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공학회 초창기를 돌아보며!
이 정 하
제8, 9대 학회 부회장
학회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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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 三食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우리의 主食인 米穀을 自給自足하게 된 것은 農業土木事業이 최근 50여 년간에 걸쳐 用水供給과 農地를 確保하면서 5,000여 년간의 饑餓로 살아온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게 하는 근본이 되었다. 여기에 그 학문적, 기술적 牽引車 役割을 해온 韓國農工學會를 回顧하지 않을 수 없다.
韓國農工學會의 初創期에 관여했던 한 사람으로 韓國農工學會가 50年間의 흘러온 뒤 현시점에서 다시금 되돌아보니 感慨無量하고 어느덧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러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倭政때 日本國의 戰爭手段의 하나로 米穀增産政策을 하기 위하여 土地改良事業은 대단히 중요시되었고, 또한 활발했다. 解放이후 農業用水施設로 貯水池나 取入洑 등으로 灌漑事業을 꾸준히 수행하여 그 명맥을 이어오다가 1950. 6. 25에 6 · 25 사변으로 인하여 농업토목사업은 역시 수난을 겪었고 1 · 4 후퇴 후 首都 서울이 수복되고 1953 휴전이 된 이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1957. 1월 學會 創立 당시는 사무실이라고 정한 것은 없고, 土地改良組合聯合會 李相鳳 氏가 農林部 課長의 사무실을 이용해서 학회회의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주 이용해왔다.
본인은 1961. 5. 16 혁명이 발생한 이후 培材學校에서 農林部 公開採用試驗에 합격하여 農林部 課長으로 발령을 받음으로써 본인의 사무실을 이용해서 학회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農林部 長官은 鄭樂勳(前 忠南知事) 씨였고, 農地局長은 姜琮武 씨(初代～4代 韓國農工學會 會長, 1957～1965)였다. 또한, 農林部 廳舍는 日帝時代 簡易 生命保險 建物에 임시 사무실이 있었는데 火災가 나서 소실되어 사무실을 南大門(崇禮門) 앞의 日華빌딩으로 이전했다. 그리고 共和黨이 집권할 때 1963 農林部 柳炳賢 長官시절 朝鮮總督府 자리에 第1別館을 農林部 事務室로 옮겨 사용했다.
1964～1965 農林部 長官은 車均禧 씨였는데 당시 본인이 農林部 局長으로 재직할 때 地下水를 開發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스라엘처럼 地下水를 管井으로 개발했는데 D=1,800 mm 펌프를 가설해서 灌漑함으로서 農業用水를 충분히 사용하는 나라도 있다고 하며, 우리나라도 地下水를 이용해서 農業用水로 사용하도록 하자고 商工部 地質調査所 所長인 朴所長 외 몇몇이 建議書를 내어서 地下水를 가지고서도 農業用水로 충분하다는 타당성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大統領 年頭巡視 때 局長인 본인이 農業用水 開發은 農業用水開發事業으로 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建議를 한 것이 원인이 되어 農林部의 局長職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 본인은 잠시 쉬었다가 土地改良組合聯合會 副社長으로 재직하게 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學會事務局 趙漢元 幹事(土地改良組合 職員)가 업무를 추진하면서 1970 農業用水開發事業總覽(補完版)을 집필 및 주관을 당시 李相鳳 고문, 李基春, 金始源, 劉漢烈 교수 등이 참여하고, 安在淑 農林部 課長(당시)의 지원을 받아 學會에서는 처음으로 農業用水開發事業總覽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에 앞서 1965 農業工學技術用語集(政府補助), 1968 農業土木技術設計便覽(自體事業),과 農地改良事業計劃設計基準(灌漑編) 및 農業用水開發事業總覽(政府補助) 그리고 1970 農地改良事業計劃設計基準(耕地整理編, 排水編, 頭水工(取入洑)編) 과 農業用水開發事業總覽(補完編)이 여러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나오면서 그 이후 計劃設計基準을 계속해서 編纂하여 編纂事業이 학회발전의 牽引車 役割을 하였고, 오늘날의 編纂事業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1970 韓國科學技術團體總聯合會를 金允基 會長이 맡으면서 現 科學技術會館을 건축하고 각 학회에서 필요한 事務室 面積을 신청하여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본 學會에서는 출자를 해서 20坪, 40坪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20坪으로 하기로 합의한 것을 姜琮武 顧問(당시 學會長 李相賢)께서 20坪은 좁아서 얼마 후 부족하니 40坪으로 하자고 주장하여 40坪을 신청하게 되어서 오늘날 본 학회 사무실은 다른 어느 학회보다도 넓고 훌륭한 학회사무실을 확보하여 사용하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다른 이야기지만 學會基金造成 方案으로 銀馬아파트 30여 평짜리를 구입하였다가 학회가 投資機關으로 되어서야 쓰느냐고 반대하는 몇몇 분들에 의하여 전세금을 반환하고 나머지 900만 원 정도만 차익을 남겼는데, 당시 農業土木핸드북의 財源이 없어서 방안을 찾던 중 이 돈을 그 재원으로 사용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우리들의 眼目이 너무 근시안적이었음을 느끼며, 오늘날까지 소유하고 있었더라면 요즈음처럼 학회의 살림이 어려운 때 큰 힘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섭섭한 마음이 들게 된다.
1969 大韓農業土木學會와 韓國農工學會와의 名稱을 社團法人 韓國農工學會로 統合하며 오늘에 이르도록 하여 跳躍의 길을 걸었으며, 韓國農業機械學會의 韓成金 會長이 분리를 주장하여 독립되어 나갔으나, 그럴 줄을 알았다면 農業土木學會 원래의 명칭을 원래대로 두었으면 좋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 당시 李熙榮 顧問 등 몇몇 분이 學會名稱變更은 회원확보차원에서 韓國農工學會로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어서 오늘날까지 韓國農工學會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나, 시대의 변천에 따라 바꿀 수는 있으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상징적 의미가 있어야 하며 大韓土木學會에서도 명칭변경연구를 많이 했으나, 아직 명칭을 바꾸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米壽를 가까이 바라보는 내 나이에 이렇게 韓國農工學會50年史에 一言이나마 初創期의 學會活動을 기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어 고맙게 생각하며 앞으로 韓國農工學會의 無窮한 發展을 祈願합니다.
한국 간척사업의 발전을 회고하며!
윤 오 섭
제14대 학회 부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재)한국농촌개발연구소 상임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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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여 년간 한국농공학회를 이끌어 오신 역대 회장님들과 관계자들에게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
본인이 한국농공학회의 평회원으로서 학회와 좀 더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67년 당시 대한농업토목학회에서 편찬한 “농업토목설계편람” 제12편의 간척편을 집필하게 되면서이다.
당시의 우리나라 간척사업의 현황은 광복 후 착공한 의신간척지구등 4개 지구가 준공되고 삼산지구 등 2개 지구가 준공단계였으며 대천확장지구 등 3개 지구와 국가경제개발의 일환으로 의욕적으로 착공한 동진강간척사업이 공사 중이어서 간척사업의 필요성이 강조된 시기였고 본인은 1952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한수리조합연합회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군복무를 마치고 복직하여 진도 의신간척지공사감독-기획부 설계과 간척계- 설계과 간척계장- 토지개량조합연합회 간척부 간척과장을 거처 조사설계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으므로 학교졸업 후 군복무 기간만 제외하고는 간척관계 업무만 종사한 우리나라 간척기술의 실무를 총괄하는 중견기술자라 할 수 있다.
당시의 우리나라의 간척기술은 왜정시의 기술을 모방하던 단계를 벗어나 방조제 단면이나 끝막이 공법을 우리나라 여건에 부합하는 독자적인 기술이 개발되던 시기로 1961년 8월 12일에는 3년 전에 준공한 대천방조제가 태풍에 의해 결괴되었던바 당시 간척계장에 취임한지 얼마 안 되는 본인이 명에 의하여 현지조사를 시행하고 출장복명서에 다음사항을 제안하였다. ① 즉 해수를 차단하는 방조제 본체인 성토단면과 이를 외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외측비탈 피복공은 직접 접속시키지 말고 필터층을 중간에 설치할 것, ② 외측비탈 피복공을 쌓아 올라가다가 외력이 가장 큰 부위에서 파압의 감쇄효과를 기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소단의 끝부분은 돌쌓기 공사의 구조적 취약부분으로 소요 개당중량의 피복석을 시공할 수 없으니 비탈면과 수평면을 직선으로 연결하지 말고 곡선으로 할 것 등이며, 이외에도 파고와 외측비탈기울기 및 피복공의 소요 개당중량과의 관계 등 선진기술이 도입되었다. 1963년에 착공한 동진강방조제에서는 전술한 개선안을 반영함과 함께 방조제의 여건에 맞게 외측비탈 기울기를 1:3.0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완경사형 방조제단면이 채택되었고 성토단면의 침투로장 검토 등이 이루어져 한국형 방조제단면형성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다.
끝막이 공법은 기왕의 소규모지구에서 흙가마니 쌓기공법, 잔교-인력토운차에 의한 점축식 공법으로 어렵게 성공시킬 수 있는 정도였으니 동진강방조제의 유출입 조석량, 대조차, 매립면적 등의 끝막이 여건은 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경험한 바 없는 끝막이 여건 이었으므로 과거의 소규모지구의 끝막이 경험이나, 여건이 다른 선진국의 끝막이 공법으로는 합리적인 끝막이 계획을 수립할 수가 없었다. 최초 안으로 1,000 m 구간에 2 m 간격인 각락판 공법으로 계획하였으나 현장여건이 여의치 않아 2,550 m 구간에 잔교를 가설하고 사석을 기관차로 운반하는 점고식 공법으로 변경하여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어가며 가까스로 끝막이 공정의 약 90% 정도까지 추진되었을 시 1966년 9월 15일 대조의 수리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162 m 구간이 EL-20.0 m까지 세굴 되는 쓰디쓴 고배를 마셨다. 그리하여 일본농업토목학회 자문단과 국내 원로토목기술인으로 구성된 간척사업기술심의 특별위원회 등이 현지조사를 하고 대책 및 건의안이 제출되었다. 그러나 유실에 대한 책임으로 기가 죽은 우리나라 간척기술진은 당초 끝막이 계획은 경험이 없어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였으나 그간의 1호 및 2호 방조제의 공사경험 특히 2호 방조제의 끝막이 공사를 시행 후 유실되기까지의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생생한 지식으로 각안에 대한 끝막이 구간의 위치별 정확한 위험도의 분석으로 현지여건에 부합한 보완계획(자문단이 제시한 안에는 없는)을 수립하여 차질없이 성공시킴으로써 조차가 커서 끝막이 공사시에 강력한 조류속의 발생이 불가피한 우리나라 방조제 끝막이 공사를 시공도 용이하고 공사비도 아주 저렴한 독자적인 공법개발의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으며, 여기서 끝막이둑 기초지반 토립자 유실을 방지하는 매트리스구조 및 공법개발과, 강력한 조류속에 합리적인 축재재료인 돌망태 및 그에 의한 공법 등이 개발되었다.
