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공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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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공의 미래를 가리키는 지침이 되기를!

이 정 재
한국농공학회 회장

농공학의 기원에 관하여는 누구도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 되었습니다. 소위 엔지니어링의 기원을 되돌아 보아도 물을 저장하고 땅을 마련하고 사람이 사는 기반을 마련 한 것이 전부이고, 이것이 바로 바로 인류역사의 줄거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군주들이 개간과 간척 그리고 토목사업과 건축사업을 일으켜서 후세에 전하였음을 자랑스럽게 기록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현대적 기술에 의해 농공학의 학문적 바탕이 마련되고, 그 위에 전천후 농업기반을 조성해 온지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인간의 세대로 두 세대가 지나간 것입니다.
우리의 첫세대가 지나온 길은 험난하고 고생스러었던 것을 우리는 지난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습니다. 그 분들이 어려운 환경을 인내해 오면서도 어떻게 튼튼한 토대를 준비해 줄수 있었던지와 다음 세대인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정열과 열망, 그리고 우리에게 기대했던 것들을 글과 숫자 그림을 통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이런 사연을 조심스럽게 기록으로 남겨 한국농공학회 창립 50 주년을 기념하는 제단에 바치고자 합니다.
이 기록에는 전란 뒤의 어려운 시절에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나누어 쓰는 일과 그 절차가 담겨 있으며, 선진국의 공학 기술을 접목해가는 과정이 묘사 되어 있고,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에 농공학이 국가의 발전에 기여했던 공과가 그려져 있으며, 쇠락해가는 농업과 농촌을 부등켜 안고 나아 가려는 노력이 쓰여져 있습니다.
저는 이 기록이 지난 세월의 화석에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세상을 열어가려는 우리 농공인에게 미래를 가리키는 지침으로 활용되고, 고난을 열어가는 반려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어렵고 복잡한 일을 이기춘 고문님을 비롯한 “한국농공학회50년사 편찬위원회” 여러 위원님들이 그간의 사료를 정성껏 모아 엮었습니다. 이 분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농업, 농촌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지혜를!

농림부 장관 임상규

사단법인 한국농공학회의 창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회원여러분들의 지혜와 정성을 모아 “한국농공학회50년사”를 발간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한국농공학회는 지난 1957년 설립 이후 농공기술의 발전을 위한 활발한 연구와 학술활동을 통하여 농업생산기반 정비와 관련한 이론적 체계를 정립하고 신기술?신공법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가뭄과 홍수 등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고 편리한 영농기반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 하였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WTO와 FTA 등 개방화 물결속에서 어려움에 처한 농업과 농촌의 활력증진을 위해 농촌지역개발과 생활환경정비 등 농촌정책 분야에도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변화된 사회여건에 맞추어 농공학 분야의 영역을 개척해 나감으로서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재조명하고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추세 속에서 그동안의 전통적인 농업생산 및 농촌주민의 주거공간 개념에서 농업생산과 정주, 휴양공간 등 농업인과 도시민이 함께하는 복합생활공간으로서 그 역할이 변화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현재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농촌개발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농업, 농촌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보태주시고, 농업인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정부에 대해서도 서슴없는 비판과 함께 많은 정책조언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도 한국농공학회50년사 발간을 위해 노력하신 이정재 회장님을 비롯한 집필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농업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한국농촌공사 사장

한국농업의 근대화와 함께해온 한국농공학회의 50돌을 축하합니다. 아울러 한국농공학회 50년사 발간을 한국농촌공사 직원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국농공학회는 1957년 학회 창립 이래 반세기 동안 학술활동을 통해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의 기술적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196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농촌의 근대화와 안정적 식량증산을 이룩하는데 학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큰 버팀목이 되어 왔습니다.
특히 1908년 전북 옥구서부수리조합 설립 이래 농촌용수개발사업, 대단위 농업개발사업 및 서남해안 간척사업, 경지정리 및 배수개선 사업, 첨단농업시설 및 밭 기반정비 등 우리 농업의 생산기반을 조성?정비하고 친환경 농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던 한국농촌공사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긴밀한 동반자관계였다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2,400여 회원 여러분들의 연구 활동은 농공학 분야의 획기적인 학술발전에 기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결실은 우리 농업과 농촌은 물론 공사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우리공사는 농업 인프라 구축 중심의 기능을 농업, 농촌, 농업인을 포괄하는 종합기능으로 전환하여 농산어촌이 효율적 생산공간, 쾌적한 생활공간, 안정된 복지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농공학회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연구와 학술교류 등을 통해 농업과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반세기 한국농업기술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었던 그 저력을 바탕으로 변화된 농업환경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한국농공학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또한 이번 한국농공학회50년사의 발간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농업과 농촌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모색해 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그 동안 50년사 발간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학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경의와 축하를 드리며 농공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쾌적한 농촌 건설에 선도적 역할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채 영 복

