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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곳곳에 금이 가고 움푹 파인 나무 부재 위로 글자가 쓰여 있다. 일본어 히라가나 'ほ'(호) 또는 'ま'(마)일까.
일부가 지워져 흐릿한 글자 위로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한때는 건물 지붕의 무게를 받치는 종보로 쓰였을 이 부재는 역사의 격랑 속에 조선에서 일본 도쿄(東京)로, 또 가마쿠라(鎌倉)로 뜯어져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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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기 때 일본으로 건너가 100년 가까이 쓸쓸한 타향살이를 한 한국 건축물 '관월당'(觀月堂)의 한 부분이다.



공개된 관월당 해체 부재 (파주=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3일 경기도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서 관계자가 관월당 해체 부재를 공개하고 있다. 주식수수료무료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본 가마쿠라(鎌倉)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과 약정을 체결해 관월당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 2025.7.23 cityboy@yna.co.kr


오랜 노력 끝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관월당의 '속살'이 23일 공개됐다. 원소장자인 가마쿠라의 사찰 고토쿠인(황금성잭팟
高德院·고덕원)과의 기증 약정을 통해 귀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 한 달만이다.
경기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서 마주한 관월당의 부재들은 고토쿠인에서 국내로 돌아올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재는 대량, 퇴량, 종량, 도리, 장여, 대공 등 부분별로 선반에 놓여 있었고, 기와는 이른증권명장
바 '뽁뽁이'(에어캡)에 싸인 모습이었다.
포장용 비닐에 둘러싸여 있거나 고정을 위한 테이프가 붙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관월당 해체 부재 공개 (파주=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3일 경기도 파주시 경기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서 만난 릴게임 황금성릴게임
수장고에서 관계자가 관월당 해체 부재를 공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본 가마쿠라(鎌倉)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과 약정을 체결해 관월당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 2025.7.23 cityboy@yna.co.kr


국내로 들여온 부재는 석재와 철물 401점, 기와 3천457점, 목재 1천124점 등 총 4천982점. 석재와 기와는 지난해 11월, 목재는 올해 5월 모두 파주에 도착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관계자는 "각 부재의 크기와 형태를 고려해 선반 아랫부분에는 무거운 것을, 상단에는 작거나 가벼운 부분을 둬 안전하게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무 부재에 일본어가 쓰여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과거 일본에서 조립할 때 목수들이 (부재를 분류하고자)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부재 곳곳에서는 다양한 문양과 단청 흔적도 엿보였다.



관월당의 기와 (파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3일 경기도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서 공개된 관월당 해체 부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두 기와 모두 용 무늬를 담고 있으나 위는 조선시대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아래는 일본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25.7.23 yes@yna.co.kr


이날 공개된 초엽(草葉)은 세련된 장식이 돋보였다. 건물 좌우 측면에 설치하는 초엽은 규모가 큰 건물의 지붕에 두는데, 주로 궁궐에 쓰인다고 한다.
왕실을 상징하는 듯한 용무늬를 비롯해 거미, 박쥐, 나비 문양을 더한 기와도 있었다.
나무 부재에 남은 단청은 색이 옅어지기는 했으나 붉은색, 초록색 등 화려한 색감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문양 또한 다채로웠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상황에서 부재 관리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관월당 부재에 남은 단청 (파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3일 경기도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서 공개된 관월당 해체 부재. 건물을 장식한 단청 흔적이 역력하다. 2025.7.23 yes@yna.co.kr


전통건축부재보존센터 수장고에는 관월당에서 가져온 부재뿐 아니라 숭례문 화재 이후 수습한 부재, 경복궁의 주요 전각 부재 등이 보관돼 있다.
손창일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팀장은 "온도가 28도 이상, 습도가 80% 이상인 상태로 3일 정도 지나면 (나무 부재에) 피해를 주는 균이 자란다"고 설명했다.
손 팀장은 "약 6년간 모니터링(관찰)을 거쳐 우선 습도가 80% 미만이 되도록 수장고를 유지하면서 각종 부재를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장고 보존 환경을 표시하는 현황판에는 1·2 수장고의 습도가 66∼72%로 유지되고 있었다.



관월당 해체 부재 공개 (파주=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3일 경기도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서 관계자가 관월당 해체 부재를 공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본 가마쿠라(鎌倉)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과 약정을 체결해 관월당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 2025.7.23 cityboy@yna.co.kr


관월당이 무사히 국내로 돌아왔으나,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다.
일본에서 관월당이라는 이름이 붙기 전 원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과거 한양(지금의 서울)에서 어느 자리에 있었는지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 검토 결과, 오늘날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 광장이 된 순정효황후 본가 터(조선식산은행 사택 터), 통의동 일대의 창의궁 터(동양척식은행 사택 터), 과거 월궁이라 불렸던 월성위궁 터 등 3곳이 후보로 거론되나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왕실과 관련한 사당이라고 하지만, 누구를 모신 곳인지도 불분명하다.



허민 국가유산청장 (파주=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23일 경기도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서 관월당 부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7.23


관월당의 구조와 성격 등을 연구해 온 이규철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군급 인물의 사당으로 추정되나 명확하게 규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수"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온전한 형태의 목조 건물이 100년 만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사례는 처음"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공유유산'으로서도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나무 부재의 경우, 연륜(年輪·나이테) 연대 측정과 수종 분석 등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형빈 국가유산청 국외유산협력과장은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관월당의 귀환과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관월당 해체 부재 공개 (파주=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23일 경기도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 수장고에서 공개된 관월당 해체 부재.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일본 가마쿠라(鎌倉)의 사찰 고토쿠인(高德院·고덕원)과 약정을 체결해 관월당 부재를 정식으로 양도받았다. 2025.7.23 cityboy@yna.co.kr


국가유산청은 향후 국가유산 환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해외에 흩어진 우리 유산이 24만7천여 점"이라며 "불법으로 반출된 유산은 반드시 환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허 청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와 관련해 "향후 발굴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국가유산 분야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사말 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서울=연합뉴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23일 경기 파주시 전통건축수리기술진흥재단에서 열린 관월당 해체 부재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7.23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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