이러한 간척사업에 대한 여건이었음에도 우리말로 된 간척기술에 대한 체계적인 설계이론이나 공법 등에 대한 참고서나 지침서는 없고, 간척사업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이 필요한 사항을 각자 메모한 것이나 청사진으로 된 자료들이 전부였으니 체계화 된 간척기술 이론이 크게 요구되는 시기에 “농업토목설계편람”의 간척편을 본인이 집필하게 되었으니 그간의 간척공사 공사감독과 대 · 소지구의 간척지 조사설계 시에 체험한 아쉬웠던 점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입수할 수 있는 외국자료 등을 소화하여 실무자가 필요한 사항을 정성을 다해서 집필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후 근 반세기동안에 세계적으로 규모면에서나 지구 수에서나 난이도면에서 가장 많고 어려운 간척공사를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이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우리나라 여건에 부합한 방조제 단면과 끝막이 공법을 갖고 있는 현시점에서 꼭 40년 전 황무지에서 집필한 “농업토목설계편람 간척편”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금도 그 시절에 이런 내용을 집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는 것은 자만 만은 아닐 것이며 이로 인해 나 자신도 간척기술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음도 사실일 것이다.
그 후에도 학회 농지조성분과위원, 부위원장, 위원장, 학회 부회장, 현재의 고문에 이르는 동안에도 1973년 아산방조제 끝막이공사의 공법으로 점축식과 점고식 양론으로 크게 대립되었던 상태에서 우리나라 끝막이 여건과 시공조건 등을 분석하여 점축식 공법으로 유도하는데 성공하여 끝막이공사도 무난히 성공시켰고 그 후의 점고식 주장은 한 번도 나온 바 없다. 1978년에 시행한 삽교천방조제 끝막이 공사계획에서는 동진강방조제 끝막이 공사 실패를 거울삼아 기초지반보호 매트리스의 중요성을 감안 간조시 노출되는 지대에서 육상작업에 의한 완벽한 시공이 가능토록 하여, 매트리스 자체는 완벽하게 시공되었으나 상고공을 계획대로 시공하는 도중 유실되었다. 이 사항을 심층 분석하여 한국농공학회 87학술발표대회에서 “우리나라 여건에서 점축식 끝막이시의 상고표고의 결정방법” 이란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 외에도 학회 연구사업으로 1971년 우리나라 처음으로 제정되는 “농지개량사업계획설계기준 해면간척편” 집필 책임연구원 및 1989년에서 1990년까지 시행한 동 기준의 개정 및 보완 책임연구원, 1983년에서 1984년까지 시행한 “방조제 기술개발연구” 책임연구원과 2000년에 시행한 시화방조제 소송에 대한 감정을 총괄하였다.
농공학에 대한 추억
이 희 영
제16대 학회 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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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농공학회장으로 농공학회 창립 30주년 행사를 주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50년사에 회고담을 쓰라는 청탁을 받고 보니 세상이 참으로 빨리 가는 것을 느끼게 되며, 그 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감개가 무량하다.
1. 산산조각 난 나의 농공학 입문(대학시절)
내가 청운의 큰 뜻을 품고 갈망하던 농과대학 농공학과에 입학 한 것은 1950년 6월 초이다. 그러나 입학한 지 3주 만에 6 · 25 동란이 일어나 대학입학의 기쁨과 나의 꿈을 일시에 빼앗아가 버렸다. 6월 26일 등교를 하였으나 수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27일 등교를 하니 오전 11시경 전교생을 즉시 운동장에 집합시켜 당시 학장이셨던 조백현 선생님께서 “6월 25일 새벽 북한 공산군이 38선 전 구간에서 일시에 남침하여 동족 간에 전쟁이 일어났으며, 기습적 남침으로 전황이 좋지 않아 당분간 휴교하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며 “전황이 좋아지면 개교할 것이니 통지할 때까지 가정학습을 하라”고 하시면서 목이 메어 더 말씀을 못하시고 단에서 내려 오셨을 때는 참으로 암담하였다.
이렇게 하여 시골집에 내려 온지 얼마 안 되어 고향마을(경기도 안성군)은 북한 공산군의 점령지가 되었고 그때부터 강제징집하는 의용군(남쪽청년들로 편성한 공산군)으로 붙들려가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산으로 들로 숨어 지내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으며, 1950년 9월 28일 서울이 수복된 이후에도 학교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어 몹시 궁금하였다.
1951년 5월 전시특별조치령에 의하여 부산, 대구, 광주에 국립대학교 전시연합대학이 설치되어 강의가 시작되어 나는 대구에 설치된 전시연합대학에 등록하여 대구농대에서 수강하여 학점을 취득하였고, 9월에 수원모교에 서울대학교 연합대학이 설치되어 10월 1일 개강하였다. 1952년 2월 25일을 기하여 각 지방의 전시연합대학이 해체되어 비로소 모교인 농과대학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폭격으로 입학당시의 교사모습이나 기숙사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폭격으로 붕괴된 강당, 실습실, 도서관, 폭격 맞은 교사를 임시보수 한 것을 강의실로 사용하는 등 환경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1952년 4월 1일에 입학한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1950년 입학한 농공학과 동기동창 12명이 얼굴을 대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설도 다 파괴되고 실습기구도 하나 없고, 교수님도 납치, 타계, 전직 등으로 이창구, 박성우 교수님뿐이고, 나머지는 외래강사로 충당을 하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고, 강의 자료도 없어 교수들이 노트를 읽어주면 받아쓰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대학입학과 동시에 6 · 25 동란이 일어나 1953년 7월 27일에 휴전이 되었으니 대학생 시절은 완전히 6 · 25 동란 중이었다. 이것이 나의 꿈 많았던 대학생활의 전부였고 농공학에의 입문이었다.
2. 우리나라의 농업토목 기술의 전환
나는 1957년 6월에 수리조합연합회에 입사하여 기획과 설계조사반에 배속되었다. 개인 책상이 고정 배치되지 않고 설계조사반이 출장가면 빈자리가 자기의 자리가 된다. 나는 고등학교 교사도 하고, 대학원을 마치고 입사하여 상당한 고차적인 기술업무가 부여되는 줄 알았는데 용수로의 낙차공 토목재료량을 계산하라는 것이다. 주어진 것을 다하면 새로운 것을 주는 것을 기대하고 열심히 빨리하여도 같은 일의 반복이라 내가 바라는 기술습득은 요원한 것 같았다. 옆을 보면 계산도 하고, 도면도 그리고 하는데 신입사원인 나에게는 늘 그림의 떡이었다.
후에 조사반에 편성되어 출장을 가서, 수로의 위치선정과 몽리구역을 확정하기 위한 평야부 표고측량을 하는데 필지마다 번호를 매기면서 고저측량을 하고 표고를 계산하여 평면에 기입하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이 끝나면 반장이 저수지 위치와 용수로 선정을 하여 저수지 제당의 종단횡단 측량, 그리고 여수토(물넘이 급수로, 방수로)의 측량과 용수로 종단횡단 측량과 종단구조물과 횡단구조물의 위치와 규모를 결정하여 구조물 위치마다 구조물 명칭을 기입한다. 저수지의 댐이나 물넘이의 종횡단 설계는 반장과 고참기술자 몫이고, 그 긴 용수로의 표고계산과 전개는 나의 몫이었다. 그러면 계획선이 들어가 각 횡단의 표고가 결정된다. 그러면 용수로 횡단의 전개도는 내 몫이었고, 토적계산도 나의 몫이다. 일의 양은 엄청나지만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단순작업이고 저수지, 여수토의 설계나 용수로 구조물의 설계는 나에게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단순작업을 부지런히 하면서 몇 개 지구를 따라 다니다 보니 이것은 노동자 일이라고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차라리 고등학교 수학선생이 훨씬 보람이 있는 것 같이 느껴 실망도 하였으나 내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참고 견디었다. 어깨 너머로 보아도 그리 어려운 계산도 아닌데 철저히 보안하여 기술전수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고 고려청자의 기술이 중단된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였다. 한 1년 지나서 반장이 이 계산 좀 해라, 저 계산 좀 해라 하는데 그 원인이나 이치, 공식은 알려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어, 그래도 차차 좋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UNKRA의 기술원조로 연합회 기술자들이 대거 미국에 6개월, 1년의 연수를 마치고 각종 설계자료를 책자도 되기 전의 영문프린트로 가지고 돌아와서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도 설계를 해야 한다고 번역을 하여 학회지(1958. 4 창간호)에 발표를 하였다 (이 원문이 기초가 된 것이 지금의 설계기준이 됨).
우리나라의 물넘이는 대부분이 측구식인데 가지야마(梶山)식을 사용하였고, 급수로는 수심을 일정하게 하고 바닥 폭을 조절하고 등류 흐름으로 바닥경사로 수리분석을 하였으며 급수로(사류)에서 상수로의 접합부의 감세는 도수현상에 대한 수리적 해석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설계되었다. 따라서 기존 저수지의 이 진수지 부분이 파괴되지 않은 곳은 거의 없었다.
이들은 수심을 일정하게 수로 폭을 축소, 확대하고 수로바닥 경사로 설계되어 등류인 경우는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나 측구나 급수로, 방수로 수로에서도 단면이 변하거나 기울기가 변하는 곳에서는 등류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수리해석은 불합리하였다. 사라호 태풍시 경주 보문지 여수토의 급수로와 방수로 진수지가 파괴되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경기공업고등하교 수리시험실을 빌려 수리실험을 한 바 수리계산과 불일치한 수리현상을 발견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여수토의 수리분석은 운동량 방정식에 의한 Hind 식을 이용하고 급수로 용수로에서는 에너지 방정식에 의한 수면경사로, 진수지 설계는 한계수심을 이용한 사류에서 상류로 변하는 도수수심과 도수발생거리를 이용한 진수지형, 또는 도수형으로 설계하게 되었다. 또는 용수로나 배수로에서의 수리분석도 에너지 방정식을 이용한 수면경사로 하였으며, 잠관설계도 유입구, 유출구에서 단면변화에 따른 손실수두를 고려하게 되었다. 이로써 수리분석의 대혁신이 일어났으나 이를 수용하는 기술자가 부족하여 이 수리계산 하느라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였으며, 저녁 10시경 집에 가려고 하면 다리가 뻑뻑하여 움직이기가 불편하였고 장단지가 퉁퉁 부어있었다. 이렇게 지나다 1961년에 기술교육훈련소가 생겨 측수로, 급수로, 진수지의 수리설계를 실시하도록 기술보급을 하였다.
우리나라의 농업용저수지는 주로 토언제로, 그 단면은 높이에 의하여 내외측 제방의 비탈면 기울기를 정하여 중심점토용 코어형으로 설계하고 있었다. 사용하는 축제 재료의 성질 등이 고려되지 않은 불합리한 것이었다. 이를 현장의 축제 재료에 대한 토질시험 결과를 가지고 제체단면을 가정하여 침윤선을 계산하여 작도하고 모든 안전도를 계산하여 가정단면이 안정도 내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 식으로 단면적을 설계하였다. 이와 같은 기술혁신에 크게 뒷받침된 것은 1959년의 수리, 재료, 토질실험실이 생긴 덕이 크다.
비록 출발은 골방의 시험계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한국농촌공사의 안산에 농어촌연구원으로 대규모로 발전하여 농업토목 기술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3. 삽교천방조제의 대안입찰
1975년에 삽교천방조제 공사입찰을 한바 평화건업(현재 롯데건설)이 낙찰을 받기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방조제의 축재재료가 산토로 원 설계된 것을 해사로 준설하여 축제하는 것으로 대안입찰 하였으며, 이것이 평화건업보다 저낙찰가여서 현대건설이 낙찰을 받아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하였다. 농진에서는 대안으로 제시한 현대건설의 설계가 단면이 부족하여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낙찰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현대건설에도 충분한 설명을 하였으나 기술적으로 충분하다고 이의제기를 철회하지 않아 중앙설계심의위원회에 회부하게 되었다.
