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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현동 출생… 아버지도 인천 토박이
할머니는 동인천역서 ‘평화제과’ 운영
폐건물 인천공작창 부지 좋은 ‘놀이터’







지난 22일 안대성 발성치료사가 서울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25.9.22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사람의 두 다리 그리고 목소리, 이 둘 가운데 인간을젬벡스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만약 우리가 안데르센 동화 속 인어공주라면 마녀 앞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첫눈에 반한 왕자님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목소리를 내어주고서라도 얻어야 했던 두 다리. 하지만 자신이 왕자님을 구했다는 사실을 끝내 전하지 못하고 물거품으로 사라진 인어공주의 오리지널바다이야기
비극적 이야기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아임프롬인천은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발성치료사’ 안대성이 이번 차례의 손님이다.

■ 제대로 알지 못하는 목소리
“우리는 태어나면 첫 울음소리로 세상에 존재를 알리고, 생의 마지막에는 유언으로 삶을 마무최신 인터넷게임
리합니다. 목소리는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타인과 연결되도록 합니다. 또 우리 삶과 감정을 담아내며, 때로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합니다. 무심코 내뱉는 목소리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죠.”
발성치료사 안대성은 ‘목소리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렇게 시작했다. 발성치료사라는 이름은 아직 생뉴욕전망
소한데, “목소리 발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음성 재활을 담당하는 일”이라고 그는 자신의 일을 소개한다. 허리나 팔다리가 아프면 물리치료사에게 도움을 받는 것처럼, 목소리에 문제가 생긴다면 도움을 주는 이들이 발성치료사다.
그가 들려주는 ‘목소리’ 이야기는 그 어떤 스토리보다 흥미진진했다. 양자역학과 관련된 쟁점이나 우주 탄생과 소멸의 다모아릴게임
비밀 등을 자신 있게 제대로 설명할 이는 많지 않다. 그와 얘기를 조금 나눠보면 우주나 양자역학뿐 아니라 목소리에 대해서도 우리가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난 22일 안대성 발성치료사가 서울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22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발성치료사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목소리 발성에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존재다. 그가 만난 환자들의 직업군은 다양하다. 목소리로 먹고 사는 이들이라면 가수나 배우 정도를 떠올릴 텐데 사실 모든 사람이 다 목소리로 생계를 이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다양한 직업인을 만났죠. 가수나 배우 등은 물론이고요. 목사님, 신부님, 스님 등 성직자도 있었고 정치인, 선생님, 텔레마케터 등등. 우리가 목소리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살지만, 사실 목소리 없다면 직업을 잃어야 할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시각디자이너조차도 자신의 디자인에 대해 클라이언트한테 설명하지 못하면 일을 하지 못합니다.”
목소리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은 성대결절, 과한 긴장에서 오는 긴장성 발성장애, 목소리가 떨리는 연축성 발성장애 등이 있다.
물리치료가 근육과 관절을 되살리는 일이라면, 발성치료는 성대를 단련하는 과정이다. 예전에는 목소리 장애가 있으면 스피치 학원이나 보컬 트레이너가 맡아서 지도하곤 했다. 병원에서 과학적으로 이들을 케어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약 2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안대성은 이 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나 다름없다. 치료 과정은 운동과 비슷하다. 바른 호흡과 성대 움직임을 몸이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치료 과정은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마무리되면 환자도 그도 성취감이 크다고 한다.

유년부터 성악 관심, 성가대·합창 활동
동생 안갑성도 음악 열정… 성악가 활약
한양대 음대 진학, 재능 벽 느껴 방황도
타영역 개척… 졸업후 SM서 보컬코치

언어치료학 공부… 발성치료사로 ‘새 길’
목소리 문제로 고민 다양한 직업군 만나
‘유 퀴즈’ 출연, 대중에 직업·이름 알려
“목소리 장애 있는 분 대할땐 배려 필요
개성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당사자 주저”


■ 화수동 소년 안대성




인하사대부고.


발성치료사 안대성의 뿌리는 인천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다. 동인천 일대와 동구 화수동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고 한다. 동인천지하상가와 대한서림, 화도진도서관, 자유공원,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탑, 화도진 도서관, 인천공작창 등이 그가 언급한 장소들이다.
인천 중구 인현동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화수동에서도 살았다. 아임프롬인천에 소개된 성악가 안갑성이 안대성의 동생이다. 안갑성은 안대성의 동생이면서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인천 토박이다. 할머니는 동인천역 앞에서 ‘평화제과’라는 빵집을 운영했다. 그는 축현초등학교를 다녔다. 화수동에 살 때였는데, 다른 통학구역인 축현초등학교로 진학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교육환경이 좀 더 나은 학교로 갔으면 하는 당시 부모님의 바람 때문이었다.



