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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중 기자]
▲ 해안도로 기반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 중장비 투입으로 지반이 다져지고 구조물 설치가 이어지고 있다.
ⓒ 진재중
해안을 따라 곧게 뻗은 도로는 늘 편리함과 접근성이라는 이름으 릴게임신천지 로 등장한다. 바다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이동이 쉬워졌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길이 놓인 자리에는 파도와 모래가 오가며 숨 쉬던 해안의 시간이 멈춰 서 있다.
해안도로는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움직이며 스스로 균형을 이루던 해안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고정한 선택의 결과다. 도로가 나면 파도의 흐름은 막 바다신2다운로드 히고, 모래는 더 이상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한 번 인위적으로 굳어진 해안은 스스로 회복할 수 없고, 침식과 붕괴는 서서히 진행된다.
결국 해안도로는 바다를 바라보기 위한 길이 아니라, 바다를 훼손의 현장으로 밀어 넣는 통로가 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선택된 곧은 길은 자연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해안은 도로를 위해 존재하 야마토릴게임 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하며 살아 있는 공간이다. 이 사실을 외면할 때, 해안은 침묵으로 저항한다. 무너지는 해안선과 연안 침식이 그 신호다.
편리함을 위한 길인가, 침식의 시작인가
강원도 강릉 옥계에서 주문진 향호리까지 이어지는 총 64㎞ 해안도로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릉시가 2025년부터 2030년 릴게임꽁머니 까지 진행할 계획인이 사업은 그동안 단절돼 있던 주문진 향호해변과 남항진~안인 구간을 연결해, 강릉 전 해안을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연속적인 해안 관광도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강릉시는 이를 동해안 대표 경관도로로 조성해 관광 활성화와 이동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 1월, 강릉시 주문진읍 향호리 해안가에서는 해안도로 공 바다이야기하는법 사가 한창이다. 한때 넓게 펼쳐졌던 모래해변 위로 중장비가 들어서며, 해안선과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콘크리트 기초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해안도로 조성을 위해 자갈과 골재가 해변 곳곳에 쌓여 있고,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공사 장비는 파도가 밀려오는 사이에도 쉼 없이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하던 모래해변은 공사 일정에 맞춰 다져지고 형태가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향호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국 여러 해안도로 인근에서 해변 폭 감소와 연안 침식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음에도, 접근성과 관광 편의성을 앞세운 바다 인접 도로 건설은 계속되고 있다.
해안도로라는 파랑과 해류의 흐름을 가로막는 구조물 하나가 파도의 에너지를 인접 해변으로 전이시키고, 그 결과 침식은 연쇄적으로 확산된다. 동해안 곳곳에서 해안도로의 문제점은 이미 현실이 됐다.
2021년, 강릉 주문진과 영진 사이를 잇던 해안도로는 붕괴됐다. 바다를 따라 곧게 이어졌던 도로는 반복되는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던 경관도로는 한순간에 재난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 강릉시 주문진 해안도로 인근에서 발생한 붕괴 흔적. 반복된 파랑과 침식으로 도로 옆 해안 지반이 무너진 모습(2021)
ⓒ 진재중
▲ 사천진해변 해안도로 옆 모래가 파도에 씻겨 내려가며 편의시설물이 기울어 붕괴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다. 지반이 약화된 해안도로 역시 하부가 노출돼, 추가 파랑이 이어질 경우 도로 붕괴 위험 직전까지 갔던 해변(2021/9)
ⓒ 진재중
같은 해, 강릉 사천진해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안도로가 나 있는 사천진해변에서는 산책로와 편의시설 등 각종 해안 시설물이 하나둘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모래사장은 빠르게 깎여 나갔고, 해안선은 눈에 띄게 뒤로 물러섰다. 바다는 도로와 시설물 바로 앞까지 밀려와 있었다.
사고 뒤에는 복구 작업이 계속됐다. 씻겨 나간 모래를 다시 붓고, 바다를 막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인공 시설이 해안에 덧붙여졌다. 겉보기에는 상처가 봉합된 듯 보였다.