당시 국립건설연구소 중앙설계심의위원회의 심의위원이라 하여도 농진에서 추천된 사람과 현대건설측에서 추천한 사람들로 구성되었으며, 여러 파트별로 되어 있었고 대안이 방조제 단면으로 안전하냐가 주 의제였다. 이때 방조제 파트에는 양쪽에서 각각 5명 정도로, 구성원 중 농진측은 실무자 3명과 대학교수 2명으로 나도 여기에 끼어 있었다. 심의는 전체회의에서 농진 측과 현대건설 측의 설명 후에 위원들 간에 토론하는 것이었다.
대안 측에는 교수가 4명에 실무자가 한명인데 이 사람은 깊은 이론도 없이 방조제 단면결정의 Lane (레인) 경험공식을 부정하고 아무것도 아니다 라고 하며 대안설계가 타당하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으며, 정모 교수가 제방단면공식을 제시하였으나 이는 적용할 수 없는 실험공식이라고 간단히 설명을 하여 별 문제가 없었다. 수리학의 어느 교수는 여러 가지 수리학적으로 대안이 안전하다고 설명하면서 농진은 과대한 단면으로 막대한 국고를 손실시킨다고 원설계를 규탄하였다. 나는 어이가 없어 수리학을 대학원에서 선생님에게 배웠는데 이 이론이 틀리면 선생님이 나에게 수리학을 잘못 가르쳐 주었다고 하면서 조목조목 설명을 하여 그 문제를 잠재웠다.
대안측 위원들은 일반토목 한 사람들이고, 간척지의 방조제 개념이 없으며 저수지의 제당이나 하천제방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조수의 간만을 차단하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간만의 차가 8～9 m 되는 것에 제방을 축조한다는 것은 전연 생각을 못하는 상태이고, 대안이 타당하다는 선입감을 가진 때문인지 아무리 역설을 하여도 수긍하지 않았다.
대안측의 위원으로 나온 어느 교수는 이론만이 아니고 실무에도 깊이 관련하고 계신 분인데 여러 날 심하게 토론을 하는데도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말을 안 하여 개별적으로 왜 한마디도 않느냐고 했더니 원안이 흠잡을 데가 없고, 농업토목이 이렇게 앞섰느냐고 하면서 농업토목을 새롭게 인식하였다고 하면서 나보고 수리만 하는 줄 알았더니 언제 토질역학을 그리 공부하였냐고 말하여 농진 기술진이 나의 토질역학 스승이라고 하며 한 바탕 웃기도 하였다.
대안이 이렇게 문제시 된 것은 그 시대의 한 단면이며 권력의 힘이 그렇게 무섭다는 것을 알았으나 진실 앞에는 그래도 잘 안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며, 이러한 경우에도 세파에 휩싸이지 않은 양심적인 정도(正道)를 걷는 분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때 대안의 간사로 토질역학을 한 모 교수와 원안 간사로는 내가 밤을 새우면서 종합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원안은 그대로 인정하여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그 다음날 종합보고서 최종심의시 대안 측 모 교수가 방조제 단면계산에 왜 그 식을 검토하지 않았느냐고 하여 어리둥절 하는데 그 교수가 그 공식은 이 방조제 단면계산에 적용할 수 없는 식이라고 하여 간단히 끝났다. 즉 원리원칙과 진실은 승리한다고 하는 신념을 얻게 되어 몹시 흡족하였으며 농업토목의 위용을 과시하고 농업토목을 일반토목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되어서 그 간의 미움도 고달픔도 싹 가셨다.
그때 관여하였던 농진공의 기술진에 깊이 감사하며 그 노고를 치하한다.
나의 농공 50년
강 예 묵
제18대 학회 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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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농업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수학선생님(담임선생님)의 재미있는 강의에 호감을 느껴서 사범대학 수학과를 졸업하고 수학선생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어느 친구가 서울대학교 입학원서를 가지고와서 안 간다고 버리기에 엉겁결에 주어서 담임선생님한테 가지고 가서 상담을 드리게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수학과를 가려고 했으니 농공학과가 좋겠다고 하셔서 농공학과가 무엇을 하는 곳 인지도 모르고 응시해서 입학한 것이 농공학이라는 학문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재학 중 1, 2학년은 미군부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3, 4학년 때는 중 고등학교 수학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1957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해 5월에 조교(무급)발령을 받으면서 대학에서 측량실습과 재료역학(당시는 교수가 부족해서 조교가 대강을 했음)까지 강의를 담당하고 있던 중 1957년 12월에 징집영장을 받고 입대하게 되었다. 대학원 재학생으로 단기복무를 해서 1959년 6월에 제대했고 대학원에 복학했을 때 이기춘 고문님을 처음 뵙게 되었고, 나를 오산 중 고등학교에 소개해 주셔서 1960년 3월에 부임하게 되었으며 담당과목은 역시 내가 하고 싶었던 수학이었다. 이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밤에는 수원에 있는 농과대학의 실험실로 출근해서 대학원 학위 논문을 준비해서 마침내 1962년 2월에 석사학위를 받게 되었다. 1962년 2월 초에는 모교 교수님의 권유에 못 이겨 수원에 있는 농림공무원교육원에 조교관으로 취임했으나, 1개월 후인 1962년 3월에 진주농과대학(현 경상대학교 농과대학) 농학과에 부임하게 되었고, 담당과목은 역시 또 수학과 측량학이었다. 6개월 동안에 오산중고교를 떠나 농림공무원교육원 및 진주농과대학을 거쳐서 1962년 9월에 충남대학교 농공학과에 발령을 받으면서 제자리에 안정하게 되었고, 농공학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충남대학교에서는 그때부터 1999년 2월까지 37년 6개월 동안 지반공학 분야의 강의를 담당하면서 학과장, 교무과장, 교무처장 등을 두루 거치면서 교무행정을 경험해보았으니 비교적 순탄한 교수생활을 한 셈이다. 재직 중에는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1972년 2월에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여러 대학의 농공학과에서 지반공학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들과 현업에 종사하는 유능한 후진들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과정을 같이 연구했기 때문에 내 나름대로 많은 보람을 느끼면서 재미있는 교수생활을 하였고 이제는 명예교수 직함을 가지고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있다.
농공학회와의 인연은 1963년에 학계중심의 농공학회에 입회하고 1969년 양 학회가 통합한 후 1973년부터 이사, 교육 분과위원, 재료 및 구조 위원장, 편찬위원, 토질 및 기초 위원회 위원장, 편찬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편찬위원장을 하면서 느꼈던 일중에 여기에서 꼭 알리고 싶은 것은 지금은 타계하셨지만 김시원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 김시원 교수님은 학회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이 편찬업무라고 하시면서 1976년부터 학회지편찬위원 또는 편찬위원장으로 활동하시면서 학회지 발간에 기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는 회장재임 중에도 편찬위원회는 꼭 참석을 했고 회장퇴임 후에도 편찬위원회에 자진해서 계속 참석하셨기 때문에 편찬위원회 고문으로 모시기도 했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그분의 농공학회에 대한 애착심은 참으로 존경스럽고 또 누구보다도 열성적이었다고 느껴진다.
1991년 3월에는 여러모로 자격이 부족했으나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농공학회 제18대 회장에 취임하게 되었으니 학계에 몸담은 나로서는 가장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할 각오로 취임했었다. 학회장에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당면한 과제가 농업토목 핸드북을 발간하는 일이었다. 1985년 7월 2일에 농업토목핸드북 편찬 준비위원회를 개최하고 96명의 편집위원을 위촉해서 집필 완료된 원고를 보충, 선택, 정정을 수없이 반복해서 1991년 8월 7일에 농업토목핸드북(상권: 제1편～제3편)의 발간계약을 농어촌진흥공사와 체결하고 1991년 12월 15일에 988페이지에 달하는 농업토목핸드북(상권)을 발간하게 되었다.
이어 1992년 6월 10일에 농업토목핸드북(하권: 사업편, 기초편)의 발간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다. 집필된 원고를 검토하고, 1992년 여름휴가 중에 집중적으로 정정 및 보완작업을 거쳐서 1698페이지에 달하는 농업토목핸드북(하권)을 1992년 11월 30일에 발간하게 되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에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끝까지 이 핸드북 발간 업무에 헌신적으로 협조해 주신 안재숙 고문님, 이기춘 고문님, 김철기 고문님, 그리고 엄태영 고문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1991년 3월 9일부터 1993년 3월 5일까지 핸드북에만 매달리다 2년 재임기간이 다 지나갔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초대 회장부터 18대 회장까지 11대 회장이신 고재군 고문님과 18대 회장인 본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물과 관련된 농업토목을 전공하신 회장이었다. 그래서 회장직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임원 여러분과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로 무사히 임기를 마치게 된 것을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는 젊고 유능한 회원들이 우리 한국농공학회를 더욱 훌륭한 학회로 발전시켜줄 것을 기대하면서 나름대로 20세기 후반의 대학교육과 한국농공학회의 발전과정에 일익을 담당했었다는 긍지를 지니고 조용히 뒷전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5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농공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면서 이만 줄인다.
농업기반조성사업 조사설계업무의 회고
엄 태 영
제18, 19대 학회 부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재)한국농촌개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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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최초로 농업용수개발사업에 종사하게 된 것은 1957년 4월 27일 대한수리조합연합회 사업부 기획과에 기수로 발령받고 부터이다.
그 당시 사업부에는 기획과와 설계과의 양과가 있었으며 종래 답습하던 기술의 설계요령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선각자들의 배려로 미국 USBR에 연수를 맞히고 돌아온 고 김학영, 고 조용칠, 고 함준호, 임은진 씨 등이 미국의 선진기술을 설계에 접목 시키려고 노력하는 때이다. 이로 인해 토질시험실이 설치되고 한 조직에 의한 여수토 방수로 설계 등이 시도되고 있었다.
한편 이때만 하더라도 농업기반조성사업의 번창기로서 조사 설계 업무가 폭주하며 인원부족 현상은 초래하고 있었다.
제가 최초로 조사 설계 업무에 참여한 것은 윤두수 씨를 반장으로 5명이 한반이 되어 고창지구 아산저수지(저수량 2,940ha, 몽리면적 3,830ha)의 조사 설계 업무를 참여한 것이 시초로 함안지구 1,228 ha의 배수개선사업의 조사 설계, 김해농조 12,517 ha의 염해방지 및 용수공급계획보완설계, 이동지구 3,426 ha와 해남간척 4,230 h의 타당성 조사 설계를 USOM의 Sigword와 Gouss 씨와 합동으로 실시함에 있어 이동지의 저수지 여수토의 설계홍수량은 1,000년 빈도 설계강우량으로 설계할 것을 고집하였다. 그 이유는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는 언제 태풍이 통과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 댐의 여수토 설계의 마무리는 이중기 회원이 하게 되었다.
이 외에도 1964년 9월까지 7개 지구 10,784 ha의 농업용수개발지구의 조사 설계에 참여하였다.
그 후 5개간에는 연구계장으로 연구업무에 종사하였고 1969년에는 과장으로써 공사비 절감을 위한 방안으로 돌망태 간이보를 창안하여 2개 지구에 대해 조사 설계하여 보급하였으며 호남야산개발 5,000 ha의 조사 설계, 전남 보성의 송곡도 5,000 ha의 조사 설계, 전남 보성의 송곡도 수로 (몽리 500ha, L=10km) 의 부실공사의 재검토 조사 설계 하였다.
한편 1970년에서 1971년에 걸쳐 농림수산부와 건설부가 합동으로 실시하는 4대강유역 종합개발계획안 작성에 실무반원으로 참여하였고 1972년에는 농업용수개발사업에 사용되는 필요저수량계산이 너무 복잡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됨에 있어 이를 간소화하기 위해 여러 조건에 부합되도록 전산처리를 하여 기준화된 도표를 작성 주관부서의 승인을 득해 전국에 보급함으로써 설계업무의 간소화를 기하였다.