반세기를 맞이한 한국농공학회의 창립 5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 입니다.
한국농공학회는 지난 1957년 전신인 대한농업토목기술협회가 창립될 당시만 해도 그 구성원 수가 800명 정도에 불과했으나, 창립 이래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회 발전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거듭해 온 결과, 현재는 2,400여명의 회원과 81개 단체회원이 참여하는 국내 유수의 과학기술학회로 성장하였습니다.
이는 역대 회장단과 임원진의 헌신적인 봉사와 회원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농공학회의 오늘이 있기까지 희생을 아끼지 않으신 여러 회장단과 임원진, 관계자 여러분께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한국농공학회는 그동안 관개사업과 농지조성사업 등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농업토목기술 발전 및 안정적 식량생산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현재에도 농업과 농촌에 관련된 선진국들의 새로운 이론과 첨단기술을 도입하고 응용하면서 연구와 개발로 선진기술혁신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수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게 저수지, 하천, 지하수 등 수원(水原)시설의 건설과 유지관리, 수리시설물의 현대화 등의 농업생산기반 정비사업을 벌여 물 손실률을 줄임으로써 가뭄 시에도 안정적으로 농경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여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단위 간척사업, 개간사업, 경지정리 등 농지확대개발사업과 농지정비사업 등으로 막대한 면적의 농지확보는 물론 대규모 농지를 대상으로 기계화 영농을 실시함으로써 농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인 공로가 매우 큽니다.
이 같은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 부문의 비약적인 발전은 한국농공학회가 지난 50년 동안 많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여 열성적인 학술활동과 농업토목기술보급에 크게 기여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농업분야를 포함한 우리의 과학기술은 사회적 변화와 고도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많은 변화를 맞고 있으며, 갈수록 그 변화의 폭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체결된 한?미 FTA 조약은 국민 소득 3만불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농업계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파고입니다. 우리가 국제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업 분야에 우리의 기술역량을 결집하면서 혁신해 나간다면 한·미 FTA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 농업 경제의 체질을 보다 튼튼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농공학회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앞으로도 우리나라 농업의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학술발전과 기술혁신 등 더욱 많은 기여를 해주실 것을 당부 드립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농공학회를 비롯한 각 전문 분야별 학회와 더욱 긴밀한 협조 관계를 통해 활발한 학회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 농업이 경쟁력을 향상하고 보다 쾌적하고 활력 있는 농촌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농업과 농촌분야의 학술활동과 기술발전을 위해 한국농공학회를 50년 동안 이끌어온 역대 임원진과 회원들의 노고를 다시 한 번 치하 드리며, 앞으로도 무궁한 성장과 발전 속에서 국내외적으로 신뢰받는 훌륭한 학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수자원분야 학술 및 기술발전을 위한 공동노력을!

사단법인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이 순 탁

21세기를 맞은 오늘날 최근 세계적으로 물 부족과 수질오염 등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엘니뇨와 태풍 등 기상이변과 홍수와 가뭄 등으로 매년 막대한 재산과 농작물 등이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물과 관련된 다양한 학술단체가 각 해당분야의 전문적인 기술과 지혜를 모아 대처한다면 물로 인한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국농공학회는 우리나라 수자원이용량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농업용수의 안정적 확보와 효율적관리를 위하여 지난 반세기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정적 식량 확보라는 국가적 차원의 대과제 해결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깨끗하고 오염이 되지 않은 청정의 물 환경 보전을 위하여 2천4백여명이 넘는 회원이 적극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농공학회는 1996년에 창립된 본 연합회의 14개 회원학회 가운데 주요 창립학회로써 앞으로 본 연합회와 물에 관한 공동연구 및 정책 건의, 연구발표 및 심포지엄을 공동개최하는 등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물 관련 학술의 발전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홍수와 물 부족으로 발생되는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중심적인 역할도 필요할 것입니다. 이에 본연합회는 농공학회와 공동으로 물 관리 체계 개선, 수요정책, 홍수재해예방, 수질개선 등 우리나라 수자원 분야의 학술 및 기술발전을 위해 최선을 노력할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농공학회 설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50년사” 발간을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원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 합니다.

