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지금 두 개의 현안이 놓여 있습니다. 인권과 경제입니다. 의료법학을 통하여 관련된 사람들의 법익을 다루는 대한의료법학회에서 인권이 그 의제인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뜻과 정신이 아무리 좋고 숭고하여도 경제의 침체는 그 실천에 막대한 장애가 됩니다. 통일의 논의조차 이러한 경제 살리기와 무관하지 않은 듯해 보이는 것이 요즘 우리 사회의 상황입니다. 한편 경제 논리가 남용되어 인권이 과다하게 위축되는 모습도 없지 않습니다.
의료법학을 통하여 실천해야 하는 기본적 역할은 관련된 사람이나 조직 모두에게 헌법 등 법령과 조리에 의하여 주어진 법익의 보호입니다. 이를 위하여 현행 법령의 적절한 해석과 적용 그리고 개정이라는 실정법적 접근이 우선 필요합니다. 나아가서 사회의 다른 영역과 균형과 조화를 유지할 수 있는 관련 법령 및 정책의 정비와 수립이라고 하는 정책적 접근이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논의가 학문을 위한 학문에 그친다면 이는 유희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시대가 된지 오래입니다. 의료법학도 사회 구성원들의 아쉬움을 달래며 풀어주는 일에 종래보다 더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먼저 대한의료법학회가 의료법학을 통한 고담준론의 다락방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한 지적 향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한해에 열 번 모이는 월례학술발표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셋째 토요일 오전, 창덕궁 비원 숲이 보이는 성균관대학교 법학관에서는 각 분야에서 의료법학의 이론과 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이론가와 실무가들이 모입니다. 짧은 시간 간결하고 명료하게 이루어지는 학술발표와 이 발표를 계기로 하여 긴 시간 다각적이며 심층적으로 자유토론이 진행됩니다. 함께 하시어 피력해주시는 고견은 의료법학의 발전에 큰 자산입니다. 이러한 발표와 토론에 외연이 확대되어 재조 법률가들이 함께하는 춘계·추계 학술대회가 있습니다. 봄에 검찰의 의료법학자들이, 가을에 법원의 의료법학자들이 함께 하는 학술대회인바, 감사하게도 두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성황리에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료법학자들로 하여금 법조실무가 원하는 논의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좋은 전통입니다.
이처럼 한해에 열 번 모이는 월례학술발표회와 두 차례의 학술대회에서, 의료법학의 이론가들만 아니라, 구체적 현장인 법원 및 검찰 나아가서 행정기관의 의료법학 실무가들, 그리고 구체적인 사건을 가지고 검찰과 법원 그리고 행정기관 등에서 활약하시는 의료법학 전문 변호사들이 각기의 경험을 발표하고 이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에, 의료현장에서 수고하시는 의료 전문가 및 행정가들의 참여는 대한의료법학회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모습입니다.
대한의료법학회에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이루어지는 논의가 법원의 판례 형성뿐만 아니라 관련 법령의 정비와 보건정책의 수립에까지 이어지는 성과가 더욱 커지기를 기대합니다. 나아가서 우리의 논의가 현장으로 파급되어 국가 보건재정의 문제, 의료기관의 경영상 어려움 등이 해소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는 학회로 발전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건강보험의 재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경영의 합리화와 블루 오션의 발견을 통하여 자생력을 갖추는 길을 대한의료법학회가 함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고 의료법인의 비영리성을 고수하면서도 의료기관의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규제는 성악설과 같은 전제에 입각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성선설이 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감히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성악설 일변도의 규제에 대하여 어느 선까지 완화될 수 있는지 신중하게 접근하고자 합니다.
정리한다면, 대한의료법학회가 세부 쟁점에 관한 이론적 완결성을 추구한다는 미시적 접근을 여전히 충실하게 하면서, 우리 사회의 보건 현안에 관한 거대 담론에 참여하여 적절한 해법을 찾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 거시적 접근을 보다 강화하여, 사회적으로 보다 의미 있는 존재로 발전하여 가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희망은 여러분의 참여로 실현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 가정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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