농업용수사업의 개발 우선순위의 결정은 대상지의 답사를 거쳐 사업비를 추정하여 사업의 우선순위를 결정 조사 설계를 하여 개발하였으나 우선순위 결정에 많은 차질을 가져와 정부에서는 1972년부터 기본조사제도를 조사 설계에 앞서 도입시행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금강확장지구 및 창녕지구(2개 지구 52,778ha)의 기본조사가 실시되었고 그 외에도 배수개선 5개 지구 2,800 ha의 조사 설계를 담당하였다. 특히 월남공화국 농업용수개발사업의 TANAN 지구 5,000 ha의 타당성 조사 설계를 실시한바있다.
대단의 농업종합개발사업은 정부재정 형편상 외국차관을 도입시행하게 되자 IBRD의 조사기준인 타당성조사 제도가 도입시행하게 되자 부득이 차관대상 지구에는 외국용역단을 고용하게 되어 조사에 임하였다. 이 타당성 조사는 수원공의 공사비는 실시설계의 90%이상의 정밀수준에 달하도록 조사 설계 하여야하고 평야부는 지역여건에 따라 몇 개의 표본조사설계로 공사비를 추정토록 하는 제도였다. 이로 인해 1973년에서 1977년까지는 국제용역단인 TAHAL 용역단을 고용하여 옥서지구 53,900 ha의 타당성 조사 설계, 우선개발 대상지구인 논산내지구 5,000 ha와 금강하구둑 실시설계업무를 용역단 대충요원으로서 담당하였다. 또한 우리 기술진만으로 태인, 예천, 김창, 창녕지구 4개 지구 15,600 ha와 남한강지구 5,000 ha의 기본조사를 실시하였다.
농진공의 기구개편이 1977년에 있어 설계 1부차장의 보직을 받으면서 농업용수개발사업의 조사 설계, 경지정리사업의 조사 설계 업무의 지도 감독 및 총괄업무를 실시하게 되었고 한해대책 수리불안전답사를 실시하여 농업용수 10개년 계획안 작성에 기여하였으며 1978년 1월에는 IBRD 2차 차관 농업용수개발지구 61개 지구의 차관신청서를 작성하여 미국의 IBRD에 가서 시담에 일원으로 참여하였으며 그 외에도 대일 2차, 3차, 4차 차관을 위한 농업용수개발지구의 차관내역서를 작성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낸 적도 있다.
1981년 4월에 설계 1부장 보직을 받게 되어 농업용수개발사업 일반지구에 대한 조사 설계, 경지정리사업 및 배수개선사업의 조사 설계 업무의 지도 감독 총괄을 담당하면서 1982년 3월에는 호주 농업기반자원조사단의 일원으로 관개배수분야 전담 책임자로 호수 북서부주의 ORD RIVER 하류의 WEABER PLAIN의 개발가능성 판단을 위한 기본조사를 담당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1983년 부하직원의 잘못으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농진공을 퇴직하고 그 이듬해인 1984년 1월에 직장을 옮기며 농조연합회 사업부장으로써, 이어 1990년 1월에는 기술이사로 봉직하면서 경지정리 기본조사, 설계업무의 기획수립, 사업시행 지도, 감독, 점검 및 총괄한 업무량은 무려 기본조사가 874지구 66,897 ha와 조사 설계 613지구 44,523 ha나 된다.
공직을 떠나 농지개발연구소에 이사로 봉직하면서 1995년에서 1996년에 걸쳐 경지정리 사업편람을, 1998년에서 1999년에는 수리시설물 기초처리 설계 및 시공사례집을 편찬 보급하여 실무에 종사하는 일선 기술자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위와 같이 농공분야의 조사 설계 업무를 회고하여 볼 때 나도 누구 못지않게 많은 업무를 수행하여 국가에 기여한바 크다고 자부하고 싶다.
우리학회 수문학 분야의 추억과 오늘
서 승 덕
제20대 학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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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말했다: “청년은 희망에 살고, 노년은 추억에 산다.”고…. 또 윌리엄 워즈워드는 “어제를 즐겁게 돌아보고 내일을 확신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희망은 보람과 즐거움 그리고 결실이 좋은 것이어야 하고 추억 또한 아름다운 결실과 많은 성과를 확신할 수 있는 수확 이어야 멋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이다. 여기 우리 학회지 지면의 한 모퉁이에 한국농공학회 한 분야의 추억을 살며시 더듬어 보자.
한국농공학회가 2007년을 맞아 창설의 역사로 반세기 즉 50년의 생일을 맞는다. 감회가 새롭고 감개가 무량하다 아니할 수 없도다. 과시 1957년대 동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한국동란의 포성이 멈춘 지 불과 3, 4년이 지나던 때가 아니던가?…, 흔한 말로 강산이 다섯 번쯤 변한 긴 세월의 旅程이 된다. 내가 1955년도에 대학을 입학한 55학번, 그러나 당시에는 단기를 연호로 썼기 때문에 88학번이었다. 그래서 우리를 八工단위, 풀이하여 88년도에 입학한 농공학과 학생이라는 애칭인 것이다. 애교 있는 약칭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대학교 3학년 무렵에 학회는 태동의 역사를 펴기 시작한 셈이 된다.
수문학(水文學, Hydrology)은 한마디로 통칭하면 “물에 관한 학문”이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하여 사람과 가축 그리고 농업 생산물의 성장을 위하여 물을 찾았으며, 또한 그 양을 알기 위하여 부단히 애를 써왔다. 물을 찾고 보전 관리하며 또 그의 부단한 순환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 수문학이고, 그 양을 측정하고 또 그 물의 물리학적 성질과 특성 등을 규명하는 것이 수리학(水理學, Hydraulics)이다. 따라서 수리학은 수문학의 시종적 역할을 하는 것이며 수문학의 기초학문으로 수리학이 뒷받침 된다.
수문학의 세계사적 초반의 역작인 저서 Applied Hydrology(1949) 와 Hydrology for Engineers(1958)의 저자로 유명한 R. K. Linsley 교수는 미국 Stanford 대학의 Hydraulic Engineering Professor 이다.
수문학은 기초적 학문의 차원보다 응용적 학문과 기술의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웃과 어울려 그 몫을 하고 있다. 수리학, 관계배수공학, 수문기상학, 하천공학, 간척공학, 항만공학, 해안수리학, 농지공학, 농지보전공학, 수력학, 수리시설공학, 사방공학, 댐공학, 물리학, 지하수문학, 수문환경학, 수문경제학 등등….
돌이켜 보건대, 농공학에서 물과 관련된 교육은 1940년대 수리학, 농업수리학, 개간 간척학 외 물리학과 기상학 정도의 수준이었으며, 내가 재학 중이던 1950년대에는 위 과목 외에 양수기학, 하천공학, 농업수리구조학 등이 추가되면서 물의 비중이 조금씩 높아져 가다가, 1961년대에 들어서 처음으로 수문학의 교과목이 4년제 대학 농공학과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박성우 교수님이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사료되며 우리들 50년대 재학시절에는 수문학의 교과목이 없었으며, 농업수리학(현재의 관개배수공학)에서 물의 순환 그리고 강수와 유출의 개념정도 맛을 조금 보았을 정도로 기억된다.
오늘날의 응용수문학에서는 대학과정에서 한 학기 또는 두 학기를 통하여 수문학의 개론, 강수, 증발과 증산, 침투와 지하수, 유역과 하천, 유출과 수문곡선, 홍수의 조절과 추적, 수문통계, 수문현상의 컴퓨터 모의해석 그리고 환경수문 등 다양하게 물의 전반을 입질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사회에 진출한 뒤에는 물의 이용이라는 과업을 성취하기 위하여 농업용수의 개발과 이용, 댐시설, 간척과 개간을 통한 농지의 조성 등 수공분야의 학술과 기술의 인적 연결 고리인 학회를 통하여 교호적인 협력을 증진시켜 농업공학의 기초를 다져간다. 농공학의 전문 현업 공기업인 농업기반공사(현 한국농촌공사)는 대한수리조합연합회, 토지개량조합연합회,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업진흥공사 등 많은 이름으로 변신하면서 우리나라 농공사업의 번창을 수준 높게 이루어 놓았다.
그러나 회고하건대, 광복 전후와 50년대에는 독자적인 수문기술이 없어 우리의 대 선배들은 일본의 기술 습득과 미국 내무성 개척국 (United States, Bureau of Reclamation- USBR)에 유엔기구와 미국 등의 후진국 원조에 힘입어 단기 또는 장기간 유학 훈련을 통하여 배워온 개척국 공식의 활용을, 주로 Design of Small Dams과 기술지도서 등을 金科玉條로 삼고 또 가지야마(梶山) 공식 등을 통하여 기상수문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설계수문량 도출에 많은 고생을 하였다고 추억된다.
소규모의 관개배수사업과 노후된 기존 수리시설의 개보수사업 정도에서 60년대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대단위의 전천후 농업용수개발사업과 대소 간척사업 그리고 지하수개발 사업은 외국자본의 차관사업에 힘입어 전문적인 수문 수리의 학문과 기술의 급격하고 혁신적인 발전과 토대가 마련되고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과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 매김하기 시작하였다.
건설부(현 건설교통부)는 국토의 장기발전계획의 하나로 수자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농림부는 전천후농업용수개발사업의 터전으로 박차를 가해왔다. 당시의 인구 대비 농업인구의 비율은 40%가 넘었으나 오늘의 현실은 8%에 머무를 정도로 농업은 대대적인 변혁을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가 국가 발전의 씨앗이 되어 군사혁명정부 초기 1961년도에 90달러의 지엔피로 세계 125개국 가운데 101번째의 빈국이 1,000 불 소득을 외치며 시작한 우리나라의 현실은 현재 18,372불에 세계 13번째 부의 나라로, 그리고 1964년 1억불 수출 실적이던 것이 40년 뒤인 2006년 올해에는 3,000배인 3,000억불로 세계 11대 수출대국으로 진입하여 선진국 대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으니 여기에 또한 수문학도 몸값을 대단히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한국 수자원의 풍족한 확보, 수리구조물 시설의 현대화 그리고 세계 최장의 새만금 간척제방이 모두 한국 근대화 수문학의 결정체가 아닐런지? ….
학회가 1957년에 창설되어 초대 故 姜琮武 회장을 필두로 하여 李相賢, 李昌九, 朴成宇, 南榮熙, 高在君, 林迎春, 金始源, 李基春, 安在淑, 李熙榮, 金哲基, 姜乂?, 柳根學, 徐承德, 崔禮煥, 李淳赫, 權純國, 李根厚, 金泰喆 그리고 26대인 李政宰 회장에 이르기까지 관, 학, 민에 고루 참여 하면서 2,000여 회원과 함께 학회 발전에 전력해 왔다고 생각된다.