그러나 2026년 1월 7일, 다시 찾은 사천진해변의 해안도로는 도로 하부를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파도는 구조물 아래를 파고들며 모래를 끊임없이 씻어내리고 있었고, 도로 아래 지반은 텅 빈 공간처럼 느껴졌다.
▲ 해안 침식으로 모래가 씻겨 내려가면서 사천진 해안도로 하부와 기존 시설물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 파도에 의해 지반이 약화돼 도로와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2026/1/7)
ⓒ 진재중
파도를 막았지만, 아름다움도 막았다
속초 장사해변과 영랑해변 사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 앞에는 또 다른 해안도로가 놓여 있다. 한때 이 길은 호수와 바다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을 품고 있었다. 영랑호를 끼고 걸음을 옮기면, 시야 끝으로 장사해변과 영랑해변의 모래해변이 펼쳐졌다. 잔잔한 호수와 거친 파도가 나란히 숨 쉬던 이곳은 속초에서도 보기 드문 해안의 얼굴이었다. 호수와 바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도시의 자산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풍경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속초 장사해변에서 영랑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연안침식을 막기 위한 각종 구조물로 채워졌다. 테트라포드와 콘크리트 블록, 인공 제방이 바다와 육지를 가로막고 서 있다. 파도를 차단하기 위해 세워진 구조물들은 해안선을 단단히 고정시켰지만, 그 과정에서 해변이 지니고 있던 고유한 아름다움은 서서히 사라졌다.
현장을 찾은 날, 바다는 여전히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해변은 파도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은 채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래해변은 곳곳에서 끊겨 있었고, 보기 흉한 구조물들만 놓여있다. 구조물에 부딪힌 파도는 방향을 잃은 채 흩어져 되돌아갔고, 그 흔적은 해안 곳곳에 남아 있었다. 바다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야 할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 속초 장사-영랑호 해변 해안도로 앞에 침식을 막기 위한 각종 구조물들이 들어서 있다
ⓒ 진재중
구조물이 들어서기 전, 영랑해변은 영랑호와 이어지는 완만한 해안선 덕분에 속초의 풍경 자산으로 불렸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호수의 빛, 바람에 따라 변하는 파도의 물결, 폭 넓은 모래사장은 인공적으로 재현할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침식을 막기 위한 선택은 결국 그 풍경을 대가로 요구했다.
이러한 사례는 해안 침식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에 따라 악화될 수도 회복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동해안, 특히 강릉 해안이 여전히 같은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해안도로 유지·보강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침식이 반복되는 구간의 도로를 내륙으로 후퇴시키는 전략,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 모래와 식생을 활용한 연성 해안공법, 드론과 AI를 활용해 모래 이동과 파랑 변화를 상시 관측하는 관찰형 해안관리 모델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해안을 고정된 경계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중요하다. 도로를 지키기 위해 해안을 콘크리트로 둘러싸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을 주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침식과 복구 비용을 불러온다. 반대로 해안에 여백을 돌려주는 선택은 방재력 강화와 경관 회복, 관광 경쟁력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사구, 도로보다 오래된 방파제
▲ 안인·하시동 해안사구 각종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해안사구. 강한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모래 언덕이 해안 침식을 완화하는 자연 방재 구조로 기능하고 있다.