The Japanese Society of Irrigation, Drainage, and Rural Engineering

(JSIDRE)

This year, the Korean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KSAE) is celebrating its fiftieth anniversary. Being given the opportunity to congratulate its members on this occasion as the representative of the Japanese Society of Irrigation, Drainage, and Rural Engineering (JSIDRE) is an honor for the JSIDRE and an even greater honor for me personally.
This celebration publishment itself and the accumulated hard work of the Korean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KSAE) that has spanned this long period of half a century shows how your association has responded appropriately to the desires of Korea and its people by training many talented researchers and technologists, contributing to the growth of your society.
Although "Agriculture" is the foundation of a country, but the liberalization of trade and changes of the needs of the people that have occurred during the past fifty years have transformed expectations of the technologists who sustain agriculture and protect rural farming communities. We presume that in your country variety of new measures have been taken in response to these changes. I believe that undertaking a variety of research projects, developing required technologies, and carrying out projects to advance agriculture and rural farming regions as your organization has done for so many years, has made a contribution to your country’s present prosperity.
I wish to express my sincere respect to the successive generations of leaders of your organization who have passed on and fulfilled their heavy responsibilities and to its many members who have constructed and supported the Association’s traditions throughout its history and at the same time to honor you all on its fiftieth anniversary.
Congratulations on the fiftieth anniversary of the founding of the Korean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KSAE).
Shigeyasu Aoyama
President of the Japanese Society of Irrigation, Drainage, and Rural Engineering
Professor Emeritus of Kyoto University, Professor of the Faculty of Bioresources and
Environmental Science, Ishikawa Prefectural University

Chinese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CSAE)

Date: March 6, 2007

On behalf of the Chinese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I would like to congratulate the Korean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KSAE) on your 50th Anniversary.
Over the past half century, the Korean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has played a vital and resolute role in shaping the face of Korea. They have contributed immensely to the improvements in their field of expertise, and have support from government agencies, social organizations and irrigations associations. It is no surprise that as well as Korea's economy in running; the environment has nonetheless remained unaffected and instead has turned into an boost for the tourism industry. KSAE's achievements go beyond excellence in the maintenance of the paddy and water environment. It is their complete devotion to overcoming new challenges and their commitment to sharing their experiences in effort to advance the field of paddy and water environment studies that burnishes their reputation.
Of KSAE's numerous success stories in recent years, the institution of an accreditation board for engineering education and the APEC Engineering Project in 1999 is of particular note. In addition the joint creation of PAWEES along side the Chinese and Japanese Societies of Agricultural Engineers has naturally been a compelling force in developing and promoting international cooperation between the said associations. To this respect, I would especially like to extend my good wihes to Dr. Kwun, who is in his 2 years as the 2nd President of PAWEE, for his capable leadership and realization of our common goals. It is no surprise that under his guidance, we have witnessed ever more scientific literature coming out of the Korean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Finally, I want to express my sincerest gratitude and appreciation for the dedication of the KSAE to paddy and environment studies. May your 50th Anniversary commemorations adequately reflect your accomplishments and may the next fifty years be as successful as the previous fifty.

