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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랑 휴가를 가든 말든, 트럼프가 뭘하든 상관 없다. 중요한 건 결과다.”

미국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70)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9)의 ‘외교 스타일’에 적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공화당 전통 매파의 대표주자였다. ‘보수 거목’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함께 전 세계를 누볐다.
그러나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입성 후 달라졌다. 골프장에서 쌓은 우정을 발판 삼아 충성파로 변신했다.AD모터스 주식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에 이견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내쳐지지 않고 입지를 지키고 있다. 그레이엄 의원이 트럼프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살펴봤다.
● 선거 준비의 시작은 지역구 관리
그레이엄 의원은 4선 연방 상원의원이다. 미국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고, 상원 총 100석 가운데 3분의 1씩 2년에 한번 선엘오티베큠 주식
거를 치른다. 그레이엄 의원은 내년 11월 열리는 중간선거에서 5선에 도전한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이유가 공천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국은 철저히 경선제를 선택하고 있다. 각 정당의 후보를 유권자 투표로 결정한다. 방식은 주마다 다르지만 유권자가 선택한 인물이 후보로 나서게 된다. 당내 경선이 미국 선거에서 중요한야마토2 릴게임
관문으로 꼽히는 이유다.
그래서 당 지도부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당 지도부가 밀어주지 않는 인물이 경선에서 이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뉴저지주에서 앤디 김 당시 하원의원은 지역 지도부와 각을 세우며 “당내 기득권 개혁”을 내세웠다. 그 결과 경선(프라이머리)에서 득표율 81%를 얻었고, 본선에서도 승리해 상원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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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상원 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준청문회에 참석한 그레이엄 의원(왼쪽). 워싱턴=AP 뉴시스



지역구 기반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도 종종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키움증권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자, 농산물 수출에 의존하는 켄터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어깃장을 놨다. 그러자 트럼프 행정부는 농부들을 위한 거액의 보조금을 약속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매우 커지며 정치 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유권자들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마가)’와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충실한 후보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주는 후보자가 경선에서 탈락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의 ‘지지 선언(endorsement)’이 사실상 공천처럼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당선인 신분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에서 열린 만찬. 맨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그레이엄 의원, 베나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부인 사라 여사와 장남 야이르. 사진 출처 그레이엄 의원 인스타그램



그레이엄 의원이 대표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딥사우스(백인 보수층이 많은 남동부)’의 핵심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사업가 마크 린치가 그레이엄 의원에 도전장을 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3월 이미 그레이엄 의원을 공식 지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작전
그레이엄 의원은 한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 모욕을 주고받았다. 2016년 대선에서도 제3당 후보 에반 맥멀린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180도 입장을 바꿨다. 워싱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극적인 화해를 했다.
2019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정치적 결혼 관계냐’고 묻자 “아, 세상에, 전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같이 골프도 치고, 나에게 정말 잘해준다”고 했다.
‘아첨꾼’이라는 지적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내가 걱정하는 건 우리가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잘못 다루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개입하기 위해 변절자라는 비판을 감수했다는 뜻이다. “정책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느 때보다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올 2월 워싱턴 의사당을 찾은 그레이엄 의원(왼쪽). 워싱턴=AP 뉴시스



실제로 그레이엄 의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에 100% 순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의 매파 기조를 가능한 만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그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거부하거나 우크라이나를 다시 침공한다면 러시아와 러시아를 지지한 국가를 제재하는 법안을 내놨다. 올 2월 뮌헨안보회의에서는 “러시아가 다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자동으로 가입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재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 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은 그와 협조하는 이유에 대해 “그레이엄은 트럼프 행정부와 ‘이성적인 미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 처세술과 ‘정치의 기술’ 사이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고 있다. 올 2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직후,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며 퇴진을 요구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이너서클 진입을 통해 보상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have the president’s ear)’는 평가를 얻었다. 그레이엄 의원은 NYT 인터뷰에서 “우리는 서로 부탁을 주고받는 사이다. 이 연극의 끝에서 트럼프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고, 나는 그가 나라에 좋은 방식으로 성공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데 계기를 마련한 인물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3월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골프 라운딩을 한 뒤로 러시아에 각을 세우고 있는데, 둘 사이 다리를 놓은 인물이 그레이엄 의원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를 설득할 유럽 정상을 물색하던 중 미국에서 골프 유학을 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스투브 대통령과 손잡았다는 것이다.



올 3월 트럼프 대통령(왼쪽)의 플로리다주 사저 인근 골프장에서 라운딩에 나선 스투브 대통령(가운데)과 그레이엄 의원. 사진 출처 그레이엄 의원 X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스투브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둘은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서 나란히 앉았고,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미사일 공격을 맹비난했다.

● “그레이엄은 필요할 때 곁을 지켰다”
강경 트럼프 지지층은 여전히 그레이엄 의원이 ‘이름만 공화당(RINO)’이라고 비난한다. 마가와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시늉만 내는 위선자라는 뜻이다.
이들을 의식해 그는 최근 강경 발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타운홀(지역 유권자와 질의응답하는 행사)에선 “유럽이 ‘워크(woke·깨어있음, 진보주의자를 비꼬는 말)’에 경도됐다”고 비꼬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영토를 일부 포기하는 현실적인 종전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지층 일각의 불신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레이엄 의원의 충성심을 높게 사고 있다고 한다. 올 3월 그는 “내가 필요할 때 항상 곁에 있어줬다”며 그레이엄 의원의 5선 도전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레이엄 의원이 선보인 ‘정치의 기술’을 인정한 것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동석했던 요나스 가르 스퇴레 총리에게 이같은 말을 건넸다. “이건 정말 위험한 사업입니다. 한 번 실수하면 끝장이죠. 펑.”
23화 요약: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략적 관계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외교 정책에 개입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 시각을 대변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충성심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 일원으로서 지역구 유권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내년 재선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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