ⓒ 진재중
안인에서 남항진으로 이어질 예정인 해안도로 구간. 이곳은 단순한 모래밭이 아니다. 갯그령,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같은 사구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바람에 날리는 모래를 붙잡아 온 자연 방재시설이다. 그러나 도로 노선이 확정되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사구 절취와 식생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최소 훼손을 말하지만, 사구는 한 번 잘리면 다시 회복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현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온 가톨릭관동대 지리교육학과 최광희 교수는 해안사구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그는 해안사구는 한 번 훼손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며, 해안도로 건설이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침식을 막기 위한 인공 구조물의 반복적 설치로 이어져 결국 관리 부담만 키운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사구식물은 모래를 붙잡는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들이 사라지면 모래가 바다로 유실되고, 이후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파도를 직접 맞게 되면서 더 크고 강한 인공 구조물을 부르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서해안 안면도 꽃지해변은 다른 선택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해안도로 건설 이후 이 지역에서는 연안 침식이 빠르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자연 현상으로 여겨졌던 침식은, 시간이 지나며 해안에 인접한 도로가 파도와 모래의 흐름을 가로막은 결과임이 드러났다. 그 영향으로 해변의 모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자갈밭으로 변했고, 침식은 반복됐다.
결국 꽃지해변은 방향을 바꿨다. 반복되는 침식을 막기 위해 해안도로를 철거하고, 파도와 모래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되살리는 친환경 공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꽃지해변은 점차 안정을 되찾으며 본래의 해안 경관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인공 구조물을 최소화하고 해안선에 다시 여유를 주자 모래는 서서히 돌아왔고, 해변은 본래의 형태를 회복했다. 꽃지해변은 해안도로 개설로 침식을 겪은 장소에서, 도로 철거와 친환경 복원을 통해 자연을 되살린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 서해안 안면도 꽃지해변 해안도로 조성 이후 파도와 모래의 흐름이 막히며 침식이 진행,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자갈층이 드러나며 해안도로와 인접 시설물이 붕괴 위험에 놓였던 모습(2009)
ⓒ 진재중
▲ 해안도로를 철거하고 자연친화적 공법을 적용한 이후 모래가 다시 쌓이며 회복된 서해안 안면도 꽃지해변. 파도와 모래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살아나며 해안이 본래의 경관을 되찾은 모습.
ⓒ 진재중
관광도로, 누구를 위한 길인가
강릉시는 해안도로가 완공되면 헌화로부터 커피거리와 경포해변, 주문진 향호해변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대표 관광도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경관도로는 지역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질문이 제기된다.
이 길은 과연 관광객을 위한 길인가, 아니면 바다와 공존하는 길인가. 사구를 깎고 파도의 흐름을 바꾸며 조성된 해안도로는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안의 자연 흐름을 차단한 대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진다. 침식이 가속화되면 방재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그에 따른 예산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온다.
문제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안도로 개설 이후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유지·보수 비용, 침식 방지를 위한 호안 공사, 그리고 최악의 경우 도로 철거에 이르는 비용은 초기 건설비를 훨씬 웃돈다. 자연을 거스른 선택의 대가는 늘 사후 복구라는 이름으로 세금이 감당해 왔다.
더 큰 문제는 복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번 직선화되고 고정된 해안선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한다 해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사라진 모래와 끊어진 생태계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
강릉 해안도로는 이제 찬반을 넘어 책임을 묻는 단계에 와 있다. 해안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아니라, 자연을 어디까지 훼손하고 그 대가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다. 말하지 못하는 모래와 사구식물이 사라진 자리는 침식과 재해, 그리고 막대한 복구비용으로 되돌아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자들은 앞다퉈 해안도로 건설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선택은 선거용 치적이 아니라, 미래 세대 앞에서 평가받을 결정이다.
이미 공사는 시작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직선의 효율에만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자연이 회복할 시간을 남겨두는 곡선의 용기를 택할 것인가. 강릉의 해안은 더 이상의 실험장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길이 아니라, 멈추고 돌아보고 조정할 책임 있는 선택이다.
▲ 강릉 안목-강문해안 해안과 도로 사이에 완충 공간을 둔 구조로, 안정적인 모래해변이 형성된 모습
ⓒ 진재중
▲ 해안도로 기반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 중장비 투입으로 지반이 다져지고 구조물 설치가 이어지고 있다.
ⓒ 진재중
해안을 따라 곧게 뻗은 도로는 늘 편리함과 접근성이라는 이름으 릴게임신천지 로 등장한다. 바다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이동이 쉬워졌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길이 놓인 자리에는 파도와 모래가 오가며 숨 쉬던 해안의 시간이 멈춰 서 있다.