Congratulations,

Shen-Hsien, Chen
Director General, Water Resources Agency, MOEA
The President of Chinese Society of Agricultural Engineers

한국농공학회50년을 뒤 돌아본다

이 기 춘
한국농공학회50년사 편찬위원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아득한 옛날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허풍을 떤다고 핀잔을 주겠지만 농공학회가 1957년 1월에 대한농업토목기술협회(大韓農業土木技術協會)라는 이름으로 창립총회를 열었을 때를 돌이켜 보면 이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발족 당시의 회원을 짚어 보면 농림수산부의 농지관리국 직원, 각 도청의 농지개량과 직원, 대한수리조합연합회 직원, 학계, 시공업계의 일부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모임의 주목적이 실무기술진의 기술정보 교환과 회원 간의 친목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모인다는 개념은 아주 희박했다.
창립 후 1962년까지 6년간은 사무를 담당하는 촉탁직원 한 사람만으로 회지인 농업토목회지(農業土木會誌)를 발간하는 것이 유일한 협회의 사업이었다. 그 마저도 1958년 4월에 창간호를 냈지만 1959년까지 연 2회, 1960년에서 1961년까지는 연 1회 그리고 1962년에는 결간하는 형편이었다. 명칭 자체가 학회가 아니고 협회였기에 그랬는지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학자들조차도 학회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한 개념도 파악하지 못했던 시대였다. 솔직하게 고백해서 나도 처음에는 협회라니까 그저 동호인의 친목단체이거니 하고 참여를 했었고 협회의 무슨 임원이라도 되어 활약해 보겠다는 그런 공명심 같은 것은 털끝만치도 없었다.
그랬었기 때문에 협회장을 선출할 때도 서로 욕심이 없었고 둘레에서 ‘당신이 회장하시지 그래요?’ 하면 마지못해 ‘그럽시다’ 하고 수락하는 그런 분위기였으므로 어느 한 분은 4대를 연속 회장을 하신 분도 있고 3대를 계속 하신 분도 있었는데 이렇게 해서 협회를 이끌어 왔던 협회장이나 그 후 학회로 발전하여 학회장을 하셨던 분 중에서 이미 6분이나 타계하셨으니 아득한 옛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런 어수룩했던 시대에도 사회 환경의 변천에 발맞추어 약삭빠른 시대로 탈바꿈해 갔다. 점차 학회의 목적과 학회가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하고 바라보게 된 것이다. 1961년 5?16 혁명 이후 각 부문에 걸친 혁신의 물결이 출렁이며 각종 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져 갔다. 즉 1961년말 에는 수리조합의 통합이 강행되었고 이어서 토지개량사업법, 공유수면매립법, 개간촉진법 등등이 줄이어 발표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하에 1963년 7월에 대한농업토목기술협회는 제5차 정기총회에서 대한농업토목학회(大韓農業土木學會)로 개칭하고 회칙을 개정함으로써 학회로서의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고 동 1963년 11월에 농림수산부에 학회로서 등록 절차를 마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때 학회에 이변이 일어났다. 회원들 중에서 학회란 본래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학문을 연구하고 활동하는 곳이므로 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학회를 창설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자 순수한 학술단체를 만든다는 명목 하에 1963년 9월 한국농공학회(韓國農工學會)를 창설하였다. 여기에는 농업기계학을 전공하는 교수들이 포함되었고 회장에는 이창구(李昌九) 교수가 추대되었다. 이렇게 해서 졸지에 학회가 양립하게 되었다.
대한농업토목학회는 학회로서 새 출발은 하였지만 재정난과 사무실 없는 신세는 여전하였는데 그런 어려운 실정 속에서 출발 당초부터 수리조합연합회의 이상봉(李相鳳) 이사와 이정하(李正夏) 이사 두 분의 적극적인 배려로 연합회 직원인 조한원(趙漢元) 씨를 학회 사무원으로 돌려주어 봉급은 연합회에서 받고 학회 사무장으로 일을 하게 하였으므로 그 사무장의 테이블이 곧 학회의 사무실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이 두 분이야 말로 학회의 구세주였으니 그 고마움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1969년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에 근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는데 때마침 1967년 1968년 양년에 걸친 영호남 지방의 대 한발로 인하여 미곡 생산에 일대 타격을 받게 되자 거국적으로 한해 대책과 항구적인 한해 방지를 위한 농업용수개발계획이 수립되고 지하수개발을 포함한 소위 전천후 농업용수개발사업이 전개되었다. 대통령께서 진두지휘를 하는 대 사업이었으니 이로 인하여 농업토목계의 사업이 활기를 띠어 일손이 절실하게 요구되었으므로 각 대학의 농공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이 급증하였고 학회도 활발하게 진로를 개척해 나갔다.