이 가운데 학회 회원을 기준하여 수문, 수리, 관배수 그리고 간척분야에서는 (무순으로 경칭생략하고, 내 희미한 기억으로 생각나는 대로 기록함을 양해 바람), 농림부, 한국농촌공사, 건교부, 기타 공, 사의 현 업계에서는 원로이신 故 박기승, 함준호 대선배를 50, 60년대, 수문, 수리분야의 지평으로 보면, 임영춘, 이정하, 여운철, 윤오섭, 정진호, 김학영, 최귀열, 김동만, 안재숙, 오완수, 최상균, 류근학, 권상필, 이승찬, 이원규, 김재곤, 김진오, 엄태영, 이종모, 박승귀, 김윤태, 김덕만, 장재중, 한상욱, 신동수, 이중기, 지광하, 최찬식, 김선주, 김주창, 홍승만, 정종수, 조범호, 신일선, 한상용, 홍종진, 홍종백, 이석우, 강경흠, 김천환, 이황의, 한중석, 임병호, 정병호, 허유만, 구요한, 박상현, 김채수, 구본충, 서영제, 김승, 어대수, 임종완, 노재화, 천만복, 류혁우, 이봉훈, 김진택, 박종민, 이행우, 최병표, 최병습, 김현수 등으로 소개가 되며,
학계에서는 서울대학교의 故 이창구, 박성우 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전, 현직 교수를 대학별 가나다순으로 소개하면, 강원대- 최예환, 최중대, 황은, 경북대- 서승덕, 정상옥, 최경숙, 경상대- 류시창, 이근후, 조병진, 공주대- 박승기, 최남규, 상주대- 김철수, 서울대- 권순국, 박승우; 전북대- 구자웅, 이기춘, 최진규, 진주산대- 주재홍, 황용진, 충남대- 김태철, 남궁달, 노재경, 안병기, 충북대- 김진수, 김철기, 박종화, 이순혁, 한경대- 이남호, 고려대- 윤용남, 건국대- 김선주, 김성준, 영남대- 지홍기 교수 등 많은 교수들이 참여하여 오늘날에는 물 분야 가계에서 우리나라의 순수한 수문자료를 이용하여 도출된 공식으로 수공시설, 관배수시설, 방재시설. 수 환경시설등 말의 각개 분야에 활용하는 쾌거를 낳고 있다.
한편, 관청, 학교, 공, 사기업 등 각 기관에서 특히 물을 다루던 인사들 가운데는 타 분야보다 관에서는 고위공무원, 공, 사기업에서는 요직과 CEO급 인사, 학계에서는 총, 학, 처장급 고위 보직교수와 다수의 농공학회장을 배출하였음도 우연한 일이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시절에서 만족과 자신 있는 세계로 우리의 학문과 기술이 뻗쳐가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희망과 보람으로 물의 세계를 만들어 가자. 다시 말하면, 가지야마(梶山) 시대와 USBR 시대는 가고 실시간 관측 모의 발생 기법 시대로 변천되어 간다는 것이다.
물은 우주생물의 생명의 근원이며 만물의 양식이다. 물을 아름답게 가꾸고 소중하게 아끼며 본래대로 보전하며 영원한 물 문화를 찬란하게 이룩하는데 물의 학문과 기술인들은 책임을 가지고 그 천부의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본고에 본의 아니게 물 분야의 인사 거명에서 누락된 분이 있을 것으로 사료되어 이점 다시 한 번 관용을 빌면서 우리 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나의 농공인 생활 50년
신 동 수
제17대 학회 부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전 농업진흥공사 사업개발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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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농업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사범학교로 전학하여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자 하였다. 그것은 당시의 가정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대학을 진학하면 학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친지의 주선으로 청주사범학교로부터 전입학허락을 받아 전학 수속을 하려 했으나 교장선생님의 반대로 전학서류를 받아내지 못했다. 교장 선생님께서 반대하셨던 이유는 전교 우등학생이 타교로 전학을 하게 되면 다른 우등학생들도 전학 신청을 하게 될 것이니 이렇게 되면 이 학교는 앞으로의 발전과 전망이 없어져 후학양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별수 없이 나는 사법학교 전학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농업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인 1954년 11월 말경 어느 날, 교장 선생님께서 부르신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선생님의 집무실로 갔다. 선생님은 서울대 농과대학 축산학과를 졸업하신 김상돈(金相敦) 교장선생님 이셨다. 선생님께서는 지난봄에 있었던 전학과 대학진학문제를 상기시키시면서 명년 초(1955년)에는 대학을 가야 하는데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지원 할 것인가를 말씀하셨다. 가정형편상 대학진학이 어렵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우리국민 모두가 어려운 때이니 모든 것을 극복하고 대학을 가라고 하셨다. 만약 대학 등록금이 부족하면 선생님께서 지원하시겠다고 하시면서 적극적으로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는 수원농과대학 농업경제과를 제1지망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경제학을 하고 싶으면 서울상과대학을 지원해야지 한 부분에 속하는 농업경제를 하느냐며 우리나라의 현실에 꼭 필요한 분야인 농공학과를 지원하라고 하셨다. 나는 농공학과가 무었을 하는 학문인지도 모르고 교장선생님의 말씀만 듣고 제1지망에 지원하여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1955년 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에 입학하였고, 대학 4학년 중 일 학기를 마친 후 학보 병으로 육군에 입대하여 1년 6개월의 군복무를 끝내고 복학하여 1961년 2월에 졸업을 하였다.
그해 6월 대한수리조합연합회에(1961년) 입사하여 토지개량조합연합회(1962～1970년), 농업 진흥공사(1971～1980), 농업기반공사(1980～1992년) 등 기구개편과 조직 명칭의 변경을 겪었다. 공사 30여 년간을 근무하는 동안 나는 농업토목기술자로서 우리나라와 외국의 농업과 농촌개발 사업에 참여하여 열정과 보람을 가지고 일하면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였다.
1970년 초기에는 세계은행개발차관으로 시행하게 된 금강평택농업종합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안성천 하구인 평택 아산방조제공사를 위한 계획과 현장조사측량 및 실시 설계팀장으로 일하였다. 이 때 우리나라 최초의 심해 간척사업을 시도하였는데, 이를 위해 완경사형 방조제의 단면 구조를 보호하고 기초지반의 침하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공법으로 합섬섬유로 제작한 매트리스와 돌망태를 활용하는 방조제 바닥 보호공을 창안하여 설계, 시공토록 하였다. 당시 차관사업시행으로 고용한 국제 기술용역단 (TAHAL-DPU Consultant)과 함께 일하면서 국제 수준의 기술과 사업 운영 관리 방법을 배우게 되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70년 후반부터 농업진흥공사가 해외기술용역사업에 참여하는 전기가 되었다.
70년대 중반에는 대학 은사 교수님의 소개와 당시 김윤기 건설부장관과 양택식 서울시장님의 천거로 이란국 남쪽 아바스 주에 위치한 카룬 사탕수수농장 (Karun Agro Farm Incorporation) 건설현장의 사업총괄부장(Chief Engineer)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당시 석유 수입 외교로 현지에 파견된 사절단(상기 두 분이 포함됨)은 이란왕실의 사한사 팔레비 왕으로부터 농장개발전문가 파견을 요청 받고 귀국 후 은사님께 전문가 추천을 요청하였고, 은사님은 나를 추천 해주셨던 것이다. 이시기는 세계오일 쇼크 사태로 인해 이란과 경제협력을 하여 석유도입은 물론, 산업전반에 협력을 할 때였으니, 우리나라 수도 서울에 설치된 테헤란로와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설치된 서울로는 당시의 역사를 잘 증명한다. 나는 현지에 파견되어 왕실이 직영하는 사탕수수농장과 설탕생산 공장을 건설하였는데, 그 규모는 하와이 지역의 시설보다 더 큰 규모의 세계 최대 설탕생산 시설이었으며, 이는 오일 달러의 수입으로 이룩된 프로젝트였다. 나는 만 2년간의 1차 계약기간을 마치고 1998년 2월에 귀국하여 복직을 하였다.
70년대 후반부터 1985년까지 약 10여 년 간은 해외 농업개발사업에 참여하였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베네수엘라, 수단, 가나 등에서 관개전문기술가로 또는 기술용역단의 단장으로 일하면서, 우리의 기술을 해외에 보급하고 현지 기술자에 대한 훈련을 통하여 국위선양과 외화획득은 물론, 동남아와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가의 농업개발에 기여하였다.
방글라데시의 파브나 지구 농업개발사업에 관한 엔지니어링 컨설팅 업무를 마치고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사업타당성 평가업무 위촉을 받아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은행 자문관(Adviser)으로 일하는 기회도 있었다.
1992년 퇴직 후에는 뜻을 같이 하는 농업기술전문가들이 모여서 농림부장관으로 부터 법인 설립인가를 받아 “재단법인 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를 설립하여 재직 중에 못다 한 농촌개발과 환경문제에 대한 연구 사업을 현재까지 수행하고 있다. 주로 시 · 군지자체와 한국농촌공사, 농림부 등에서 시행하는 농업 및 농촌개발과 농촌환경사업 분야에 대한 연구사업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공사의 해외개발사업 본부장(이사)으로 재직 중인 1990년 10월 한 중 합작 농장개발사업 협약을 이루어낸바 있는 중국 흑룡강성 삼강평원농업개발사업의 일환인 48,000 ha의 두흥 지구 농장사업(대륙연구소/대륙종합개발(주)과 삼강평원농업개발유한공사)에도 참여하여, 1993년부터 1996년까지 20여회이상을 중국의 동북 삼성(흑룡강성, 길림성, 요령성)을 드나들면서 농장개발에 대한 계획과 실시설계 그리고 시공관리를 총괄하기도 했었다.
재직 기간 중에는 공사의 본 업무 이외에 농공학회 일에도 참여하여 연구논문의 발표, 회원에 대한 학회 가입권유, 연회비 수금 등 틈틈이 학회와 관련을 가졌던 일들을 회고해 본다. 우리들 농공인, 농촌공사, 농공학회는 같은 운명과 길을 걸어오고 있으니, 지난 50년을 같이한 운명은 앞으로 50년, 100년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에서의 국토개발 즉, 농촌 농업개발사업의 시행에는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기술자 그리고 이를 응용하고 적용하는 전문적 기술이 요구 되었는바, 농공학회는 항상 기술의 보급과 새로운 기술 분야의 연구를 통하여 이를 뒷받침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나는 1960년대 후반기에 “토언제의 안전도 계산”에 관한 논문을 기고해서 학회장부터 기술상을 받은바 있으며, 이를 계기로 공사창립 기념일에는 농림부장관상을 수상하였다. 당시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기술 분야는 지역별 개발에 필요한 농업용수 산정을 위한 수문학분야, 용수원 확보차원의 농업용 저수지의 규모 결정과 저수지의 안전도 문제, 여수토 방수로의 설계, 농경지개량과 용배수로 설계를 위한 미개척국의 통일 흙 분류법의 응용문제 등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학회는 이러한 현실적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 방안과 기술을 연차별 세미나와 학회지를 통해서 보급하는데 앞장서 왔으니 농공인들 에게는 꼭 필요한 학회였다. 공사의 기술자들은 학회가 발행하는 기술보급에 대하여 언제 무슨 새로운 전문분야가 출판되는지를 고대하고 있었고, 토목기술직은 물론이고 농업직, 토양직, 지질직 까지도 학회 회원에 가입해서 학회지를 받기를 원했으며, 학회운영비인 연회비도 100% 납부 하는 등 농업토목 기술자와 농공학회의 전성기였다고 하겠다.
나는 1989년 제17대 한국농공학회 부회장에 선출 되어 학회장으로 선출된 충북대학교 김철기 교수님과 같이 2년간의 소임을 맡아 봉사한 바 있다.
이렇게 지난 일을 회고해보니 50년 전 김상돈 교장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분께서 가르쳐 주시고 인도해주신 덕으로 청주사범이 아닌 농과대학에 진학하게 되었고, 결국은 농공인의 길로 진출해서 국내와 해외를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의 크나큰 은덕에 새삼 감사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더욱 감회가 깊다.