해안도로는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움직이며 스스로 균형을 이루던 해안을 콘크리트 구조물로 고정한 선택의 결과다. 도로가 나면 파도의 흐름은 막 바다신2다운로드 히고, 모래는 더 이상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한 번 인위적으로 굳어진 해안은 스스로 회복할 수 없고, 침식과 붕괴는 서서히 진행된다.
결국 해안도로는 바다를 바라보기 위한 길이 아니라, 바다를 훼손의 현장으로 밀어 넣는 통로가 된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선택된 곧은 길은 자연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해안은 도로를 위해 존재하 야마토릴게임 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고 변화하며 살아 있는 공간이다. 이 사실을 외면할 때, 해안은 침묵으로 저항한다. 무너지는 해안선과 연안 침식이 그 신호다.
편리함을 위한 길인가, 침식의 시작인가
강원도 강릉 옥계에서 주문진 향호리까지 이어지는 총 64㎞ 해안도로 조성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릉시가 2025년부터 2030년 릴게임꽁머니 까지 진행할 계획인이 사업은 그동안 단절돼 있던 주문진 향호해변과 남항진~안인 구간을 연결해, 강릉 전 해안을 따라 이동할 수 있는 연속적인 해안 관광도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강릉시는 이를 동해안 대표 경관도로로 조성해 관광 활성화와 이동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 1월, 강릉시 주문진읍 향호리 해안가에서는 해안도로 공 바다이야기하는법 사가 한창이다. 한때 넓게 펼쳐졌던 모래해변 위로 중장비가 들어서며, 해안선과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지점까지 콘크리트 기초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해안도로 조성을 위해 자갈과 골재가 해변 곳곳에 쌓여 있고,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 공사 장비는 파도가 밀려오는 사이에도 쉼 없이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동하던 모래해변은 공사 일정에 맞춰 다져지고 형태가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향호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전국 여러 해안도로 인근에서 해변 폭 감소와 연안 침식이 반복적으로 보고되고 있음에도, 접근성과 관광 편의성을 앞세운 바다 인접 도로 건설은 계속되고 있다.
해안도로라는 파랑과 해류의 흐름을 가로막는 구조물 하나가 파도의 에너지를 인접 해변으로 전이시키고, 그 결과 침식은 연쇄적으로 확산된다. 동해안 곳곳에서 해안도로의 문제점은 이미 현실이 됐다.
2021년, 강릉 주문진과 영진 사이를 잇던 해안도로는 붕괴됐다. 바다를 따라 곧게 이어졌던 도로는 반복되는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던 경관도로는 한순간에 재난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 강릉시 주문진 해안도로 인근에서 발생한 붕괴 흔적. 반복된 파랑과 침식으로 도로 옆 해안 지반이 무너진 모습(2021)
ⓒ 진재중
▲ 사천진해변 해안도로 옆 모래가 파도에 씻겨 내려가며 편의시설물이 기울어 붕괴 직전의 상태에 놓여 있다. 지반이 약화된 해안도로 역시 하부가 노출돼, 추가 파랑이 이어질 경우 도로 붕괴 위험 직전까지 갔던 해변(2021/9)
ⓒ 진재중
같은 해, 강릉 사천진해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해안도로가 나 있는 사천진해변에서는 산책로와 편의시설 등 각종 해안 시설물이 하나둘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모래사장은 빠르게 깎여 나갔고, 해안선은 눈에 띄게 뒤로 물러섰다. 바다는 도로와 시설물 바로 앞까지 밀려와 있었다.
사고 뒤에는 복구 작업이 계속됐다. 씻겨 나간 모래를 다시 붓고, 바다를 막기 위한 콘크리트 구조물과 인공 시설이 해안에 덧붙여졌다. 겉보기에는 상처가 봉합된 듯 보였다.