1969년 1월에는 사단법인체로 농림부장관의 인가를 얻어 법원에 등기를 하였다. 정관도 개정하여 임원의 임기를 2년으로 하기로 결정하였으며 학회지도 농업토목학회지에서 한국농공학회지(韓國農工學會誌)로 하고 1년 4회 계간으로 발간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이렇게 새롭게 출발한 한국농공학회는 활발한 연구발표와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하여 활동범위를 넓혀 가기에 안간힘을 썼지만 궁색한 살림살이는 여전하였는데 이 때 7년 대한에 단비가 내리듯 학회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한 사업이 있었으니 그것은 농림부의 위촉에 의한 농업용수개발사업총람(農業用水開發事業總覽)의 편찬이었다. 이것은 우리나라 농업용수에 관한 당시까지의 모든 조사 자료를 집대성한 것으로 학회의 능력을 크게 부각시킨 업적이었으며 학회의 재정 면에도 크게 기여한 사업이기도 하였다. 당시 이 사업 담당부서에 있던 농림부의 안재숙(安在淑) 씨가 외면적으로는 편찬업무란 명목 하에, 내면적으로는 학회를 지원할 목적으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주었던 것이다.
이 편람은 그 내용이 다방면에 걸쳐 있을 뿐만 아니라 양도 방대하여 각계각층의 인사들의 협조 하에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원고 수정에서부터 편집업무의 실무를 담당한 고정 멤버는 이상봉, 이정하 두 이사님과 나(李基春)와 김시원(金始源) 교수 이렇게 네 사람이었다. 그리고 필요할 때 자주 나와서 도와준 사람은 유한열(劉漢烈) 교수와 윤오섭(尹梧燮) 이사 등이었다. 학회에 사무실이 없는 형편인지라 한국생산성본부의 한 사무실을 빌려 편집실로 썼었는데 두 이사님은 편집실로 퇴근을 하는 것이었고 우리 두 사람도 학교에서 퇴근하면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편집실로 직행하였으며 일요일과 휴가 때는 아침부터 출근하여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언제나 밤 12시에 가까웠다. 일을 하는 동안 매일 저녁밥은 학회 돈으로 사먹었는데 매일이면 매일 천 원짜리 김치찌개 백반이었다. 너무 같은 음식을 먹다보니 입에 질려서 하루는 김시원 교수가 용기를 내어 ?오늘 저녁에는 불고기백반 한번 먹어 보지요?하였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정하 이사님의 호통이 떨어지는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학회에 그럴 돈이 어디 있어? 한 푼이라도 아껴서 학회의 기금을 마련하려고 이렇게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텐데, 밥 사먹는데 다 까먹으면 무엇이 남겠어!? 김 교수는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불고기 백반의 값은 삼천 원이었다.
내가 이 얘기를 굳이 하는 것은 이런 분들의 학회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쌓여 오늘날의 학회의 기반이 다져졌다는 것을 젊은 후배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옛말에 石?玉而山輝(석온옥이산휘)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돌 속에 보석이 숨겨져 있으면 산 전체가 아름답게 빛난다는 뜻으로 이런 분들이 숨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 학회가 빛나는 것이다.
이러는 가운데 학회 운영도 쇄신을 거듭해 갔는데 이때 뜻밖에도 학회에 행운이 찾아왔으니 그것은 학회의 사무실이 생기게 된 것이다.
1970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 김윤기(金允基)씨가 회장이 되면서 과학기술회관 건립을 추진하게 되었는데 그 건축비 조달 방책의 하나로 각 학회에 대해 건립 후 사무실의 사용권을 주겠다는 약속 하에 투자를 종용하였다. 사무실의 크기는 20평과 40평 두 가지였는데 처음엔 학회의 재정이 빈약하므로 20평을 신청하자는 의견이었으나 당시의 강종무(姜琮武) 고문이나 이정하 이사 등이 나서서 장차 학회가 발전할 것을 고려해서 40평으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여 이 안이 채택되었고 오늘날 다른 학회보다도 넓은 사무실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해서 학회는 날로 발전을 거듭하였고 해마다 학술발표회를 개최함으로써 농공분야의 연구가 활발해졌고 외국 명사들을 초청하여 특별강연회도 자주 열었는데 이러한 활발한 연구 활동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농공학의 내용과 농공학회의 존재를 널리 세상에 알리자는 취지에서 학술발표회의 지방 순회제를 채택하여 학회의 위상을 한층 높여갔고 지방의 호응도 대단하였다.