지난 50년을 되돌아보면 1940년대 일제의 강점기를 거처, 1950년대는 한국동란으로 폐허가 된 우리 농촌의 복구, 1960년대는 군사혁명과 새마을 사업 및 식량의 자급운동, 1970～80년대는 국제개발은행으로부터의 차관도입으로 시행한 농업종합개발사업, 1980～90년대는 우리 농공인의 전성기로서 농촌종합개발과 대규모 간척농지개발 사업의 시행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으니, 이 과정을 거쳐 우리는 주곡인 쌀 식량의 자급을 이루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와서 산업의 비교우위론 그리고 세계의 지구촌화로 인한 농산물의 자유무역화 등에 밀려 정부의 투융자가 현격하게 줄다보니, 농공분야의 설 땅이 좁아지고 현상을 유지하는 시설물개보수관리 사업만을 하게 되었다.
시대의 변천과정이라고 하겠으나 우리 농공인들은 힘과 지혜를 합쳐서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위해 또 다시 힘을 쏟아야 하겠다. 기존시설들을 근대화 시설로 업그레이드 시켜 시설물을 편리하게 이용케 함으로써 농촌노동력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주곡인 쌀 생산과 병행한 경제 및 사료작물의 호환재배, 농토조성, 농어촌의 수변환경조성, 한수해의 완전 예방 등 시대와 환경에 맞는 농촌 개발 사업항목을 창안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정부에 건의하고 지역사회가 이를 원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새로운 업무의 개척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들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농공인의 일터가 확장되고, 농공의 무한한 발전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흙과 더불어 살아온 46년
윤 충 섭
제19대 학회 부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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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6월에 대한수리조합연합회(현 한국농촌공사)에 입사하여 토질시험실에서 흙과의 삶을 시작한 이래 1979년 5월까지 만 18년간의 실무경험은 후일 대학교 생활에 많은 보탬이 되었다.
1979년 6월부터 경상대학교에서 23년 동안 활기 넘치는 대학생들에게 토질역학, 기초공학, 시공학 등 흙과 연관된 학문을 가르치고 2002년 2월 정년퇴임을 하면서 41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하였다.
2002년 3월부터 2006년까지 5년간은 고향에서 땅(흙)에다 농작물을 키우면서 지냈으니 46년간을 즉, 약 반세기를 흙과 더불어 살아온 셈이 된다.
흙은 무기질토(inorganic soil)와 유기질토(organic soil)로 분류하는데 토목공사용 흙은 무기질토이어야 하며 농사용 흙은 유기질토가 좋다. 그리고 표토는 유기질토가 많고 심토는 대부분 무기질토로서 토목공사에서는 표면의 유기질토는 제거해야 하며 만약 심층부에 유기질토층이 있다면 별도의 초리를 해야 한다.
농사를 지을 때 무기질토는 생땅이라고 하여 다량의 유기질 비료를 넣어 흙을 비옥하게 만들어야만 병충해도 적고 작물이 잘 자라서 수확량도 많다.
1961년부터 18년간은 실무직장에서 무기질토에 대하여 연구하고 이들로 공사를 하였으며 23년간은 대학에서 무기질토에 대한 특성을 연구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61년 입사 당시에는 토질역학에 대한 지식은 물론 시험기구도 극히 미약한 상태였다. 시험실에는 미국원조로 도입된 시험기구가 포장된 상태로 쌓여 있어 이를 개봉하여 사용설명서를 번역하면서 기구를 조립하고 토질시험을 하였다.
1966년에 대일청구권 자금에 의해 많은 시험장비가 도입되어 시험실의 기틀이 어느 정도 잡힘에 따라 전국 공사현장의 토질문제(성토시공 및 기초지반처리)를 처리하기 위하여 매우 바쁜 날들을 보냈다.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퇴근 후 집에서 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니 집사람한테 많은 불평도 들었다.
각종시공현장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 해결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서적을 보아야 하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 대학원을 다녔다. 그런데 이것이 후일 대학교로 직장을 옮기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노력하는 자에게 복이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진흥공사 생활 중 영산강사업소에서의 생활(1973～1976)이 나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다.
영산강 1단계 사업을 4개의 대댐과 45,000 ha의 넓은 평야부 공사를 거의 같은 시기에 착공한 우리나라에서 전무후무한 공사로 새로운 공법으로 시공된 구조물도 많았으며 시공 중에 큰 어려움도 많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코자 많은 고생을 하였지만 이는 나의 전문지식을 살찌우고 업무처리에 자신감을 심어주었으며 대학에서도 매우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고생 끝에 낙이 오고 아는 것이 힘이 되어 주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대학원을 다니고, 여러 편의 논문을 쓴 것과 많은 실무경험을 얻은 것에 힘입어 1979년에 대학교수로 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교수들의 경우와는 달리 처음에 내가 원해서 대학으로 간 것이 아니라 경상대학교 농공학과에 먼저 자리 잡은 후배교수들(김철회-작고, 류시창, 이근후, 서원명)의 요청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었다. 대학생을 가르치는 보람된 일을 늦게까지 할 수 있었으며 지금은 연금까지 탈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는 앞의 4명 교수들의 덕이며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토질역학을 전공하는 사람(교수 또는 전문 기술자)은 흙의 성질을 잘 알아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현장조사 및 시험을 해야 하고 흙의 특성과 상관성을 잘 알아야 한다. 현장경험 없이 실내 시험결과만으로 현장시공을 쉽게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현장조사 및 실내시험에서 잘못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를 현장시공에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실내시험 조건과 시공현장 조건이 다르다는 것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한국지반공학회에서 주관하는 연구논문 발표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I대학의 K교수가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출토되는 고령토의 특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는데 결론은 이 흙이 저수지의 중심코어로 아주 적합하여 시멘트 공장 주변에 싸여 있는 이 흙으로 흙 댐을 축조함으로서 공사비도 절감하고 주변 환경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흙은 세립의 실트질 점토(silty clay)로서 시험실에서 건조하여 잘 다진 결과 불토수층의 코어로 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의견은 달라서 이 고령토는 현장에서 댐의 코어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고 하여 K교수 논쟁이 있었다. 고령토의 현장함수비는 57%인데 흙의 다짐의 최적함수비는 28%로서 현장시공 함수비까지 약 25%를 건조시켜야 한다. 중장비로 세립토를 펴 깔아서 건조시키면 표면은 건조하여 단단하게 굳고 젖은 흙은 그대로 있어 함수비 조절이 안 되어 다질 수 없다. 따라서 이 고령토는 댐의 코어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K교수에게 물었다.
“이러한 흙으로 댐 시공을 한 경험이 있느냐” 고….
경험은 없지만 자기 생각으로는 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은 좌장을 본 실무경험이 있는 C교수의 조정으로 정리되었다.
농진공에서 얻은 현장경험을 바탕삼아 대학에서 제자들을 내실 있게 가르치고, 경남지역에는 나의 지도하에 시공된 많은 구조물들이 있어 나는 보람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추억을 가지고 2002년 2월 경상대학교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농촌생활을 시작하였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농지가 저지대여서 성토를 하였는데 흙이 불량하여 돌을 주어내고 유기질 비료(퇴비)를 주어서 옥토를 만드는데 많은 힘이 들었다. 2,200평 농지 중 1,500여 평을 미화원 3명에게, 그리고 200여 평은 이웃과 친지들에게 분배해주고 500여 평은 직영하였다.
쉼터인 하얀 집(steel house) 앞에 등나무의 그늘이 있고 그 앞에는 60여 평의 파란 잔디밭, 그리고 그 주변에 장미를 비롯한 각종 꽃을 보면서 오이, 토마토, 고추 등 무공해 채소들을 직접 따다먹으니 이것이 노후에 바람직한 전원생활이 아니겠는가? 농작물을 재배하기위해서 씨를 뿌리고 풀과 싸워야하며 가뭄 때는 물을 주어야 하는 등 힘든 일이 많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땅은 정직하여 열심히 가꾸면 그만큼 수확물도 많다.
내가 직접 지은 농산물을 이웃과 학교동창 및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고 즐기는 재미도 크다고 생각한다. 농장이 있어 부지런해서건강에 좋았고 많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이러한 것들이 흙(유기질토)을 통해서 얻은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농업진흥공사의 18년과 경상대학교의 23년간의 생활은 무기질흙과 더불어 생활하고 5년간의 농촌 생활은 유기질흙과 도합 46년간을 흙을 다루면서 살아왔다.
앞으로는 더욱 긍정적인 마음으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건강하게 살고자 노력할 것이다. 50주년을 맞은 농공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빌면서….
농공(農工)과 삶을 같이 한 반세기의 회고
한 상 욱
제16대 학회 부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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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공의 길목에서
우리 세대는 참으로 변화무쌍한 역경의 시대에서 성장하였다. 일본 강점기의 하반기에 창씨개명으로 성조차 일본식으로 바뀌는 어처구니없는 일 (韓>?井)이 있었고, 광복의 기쁨 속에 원치 않았던 군정 3년, 정부수립이 되자마자 광복의 기쁨도 채 가시기 전에 6 · 25 동란으로 전 국토가 폐허화되다시피 하였고 피난 행렬과 식량 부족으로 굶주림에 버티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기도 하였다. 기아에 허덕일 때 부족한 식량과 일제 말 중단되었던 수리공사와 전후 복구를 위한 자재는 UNKRA, FOA, ICA 등 외국 원조기관의 원조에 의해 조달되기도 하였다. 춘궁기, 보릿고개라는 말은 절대 식량이 부족한 절박한 상황의 표현이기도 하였으며 50년대 말까지 지속되었다.
궁박했던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부터이다. 1960년 당시 우리나라의 인구 1인당 GNP가 $100 전후였던 것을 보면 그때 그 시절의 우리나라 경제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충남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나 기찻길도, 바다와 접하지도 않은 산골 청양의 한 자락에 위치한 청양농업고등학교에서 1955년 봄 졸업을 앞두고 대학진학을 궁리하던 중 농과 선생님의 권유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를 선택하여 입학시험에 합격한 것이 농공과 함께한 50년 삶의 시작이다. 그 때만 해도 시골학교에서 100여명 졸업생 중 대학에 진학한 학생이 8명 정도에 지나지 않았으니 얼마나 열악한 환경이었던가.