그러나 2026년 1월 7일, 다시 찾은 사천진해변의 해안도로는 도로 하부를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파도는 구조물 아래를 파고들며 모래를 끊임없이 씻어내리고 있었고, 도로 아래 지반은 텅 빈 공간처럼 느껴졌다.
▲ 해안 침식으로 모래가 씻겨 내려가면서 사천진 해안도로 하부와 기존 시설물이 그대로 드러난 모습. 파도에 의해 지반이 약화돼 도로와 콘크리트 구조물이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2026/1/7)
ⓒ 진재중
파도를 막았지만, 아름다움도 막았다
속초 장사해변과 영랑해변 사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 앞에는 또 다른 해안도로가 놓여 있다. 한때 이 길은 호수와 바다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을 품고 있었다. 영랑호를 끼고 걸음을 옮기면, 시야 끝으로 장사해변과 영랑해변의 모래해변이 펼쳐졌다. 잔잔한 호수와 거친 파도가 나란히 숨 쉬던 이곳은 속초에서도 보기 드문 해안의 얼굴이었다. 호수와 바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풍경은 그 자체로 도시의 자산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풍경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속초 장사해변에서 영랑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선은 연안침식을 막기 위한 각종 구조물로 채워졌다. 테트라포드와 콘크리트 블록, 인공 제방이 바다와 육지를 가로막고 서 있다. 파도를 차단하기 위해 세워진 구조물들은 해안선을 단단히 고정시켰지만, 그 과정에서 해변이 지니고 있던 고유한 아름다움은 서서히 사라졌다.
현장을 찾은 날, 바다는 여전히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하지만 해변은 파도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은 채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래해변은 곳곳에서 끊겨 있었고, 보기 흉한 구조물들만 놓여있다. 구조물에 부딪힌 파도는 방향을 잃은 채 흩어져 되돌아갔고, 그 흔적은 해안 곳곳에 남아 있었다. 바다와 사람이 자연스럽게 만나야 할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 속초 장사-영랑호 해변 해안도로 앞에 침식을 막기 위한 각종 구조물들이 들어서 있다
ⓒ 진재중
구조물이 들어서기 전, 영랑해변은 영랑호와 이어지는 완만한 해안선 덕분에 속초의 풍경 자산으로 불렸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호수의 빛, 바람에 따라 변하는 파도의 물결, 폭 넓은 모래사장은 인공적으로 재현할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침식을 막기 위한 선택은 결국 그 풍경을 대가로 요구했다.
이러한 사례는 해안 침식이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에 따라 악화될 수도 회복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동해안, 특히 강릉 해안이 여전히 같은 선택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해안도로 유지·보강 중심의 대응에서 벗어나 구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침식이 반복되는 구간의 도로를 내륙으로 후퇴시키는 전략,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 모래와 식생을 활용한 연성 해안공법, 드론과 AI를 활용해 모래 이동과 파랑 변화를 상시 관측하는 관찰형 해안관리 모델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특히 해안을 고정된 경계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전환이 중요하다. 도로를 지키기 위해 해안을 콘크리트로 둘러싸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안정을 주는 듯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침식과 복구 비용을 불러온다. 반대로 해안에 여백을 돌려주는 선택은 방재력 강화와 경관 회복, 관광 경쟁력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사구, 도로보다 오래된 방파제
▲ 안인·하시동 해안사구 각종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해안사구. 강한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모래 언덕이 해안 침식을 완화하는 자연 방재 구조로 기능하고 있다.
ⓒ 진재중
안인에서 남항진으로 이어질 예정인 해안도로 구간. 이곳은 단순한 모래밭이 아니다. 갯그령, 통보리사초, 좀보리사초 같은 사구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고 바람에 날리는 모래를 붙잡아 온 자연 방재시설이다. 그러나 도로 노선이 확정되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사구 절취와 식생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표면적으로는 최소 훼손을 말하지만, 사구는 한 번 잘리면 다시 회복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린다.