한편 필댐 편, 관개 편, 배수 편을 필두로 해서 각종 계획설계기준이 줄이어 편찬되고 그 밖에 기술용어집, 표준시방서, 표준품셈표, 개간실무편람 등의 각종 기술서적이 편찬되었는데 다행히 새 사무실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이 사무실에서 편집 업무를 보게 되었으며 빈약한 재정 속에서도 집필자와 편집위원들에게는 적은 액수나마 수고료를 지불했는데 그 중에서 20%를 학회 기금으로 기부하는 것이 의무적인 일이었다. 나는 직장이 서울이었던 이유도 있지만 모든 서적의 집필과 편집 업무에 관계를 했기 때문에 당시의 사무국장의 말에 의하면 내가 기부한 액수가 제일 많았다고 하니 아마 제일 많이 일에 참여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시대는 변천하여 농업기계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농업기계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농업기계학회(農業機械學會)를 창립하는 바람에 학회는 또다시 두 개의 학회로 나뉘어졌다. 이 때문에 농공학회의 명칭을 다시 농업토목학회로 하자는 회원도 있었으나 우리는 농업기계분야도 포용한다는 뜻에서 변경하지 않기로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러는 가운데 학회가 자체적으로 기금을 조성해 보자는 취지에서 조그마한 아파트를 하나 매입했었는데 원래 기술인들은 소심해서 학회는 영리단체가 아닌데 투자 사업을 해서 되겠느냐는 겁쟁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져서 임영춘(林迎春) 회장 재임시 이를 매각하고 말았다. 이것이라도 어떻게 해서든 보존하고 있었더라면 오늘날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을 하는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래도 학회의 활동은 활기를 띄었고 새로운 제도까지 마련하였으니 그것은 시상제도 창안이다. 즉 포상위원회를 두어 회원들의 추천을 받아 심사를 거쳐서 학술상, 기술상, 장려상, 공로상, 감사장 등을 학회장이 시상하는 제도로 회원들의 사기진작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있었다.
80년대 초기부터 과학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전국의 과학자를 대상으로 각층 각계의 추천을 받아 과학기술 발전에 공로가 큰 사람을 표창을 하였는데 1984년도에 우리 학회의 추천으로 내가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상하게 된 것은 고맙고 감개가 새롭다.
90년대 초반으로 들어서면서 학회의 모습도 선진화 국제화의 물결을 타고 약동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기류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기술교류위원회까지 두게 되었으며 유근학(柳根學) 회장, 서승덕(徐承德) 회장 시대에 이르러 더욱 활발한 국제교류가 전개되었으니 93년에는 중화인민공화국 농업공정학회와 국제교류를 체결함으로써 시동이 걸렸다.
학회의 모습이 달라졌다는 것은 그 내면적인 면 뿐 아니라 외형적으로도 학회장이 젊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젊은이들이 학회를 이끌어 나가는데 참신한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음을 나는 대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젊은 학회장들이 자기가 책임을 진 2년 동안 무엇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어 이를 실천하고 활기찬 국제교류를 통해 우리 학회의 굳건한 모습을 국내외에 홍보하고 제도를 개선하여 운영의 내실화를 꾀하는 등 학회의 앞날이 촉망된다. 학회장이나 임원들의 이러한 활동은 티끌만치도 무엇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봉사활동이요, 자기희생이라는데 숭고함이 있는 것이다. 학회의 모습이 달라진 것은 사무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사무국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대 간사 조한원(趙漢元)씨나 2대 간사 박하선(朴夏善)씨는 학회에서 정식으로 채용한 것이 아니고 표현이 어색하지만 수리조합연합회나 토지개량조합연합회에서 파견근무 하는 것과 같은 형식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회계법을 익힌 지식이나 경험이 깊지 못해서 회계처리도 가정에서의 금전출납부와 큰 차이가 없는 정도였다. 이렇게 10여년을 지내오다가 학회사무실도 확정되고 학회의 사무량도 팽창일로에 있었으므로 경리사무에 경험이 많은 이상재(李相載) 사무장을 채용하게 되었고 회계처리도 제대로 궤도에 올랐다.
그렇기는 해도 학회의 재정난은 여전해서 사무장이 애를 많이 썼고 명칭도 사무국장으로 대접하게 되었다. 한동안 마치 학회의 모든 처리를 사무국장이 도맡아 하는듯한 감이 들 정도로 뛰어 다녔다.
