전기로 어민들에게 만선을 기원하는 격려 메시지를 직접 전달해 큰 호응을 얻었다.






▲ 태극기가 동해바람에 펄럭이는 속에 저도어장에 입어한 문어잡이 연승어선들이 안전하게 조업하고 있다.





김진태 지사는 “우리나라 최북단 저도어장을 어민들과 함께 입어해 조업을 해보니, 어민들의 고충과 진정한 삶의 모습을 체득할 수 있어 정말 보람이 크다”며 “무엇보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듯 어민들 여러분이 올해는 만선으로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고 앞으로 어로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원에 나서겠다”고 격려했다. 최영희 고성군수협조합장은 “정말 큰 어려움에 봉착한 우리 동해안 어민들은 그래도 바다를 품으로 생각하면서 고된 일상을 버텨내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보다 세밀하고 실효성 높은 정책 지원을 많이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첫 개장 조업은 아무런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에는 문어잡이와 자망 등 총 168척의 어선들이 사선을 넘듯, 새벽녘 출렁이는 검푸른 파도를 넘어 출어에 나섰고, 가장 먼저 대진항으로 돌아온 김현석 대진어촌계장은 올해 첫 저도어장 대문어 40kg을 잡아 kg당 최고 2만8000원∼2만6000원에 위판해 100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김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