농업토목의 나래를 펴고
1960년 3월 부정선거로 얼룩진 제 4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당선되자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4.19혁명으로 인하여 자유당 정권이 물러가고 8월 제 2공화국 민주당 정권(내각제)이 탄생하였으나 계파간의 정쟁 등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인 혼란이 거듭되었다. 농공학과 4학년 졸업을 앞두고 1961년 3월 15일 대한수리조합연합회 입사시험을 보았는데 합격자 발표가 지연되고 있던 중 5 · 16 군사쿠데타에 의해 새로운 정치체제가 형성되면서 헌정의 중단이란 국가적 사태가 일어났다. 입사시험이 무효가 되는가 싶더니 혁명정부 하에서 응시자 전원을 소집하여 구술시험을 보았다. 혁명공약을 외워보라는 것이 특징적이었다. 잘 외웠던 덕분에 합격의 기쁨을 얻기도 하였으나 입사시험을 본 사람 중 상당수가 혁명공약을 외우지 못하여 탈락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나는 6월 24일 발령을 받고 농업토목인으로서 32년간의 농업진흥공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1962년에 시작한 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모든 사회 경제적인 악순환을 시정하는 자립경제 달성을 위한 기반구축을 기본목표로 하고 농업부분의 주요 목표는 식량증산과 생산과정의 근대화였다. 정부는 이를 위하여 한수해 없는 낙토를 건설하는 것이 꿈이었고 이를 위하여 수리시설 확충과 개간, 간척을 통한 농지확대사업이 중요하게 추진되었으며 이는 8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이와 같은 배경 하에서 생산기반정비사업도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농업토목사에 영원히 빛날 대단위 농업종합개발
32년간의 재직 기간 중에는 조사ㆍ설계처장, 정주권개발처장, 영산강사업단장, 그리고 6년간의 사업담당 이사를 역임하면서 주로 대단위 사업의 추진과 조사 설계 그리고 사업관리에 대부분의 세월을 보내면서 열심히 일해 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60년대 초 전천후 농업용수원개발계획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보고되자 이에 대한 재원조달방안에 대하여 외국의 차관 도입 등을 검토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종래와 같은 단일목적의 사업을 지양하고 개별사업을 서로 연계시켜 대단위 지역을 종합적으로 개발 계획 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여 관개 배수 사업뿐 아니라 영농개선 및 유지관리까지 고려함으로써 사업효과를 극대화하고 농촌구조까지 개선시키는 선진적인 농지개량사업으로 전향하되 차관을 얻어 재원을 확보하여 대규모로 현대적인 시설로 개발하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이와 같은 여건이 성숙되면서 1964년 5월 금강, 평택, 영산강 등 5개 지구에 대한 대규모 종합개발지구를 도상계획을 통하여 찾아내고 현지답사를 실시하여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이에 대한 사업비중 일부를 차관도입에 의존하려는 목적으로 조사와 아울러 세계은행(IBRD) 차관 도입에 대한 추진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던 초기는 1964년이니까 43년 전 세종로 60번지에 위치한 토지개량조합연합회에서 이루어졌다.
수차에 걸친 IBRD 조사단의 현지조사와 평가를 거쳐 금강 평택지구가 1차적으로 1969년 45백만 달러를 내용으로 하는 차관 협정이 체결됨으로써 농업생산부문에 외국의 차관자금이 도입되는 효시가 되었다. 내자 역시 공정계획대로 배정됨으로써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작된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사업은 시행주인 농업진흥공사 뿐 아니라 정부와 관련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농민의 호응도가 높아 IBRD, ADB, OECF 등 외국의 차관선에서도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얻게 되었다. 그리하여 금강 평택지구 개발사업을 필두로 1972년 영산강지구, 1974년 경주지구와 계화도지구 등 모두 14개 지구에 대한 차관사업이 계속 시행될 수 있었고, 1988년에는 차관 도입 국에서 벗어나 순수한 우리 정부예산을 투자하여 연산강 III-2 지구 등 7개 지구를 계속 추진하였다.
‘70, ’80년대에는 중요한 대단위 사업 현장의 기공식과 준공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하여 기공식에는 격려를, 준공식에는 치사와 훈포장을 수여해주었다.
"대단위 사업에서 제일 먼저 착공한 금강 평택 지구의 아산방조제를 핵심 공종으로 착공 후 4년 반 만인 1974년 5월 22일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방조제 현장에서 거행되었다. 대통령은 삼부요인과 만장한 지역주민의 환영 속에 치사를 통하여 친애하는 이 지방 주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오늘 우리는 대 자연과의 대결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1972년 착공한 영산강 4대호는 4년 만인 1976년 10월 14일 장성댐 현장에서 대통령이 참석하여 성대한 준공식을 가졌으며 준공식을 마친 후 헬리콥터로 제 2단계 사업의 예정지인 나불도에 기착하여 영산강 방조제의 착공을 지시하였다. 이날 전라남도와 각 시군에는 축하 아치가 들어서고 건물마다 플래카드가 나부낄 정도로 호남의 대축제였다."
"1979년 10월 26일에는 삽교천 방조제현장에서 방조제 준공식을 성대하게 거행하였으나 국가원수로서는 생애에 마지막 행사가 되었던 불행한 역사의 순간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준공식을 마친 대통령은 그날 저녁 청와대 옆의 한 안가에서 베풀었던 축하 의미의 소탈한 피로연장에서 가장 믿었던 부하 김재규가 쏜 총탄에 맞아 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대통령이 되었다. "
정권이 바뀌더니 어느 날 갑자기 전직 대통령의 국가주요행사기록 사진이나 기록 영화필름 등 대통령의 주요화면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준공식의 기록영화 필름에서 박대통령의 화면을 삭제하였던 참으로 안타까웠던 과거를 회상케 된다. 무분별한 참모들의 과잉충성에서 나온 결과라고 믿고 싶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3년 금강 하구둑 기공식, 1984년 미호천 지구의 백곡지 준공식, 81년과 84년에는 영산강 하구둑과 대호 방조제,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금강 하구둑 준공식과 1991년 11월에는 새만금 방조제 기공식에 참석 격려와 치사를 하였다. 특히 새만금 사업의 기공식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추진하기 시작한 지 6년 만에 갖는 행사여서 더 큰 기쁨을 갖는 축제였다.
축적된 전문지식과 기술로 농업 농촌의 발전에 기여
2003년 2월 농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설립한 농어촌환경기술연구소는 농업. 농촌의 발전을 위하여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전문가로 구성하고 농업생산기반 정비, 농어촌 정비, 농어촌환경, 수리시설 유지관리 등의 분야에 대한 계획, 조사, 설계, 사업, 관리에 관한 연구는 물론 이러한 분야에 대한 정책적 연구도 시행하고 있으며 정부 정책에 대한 자문과 홍보 등의 업무도 하고 있다. 1992년 농업진흥공사를 퇴직하고 설립한 이 연구소는 15년의 세월동안 많은 훌륭한 후배들이 참여해주고 열심히 하는데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의 환경정비센터나 농업토목종합연구소와 같은 유형으로 계속 발전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한국 농업수리 100년을 맞는 감회
한국에서 벼농사 중심의 농업이 시작된 것은 기원전 3~4 세기경으로 알려져 있으며 관개를 위한 최초의 저수지가 축조된 것은 약 1,700년 전의 일이다.
1908년 12월 8일 전북의 옥구 서부수리조합이 인가(탁지부 대신)되어 수리조합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관개배수 시설의 신설, 보수가 이루어져 왔으며, 2000년에는 농업기반공사,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지개량조합 등 3개 기관이 통합되어 한국농촌공사로 발족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근대 한국 농업수리 100년을 맞는 2008년은 농업생산기반정비사업을 주로 해왔던 농공인들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기반의 현주소를 보면 저수지 17,700여 개소를 포함하여 수원공이 68천여개소로 수자원을 확보하고 162천 km의 용배수로를 통하여 867천 ha를 관개함으로써 78.4%의 수리답률을 확보하였고 132천 ha의 배수개선 사업을 통하여 한수해를 예방하고 826천 ha의 경지정리사업을 통하여 영농의 편의와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를 크게 거양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수리시설은
- 노후화가 심각하고
- 한수해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며
- 수리시설의 관리상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고
- 새로운 농업환경 변화에의 대처능력 미흡 등 많은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편찬업무 30년을 뒤돌아보고, 또 해외기술용역사업을 바라보며!
김 주 창
제21～23대 학회 이사
한국농공학회 고문
전 농어촌진흥공사
농어촌연구원 수리시험장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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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은 한국농공학회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이면서 나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큰 해이다. 첫째는 금년이 만 70세가 되는 해인데 이것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에서 오래 살았다는 것과 내가 만 20세인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 2학년이 될 때 한국농공학회가 대한농업토목기술협회라는 이름으로 창립되었음을 나타낸다. 또, 만 70세가 끝나는 금년 말에는 내가 출석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흰돌교회의 시무장로에서 은퇴하여 은퇴장로가 되는 데 1977년에 세례를 받은 지 30년만의 일이고, 1996년 6월 6일 장로로 장립된 후 11년이 된다.
나의 생애를 통해서 현재의 한국농촌공사의 전신인 토지개량조합연합회/농업진흥공사/농어촌진흥공사에서 1964년부터 1995년까지 31년간 근무하였고, 이 기간 중 네덜란드와 미국에서의 연수 1.5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에서의 기술용역업무 약 7년을 더하면 해외 생활이 9년에 가까우며 이는 31년 기간의 약 30%에 해당한다.
나는 오래 동안 농공학회의 편찬위원으로 편찬업무에 참여하였고 지금도 하고 있다. 1964년에 당시의 토지개량조합연합회에 10명이 새로 입사하여 모두 지사 근무로 보낼 때 경북지사에 발령되어 약 1년여 기간 동안 경북 예천군 유천면의 죽안저수지와 달성군 유가면의 달창저수지 공사장에서 제당공사의 공사감독으로 근무한 후 서울로 올라온 것이 노량진에 있던 농업토목연구소의 연구과 기술보급계였는데 이것이 나의 편찬관련업무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농공학회에서는 1977년부터 1984년까지, 그리고 다시 1993년부터 2007년 현재까지 23년간 농공학회의 편찬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금년에는 한국농공학회 편찬출판상임위원회 부위원장, 한국농공학회50년사 편찬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관개배수위원회 편집위원회 부위원장, 동신기술개발주식회사 30년사 편찬실무부위원장, 그리고 흰돌교회 소식지 “해패흰돌” 편집인(문서선교팀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3개의 정기간행물과 2개의 연사 편찬에 관여하는 것으로 금년이 복 있는 해라고 생각한다.
편찬 또는 편집업무를 오래 동안 하다 보니 이제는 그 일에 재미가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잘 하려면 다음과 같은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 어문규정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외래어표기법, 로마자표기법)에 익숙해야 한다. 어문규정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www.korean.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영어, 일본어, 한자 등 외국어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는 한자에 약하여 틀린 한자를 쓰는 경우를 많이 발견한다.
- 계량에 관한 법률을 알고 이를 지켜야 한다. 특히 이것을 무시하는 사람에게는 과태료를 물리게 법률로 규정하고 있어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떤 종류의 글이나 보고서든지 글을 쓰는 사람들은 물품 생산자가 소비자를 생각하듯이 독자를 소비자로 보는 입장에서 글을 써야 한다. 조그만 하자가 있어도 자동차 리콜을 하는 자동차 회사처럼 글을 쓰는 사람들은 완벽한 글을 쓰도록 노력하고 수정 등 편집자의 요구에 협력하여야 한다. 편집자가 집필자보다 더 객관적으로 내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농공학회지나 논문의 편집을 하면서 이미 2인의 심사자가 심사를 마친 것을 최종으로 내용을 검토하는데 어떤 논문은 한 점도 잘못된 것을 찾아낼 수 없고 어떤 것은 20개 이상의 지적을 하게 되는 것도 있다. 그러나 나의 검토는 흠이 있는 것을 고쳐주는데 목적이 있어 게재 불가로 판정을 한 것은 거의 없다. 흠이 있는 글이 그대로 나가면 그것을 발간한 회지나 책의 질이 떨어지고 또 그 발행기관의 품위가 낮아지기 때문에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용검토 중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잘못은 한글, 영문, 한자 등의 오자가 가장 흔하고 측정단위 표시가 법률에 맞지 않는 것, 중복 부분이 있는 것, 내용이 일부 누락된 것, 제목과 내용이 잘 합치하지 않는 것, 표나 그림의 내용과 그 설명이 맞지 않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실험의 경우에는 그 방법의 핵심을 상세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데 “-- 실험을 했다” 정도로 그치는 경우도 가끔 만나게 된다. 또, 다른 회지에 발표된 것을 일부만 내용을 고쳐 내는 것도 더러 있는데 이것은 전문 심사자가 찾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
편집업무 외에 지금 하는 일은 해외기술용역사업이다. 농어촌진흥공사 시절에 7년여 동안 했던 경험을 살려 주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기술용역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어려움이 많지만 긍정적인 면도 있고 부정적인 면도 있다.