그러다가 자기가 계획하는 사업이 있어 퇴직의사를 밝혔고 장예환(張禮煥) 사무국장으로 교체되었는데 장국장이 부임하면서 사무국이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즉 회계처리도 회계법에 의한 격식을 갖춘 완전무결한 처리가 이루어졌고 모든 사무가 컴퓨터에 의해 신속 정확하게 처리되어 나가고 있으며 유관기관과의 유대강화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1997년 10월에는 최예환(崔禮煥) 회장과 임원들의 노력으로 창립 40주년기념 국제심포지엄 및 학술발표가 있었고 1998년 9월에는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연구개발 정보센터에 지원 홈페이지(http://www.kordic.re.kr) 협약을 체결하고 이어 유니텔에 한국 농공학회 E-mail: tksae@unitel.co.kr 로 가입하여 학회가 정보화 시대에 돌입하게 되었다.
98년 5월에는 일본 농업토목학회와 국제결연을 체결하는데 합의하였으며 이후 해마다 양국의 대표가 초청되어 학회 총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2002년 2월에는 공학인증국제회의 및 WWF 3 프리 심포지엄 대비 협의회의를 개최하였고 2002년 12월에는 제5회 공학교육 및 APEC 기술자 자격인증회의에서 아시아 몬순 논농사 지역 제2회 국제회의 참여 문제와 제3회 세계 물포럼 참여 문제를 토의하였다. 또 International Society of Paddy and Water Environment Engineering 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2003년 2월에는 PAWEES 회장이 학회를 방문하여 차기 회장인 권순국(權純國) 회장과 회의를 가졌다.
이런 가운데 2003년 10월 학술발표대회를 제주 휘트니스타운에서 개최한 것은 이근후(李根厚) 회장과 그 임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학회에 새바람을 불어 넣은 쾌사였다.
80년대 후반부터 농업이 사양길에 들어서자 농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침체와 좌절에 휩싸였고 이런 분위기는 학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 운영의 어려움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회는 꿋꿋한 신념으로 뭉쳐 학회내의 제도의 쇄신은 물론 국제 교류에 있어서도 더욱 활기를 띠고 있어 농공인의 굽힐 줄 모르는 농업사랑, 국토사랑의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음을 바라보며 옛날 사람의 한 사람으로 뿌듯하고 믿음직스러운 마을을 가슴으로 느낀다. 거기에 더욱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학회의 추천으로 공적 하나 없는 나에게 PAWEES 상을 수상하게 해준 김태철(金泰喆) 회장과 그 임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하며 아무리 학회가 새 물결을 타고 젊어졌어도 옛 선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이토록 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감회가 깊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학회도 이제 반세기의 나이를 먹었다.
학회 창립 당초부터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걸어온 50년간을 돌이켜 볼 때 그 많은 시련과 우여곡절을 어찌 여기에 모두 기록할 수 있겠는가마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것은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관련기관들의 협조와 도움으로 오늘날의 학회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농림부, 한국농촌공사(그 전신인 대한수리조합연합회, 토지개량조합연합회, 농업진흥공사, 농어촌진흥공사,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지개량조합, 농업기반공사), 그리고 여러 건설 및 엔지니어링 회사들의 도움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린다.
2007년 10월에 학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하기 위해 이정재(李政宰) 회장 이하 임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때가 농공학회의 참모습과 저력을 만방에 선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기(史記)에 功者難成而易敗時者難得而易失也(공자난성이이패 시자난득이이실야: 일은 성취하기가 어렵고 실패하기는 쉬운 것이며 기회는 얻기가 어렵고 잃기는 쉬운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 학회 50년사를 편찬함에 있어 편찬위원장의 기회를 맡겨준데 대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우리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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