현장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온 가톨릭관동대 지리교육학과 최광희 교수는 해안사구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그는 해안사구는 한 번 훼손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며, 해안도로 건설이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침식을 막기 위한 인공 구조물의 반복적 설치로 이어져 결국 관리 부담만 키운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사구식물은 모래를 붙잡는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들이 사라지면 모래가 바다로 유실되고, 이후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이 파도를 직접 맞게 되면서 더 크고 강한 인공 구조물을 부르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경고했다.
반면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서해안 안면도 꽃지해변은 다른 선택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해안도로 건설 이후 이 지역에서는 연안 침식이 빠르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자연 현상으로 여겨졌던 침식은, 시간이 지나며 해안에 인접한 도로가 파도와 모래의 흐름을 가로막은 결과임이 드러났다. 그 영향으로 해변의 모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자갈밭으로 변했고, 침식은 반복됐다.
결국 꽃지해변은 방향을 바꿨다. 반복되는 침식을 막기 위해 해안도로를 철거하고, 파도와 모래의 자연스러운 이동을 되살리는 친환경 공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꽃지해변은 점차 안정을 되찾으며 본래의 해안 경관으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인공 구조물을 최소화하고 해안선에 다시 여유를 주자 모래는 서서히 돌아왔고, 해변은 본래의 형태를 회복했다. 꽃지해변은 해안도로 개설로 침식을 겪은 장소에서, 도로 철거와 친환경 복원을 통해 자연을 되살린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 잡았다.
▲ 서해안 안면도 꽃지해변 해안도로 조성 이후 파도와 모래의 흐름이 막히며 침식이 진행, 모래사장이 사라지고 자갈층이 드러나며 해안도로와 인접 시설물이 붕괴 위험에 놓였던 모습(2009)
ⓒ 진재중
▲ 해안도로를 철거하고 자연친화적 공법을 적용한 이후 모래가 다시 쌓이며 회복된 서해안 안면도 꽃지해변. 파도와 모래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살아나며 해안이 본래의 경관을 되찾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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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도로, 누구를 위한 길인가
강릉시는 해안도로가 완공되면 헌화로부터 커피거리와 경포해변, 주문진 향호해변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대표 관광도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다를 따라 달리는 경관도로는 지역 관광의 새로운 축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질문이 제기된다.
이 길은 과연 관광객을 위한 길인가, 아니면 바다와 공존하는 길인가. 사구를 깎고 파도의 흐름을 바꾸며 조성된 해안도로는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안의 자연 흐름을 차단한 대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진다. 침식이 가속화되면 방재시설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그에 따른 예산 부담은 결국 시민에게 돌아온다.
문제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안도로 개설 이후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유지·보수 비용, 침식 방지를 위한 호안 공사, 그리고 최악의 경우 도로 철거에 이르는 비용은 초기 건설비를 훨씬 웃돈다. 자연을 거스른 선택의 대가는 늘 사후 복구라는 이름으로 세금이 감당해 왔다.
더 큰 문제는 복원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번 직선화되고 고정된 해안선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철거한다 해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사라진 모래와 끊어진 생태계는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는다.
강릉 해안도로는 이제 찬반을 넘어 책임을 묻는 단계에 와 있다. 해안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아니라, 자연을 어디까지 훼손하고 그 대가를 누가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다. 말하지 못하는 모래와 사구식물이 사라진 자리는 침식과 재해, 그리고 막대한 복구비용으로 되돌아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후보자들은 앞다퉈 해안도로 건설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선택은 선거용 치적이 아니라, 미래 세대 앞에서 평가받을 결정이다.
이미 공사는 시작됐다. 이제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직선의 효율에만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자연이 회복할 시간을 남겨두는 곡선의 용기를 택할 것인가. 강릉의 해안은 더 이상의 실험장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빠른 길이 아니라, 멈추고 돌아보고 조정할 책임 있는 선택이다.
▲ 강릉 안목-강문해안 해안과 도로 사이에 완충 공간을 둔 구조로, 안정적인 모래해변이 형성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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