어린시절 안대성·안갑성 형제. /안대성 제공


자유공원과 초등학교 사이에는 할머니댁이 있어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당시 동인천지하상가 끝에서 끝까지 친구들과 걸어 올라가며 상점에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하던 것이 그의 놀이라면 놀이였다. 신포동에서 수제비와 쫄면을 먹던 추억도 그에게는 특별하다. 성인이 된 그에게 다른 곳에서 맛보는 쫄면은 맛이 없다.
집 가까이 있던 인천공작창도 어린 시절 그에겐 더없이 좋은 놀이터였다. 쓰임이 끝난 인천공작창 부지와 건물들은 폐허와 같았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파여 있었고요. 꼭 마치 군대 시가지 전투 연습장처럼 보였어요. 숨바꼭질하기에 좋았고, 탐험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어요. 담장을 넘어가거나 이곳저곳에 뚫린 ‘개구멍’을 찾아 드나들곤 했어요. 자전거를 끌고 들어가 안에서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니기도 했네요.”



안대성의 해병대 군생활 가족사진. /안대성 제공


인천공작창은 철도 차량을 조립·생산하던 공장이었다. 인천 동구 송현동 수문통 인근에 있었다. 경인선, 수인선 등 국내 근현대 철도 역사에서 운행하는 차량을 제작했다. 주로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하는 일을 했으며 경의선, 경부선에 주로 투입되던 증기기관차 부품을 미국에서 직수입해 조립하기도 하고 일본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열차를 만들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문을 열었다. 1980년 5월1일 대전공작창이 신설되며 영등포공작창과 인천공작창을 흡수 통합하며 최신 시설을 갖추기 전까지 기차 생산 공장 역할을 했다. 인천공작창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인천송현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미륭아파트와 동부아파트 단지가 인천공작창이 있던 곳이다.
안대성이 지금의 일을 하게 된 데는 어린 시절 성악에 관심을 갖게 된 영향이 크다. 중학생 때는 교회 성가대 활동을 했고, 고등학생이 돼서는 중창단 활동을 했다. 그는 인하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한빛중창단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한빛중창단은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비공식 동아리’였다. 딱히 학교의 지원은 받지 못했지만 크고 작은 대회에 출전하는 등 동아리 활동을 이어갔고 그가 졸업 후 몇 년이 지나 ‘정식 동아리’ 위치를 되찾았다고 한다.
■ 인생을 바꾸는 목소리



지난 22일 안대성 발성치료사가 서울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25.9.22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몇 번의 도전 끝에 한양대 음악대학 성악전공으로 입학하며 성악가의 길을 꿈꾸는 시기를 보낸다. 대학 시절은 그에게 방황의 시간이었다. 재능의 벽을 느끼며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전망도 좋지 않았다.
“대학 3~4학년 무렵이었을까요. 한 중앙 일간지에서 ‘10년 안에 쇠락할 직종’으로 성악가가 언급된 기사를 접했어요. 그때 정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누구나 다양한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성악의 위기가 온다는 내용이었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죠.”
안대성은 본인이 직접 성악가의 길을 가기보다는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데 공을 들였다. 대학 시절과 졸업 후 보컬 코치로 활동했다. SM엔터테인먼트와 CJ미디어, SM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SM아카데미 등에서 일했다. 박칼린 음악감독과 호흡을 맞춘 적도 있다.
안대성은 피아노 조율에도 특별한 관심이 있었다. 피아노의 소리를 맞추는 이때의 경험은 발성치료사의 길을 걷는 데도 영향을 줬다. 그는 “피아노 조율은 단순히 음정을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울림을 듣고 그것을 조정하는 과정”이라며 “그 경험이 소리에 대한 감각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보컬 코치로 활동을 이어가던 중 언어치료, 음성치료라는 진로를 발견했다. 이후 대학에 진학해 언어치료학을 공부하며 지금의 활동을 하게 된다. 2015년부터는 지금까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에서 발성치료사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22일 안대성 발성치료사가 서울에 위치한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2025.9.22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발성치료사라는 직업과 안대성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계기는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결정적이었다. 이후 목소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생겼고, 환자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안대성은 “일반인들은 목소리 문제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이를 치료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게 돼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안대성은 앞으로 강연 활동을 통해 목소리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목소리로 겪는 문제가 그저 참고 살거나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며 얼마든지 치료를 통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는 마음에서다. 또 목소리를 중심으로 한 인문학적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강연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전달하고 싶은 포부도 있다.
또 목소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대하는 ‘에티켓’도 우리가 배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목소리에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할 때 필요한 배려와 감수성도 중요해요. 목소리가 좋지 않다고 해서 상대를 직접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그 사람의 개성이나 특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목소리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당사자는 말하기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요. 이럴 때 ‘괜찮으니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떨려도 괜찮아요’와 같은 부드러운 격려로 용기를 주면 좋겠습니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