긍정적인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후진국에 원조를 더 많이 주어야 하는데 이를 집행하는 것이 해외기술용역업체이므로 기술용역의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한 기술능력과 외국어 능력의 향상으로 아시아개발은행, 세계은행 등의 차관사업이나 지원사업에 참여할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부정적인 것으로는 영어로 보고서를 쓸 수 있고 전문분야의 기술과 경험을 갖춘 국제적인 전문가를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다른 나라의 용역회사와 합작을 하거나 다른 나라에서 전문가를 찾아내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 우리가 진출하는 개발도상국의 기술수준도 향상되어 이제 관개 배수 등의 농업개발사업이나 도로, 상하수도 등의 설계 시공은 자체 기술로 해결하려 하고 용역단장과 특수한 기술분야만 외국 전문가를 요구하여 토목분야의 기술용역은 사업수익이 별로 생기지 않게 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기술면에서 개발도상국의 성장으로 그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개발이 많이 이루어져 토목계통에서의 할 일이 많이 줄어들고 유지관리가 더 각광을 받게 되었으며, 이 때문에 더 많은 기술용역회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지만 그곳에서도 설계, 시공 등 하드웨어 기술부문은 문이 점점 좁아지고 기술이 주가 되는 개발사업일지라도 환경, 경제, 사회, 관리, 훈련, 능력배양 등의 소프트웨어 부문이 더 환영을 받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나는 농공학회와 함께 반세기를 기술자로 살아오면서 기술자라는 한계를 넘어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사회적, 경제적, 경영적, 법률적인 분야들은 나와 상관이 없다는 태도로 살아왔는데 지금은 아무리 기술자라도 이런 분야에서 뒤지면 기능공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고, 이런 기능공은 컴퓨터의 능력이 커지면서 그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대학의 기술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전방위 교육이 되어야 하고 또 세계를 일터로 보고 세계적인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법률이 우리 기술부문에 관련되는지도 모르면서 사업의 계획을 세우고 설계를 하고 공사관리를 하지 않도록 법률의 중요성도 일찍이 알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우리 농공분야의 핵심기관인 한국농촌공사가 지난 50년간 토지개량조합연합회, 농업진흥공사, 농어촌진흥공사, 농업기반공사, 한국농촌공사로 진화한 것을 뒤돌아보며 우리 한국농공학회도 발전적인 미래를 향하여 날마다 새로워지고 번영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창립 50주년 학회활동을 되돌아보면서!
최 예 환
제21대 학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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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공학회가 1957. 1. 26 대한농업토목기술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하여 2007. 1 이 되면 만 창립 50주년의 역사를 맞이하게 된다. 초창기에 농공기술분야와 학계의 원로 선배님들과 은사님들이 정열적으로 학회를 발전시키겠다는 열정으로 시작하여 학회사무실도 없이 대한수리조합연합회, 현 한국농촌공사의 사무실 한곳에 직원급여까지 보조를 받으면서 키워오는 것을 옆에서 지켜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초기 역대 회장단과 임원진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학회사무실은 확보해서 자립해야겠다는 굳은 의지가 반영되어 1970년대 초에 현 한국과학기술회관 건립 시에 20평의 할당 면적을 2배인 40평으로 넓혀 구입함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훌륭한 학회사무실을 확보하게 된 것은 한국농공학회의 크나큰 축복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나는(필자) 1975년 젊은 나이에 강원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이사와 분과위원회 활동을 열심히 하였다. 그 당시 서울 춘천 간 교통사정도 별로 좋지 않은 시절에도 빠짐없이 이사회의에 참석하여 선배 이사님들과 임원진들 또 현 업계에 계신 분들로부터 농공학의 자부심과 제자교육에 더욱 힘쓸 수 있는 격려와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또 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교육기술교류위원회 활동을 매년 대전에서 농공학의 발전과 미래상에 대한 세미나를 했고, 본인이 교육기술교류위원장일 때는 전국 시도에 “농어촌 정비사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시 · 군 농어촌 정비과(가칭)"를 1년 이상 연구하여 전국 시군에 농어촌정비과를 신설해 줄 것을 청와대, 내무부, 농림부에 건의하여 당시 56조원의 농어촌투자를 전문적인 기술직 공무원이 수행함으로써 효율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데 착안하여 역설함으로써 내무부 박제술 서기관으로부터 공감대와 시행방안 절차까지도 얻은바 있었다.
1994. 10. 8에 1994년도 학술발표 개최 시에 학회학술교류위원장으로서 회장의 협조로 중국과 학술교류를 위해 중국 농업공정학회 수석부회장 Dr. Tao Ding-Lai 교수 일행 6명이 강원대학교 주관 한국농공학회 학술발표 시에 기조연설로 “中國 農工分野의 發展" 이라는 제목으로 특별강연과 학술교류 협력에 학회장과 조인함으로써 오늘날까지 중국과 교류가 진행되고 있으며 1997년에는 몇 년 동안 몇몇 교수들이 일본농업토목학회와 학술교류를 추진하여 부회장 Dr. Taniyama 교수 일행 4명이 학회를 방문하여 당시 본인이 학회장으로서 조인식을 가짐으로써 그 후 일본농업토목학회와 학술교류 및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1995년에 학회편찬위원장을 맡으면서 학회지의 표지가 단색으로 되어 있는 것을 1년간 편찬위원회의 연구 끝에 1996년 제38권 1호부터 전문가의 design의 협조를 얻어 전문성이 있는 컬러 사진을 넣고 새로운 학회 이미지와 내용에 충실함으로써 보다 발전적이고 위상 제고에 힘을 기울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1998년 학회장 재임 시에 인천 앞바다에 LNG 저장고 설치에 해일로 인하여 공사도중 시설물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하여 이로 인해 소송 건이 학회에 의뢰되어 감정연구용역이 약 3억 원 정도 접수되어 수행함으로써 기술자문을 원만히 하여 학회위상과 학회운영에 다소나마 도움이 된 것으로 생각되고 회상해 보건대 무사히 원만하게 마치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된다.
1997년도 학회장이 되면서 창립 40주년이 되어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임원과 이사진 및 학술교류원회와 건국대학교의 협조를 받아 외국학자 7명 초청 국제심포지엄과 국내학술발표(논문 64편, 현장사례 4편, 학생토론 10개교 20명)를 360의 희원이 참석한가운데 성황리에 수행하였고, 학회고문 15분에게는 금 1돈의 명함을 기념품으로 기증함으로써 성공적으로 마친 것을 무엇보다도 기쁘게 생각한다. 더욱이 1997년 IMF가 터지기 직전인 10월 17～18일에 수행하였는데 수행할 당시 환율이 800원대이던 것이 11월 IMF가 발생함으로 1,800원대로 환율이 인상됨으로서 경비부족과 외국인 교수의 불참으로 이하여 하마터면 창립 40주년 행사를 못 할 뻔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나니 11월에 IMF가 터져 안도하면서 감사의 말씀을 무엇이라고 표해야 할지 지금도 감격적인 일로 한국농공학회50년사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
또한, 제25대 학회장 선거관리 위원회 위원장을 2004년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간에 걸쳐 맡으면서 한국농공학회 최초의 우편투표로 학회장을 선출할 때 계획, 진행, 당선자 발표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명정대하게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학회장을 선출함으로써 우편으로 학회장 선출 방법으로 한국농공학회50년 역사의 한 획을 긋기도 하였고, 타 학회에서 관심을 보이기도 하였다.
앞으로 학회뿐만 아니라 대학과 연구기관에서도 미래에 도래할 공통관심사를 협의하기 위한 전국 농공학과 학과장 협의회가 여러 가지를 협의하고 해결해 나아가는 모임으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대에 따라 농공학의 사회적요구가 농업과 농공학에서 농촌과 농어촌의 문제로 확대되어 농공학회나 농공학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의 교육기관은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교과개편과 진로방향을 설정해야 할 책무가 크고, 앞으로 사회와 농촌이 요구하는 삶의 질과 기존의 생산 및 농지확보의 문제는 지속하면서 농촌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해 나아가야 국가백년대계를 위한 농공학회와 농공학 분야의 인재양성이 서로 보완적이고 협력하여야 학회발전과 미래에 농촌건설의 꿈이 실현되리라고 생각한다.
회고하건대 학회발전은 시대와 학문과 주위의 유관기관과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유대관계 속에서 오직 열정과 희생정신 없이는 학회가 발전하고 존속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볼 때 창립 제50주년을 맞이한 우리 한국농공학회는 2,000여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기관과 학회가 서로 이끌고 밀어주며 협조와 협력이 이루어질 때 앞으로 50년 후인 100년 또는 1,000년까지 면면히 발전해 나아가리라고 확신한다.
한국농공학회50주년에 즈음하여!
이 석 우
제19～21대 학회 이사
한국농공학회 고문
한국농어업토목기술사회 회장
전 한국농촌공사 기술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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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이가 60이 지난 황혼에 한국농공학회가 창립 50주년을 맞는다고 회고록을 부탁받고 보니 지난 30여 년간의 농촌공사 생활과 함께 과거가 다시 그리워진다. 학회가 설립될 때는 내가 고등학교 학생으로 꿈이 부풀어 있었을 때인데 우리의 선배님들이 학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이끌어 주신 것이 고맙다.
나의 기술인생은 조사 설계부, 전남본부, 농어촌연구원, 영산강사업단 등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그동안 열심히 일한 보람으로 기반조성본부장직을 맡게 되었으며 또한 월남, 인도네시아 등 여러 프로젝트에 수문전문가로 10여년을 보낸 경험은 국제무대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제일 어렵고 보람된 과거를 생각한다면 시화호 수질 오염 원인과 공사에 관한 사건을 3개월간 감사원 특별 감사를 받을 때였으며 그 결과 한국농촌공사는 공사에 있어서 큰 문제점이 없이 잘했다는 칭찬을 받았고, 수자원공사는 10여명 이상이 징계를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사실인즉 수자원 공사가 시행주였으며 우리는 간척 전문가가 많기 때문에 공사 관리 대행을 맡아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시화호 수질 문제 여파로 인하여 새만금 사업의 수질 및 갯벌 문제가 제기 되었을 때 기술을 총괄하는 본부장으로서 더 큰 책임을 느끼고 자료 준비를 철저히 하여 관계 기관 및 환경 단체를 만나 설명을 했으며 새만금 사업에 관한 많은 회의에도 참석하여 설명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한편으로 국회의원, 관계 부처 및 환경단체들을 매주 현장으로 모시고 설명을 드렸던 노력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공사 중단과 시행의 반복으로 15년간 끌어온 방조제 33km의 끝막이가 완료되었을 때 사업에 참여한 기술자로서 새로운 보람과 긍지를 느꼈으며, 이제는 환경을 고려한 국책사업으로 중단 없이 개발되기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나의 지난날을 뒤돌아 볼 때 1981년 11월부터 8개월간 수문전문가로서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 시말룽군 관개사업지구에서의 용역사업을 잊을 수 없다. 50,000여 ha에 대한 관개개선사업의 타당성조사인데 수문전문가는 120여개의 취입보에 대한 설계 취수량을 구하여 관개면적을 결정하는 것과 보의 설계를 위한 설계홍수량을 구하는 것이 맡은 임무였다.
처음 나간 용역사업이라 모든 것이 서툰데다가 강우량 자료는 있는데 하천의 유출량 자료는 거의 없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한 두 달 동안은 걱정으로 잠도 잘 못자고 밥맛도 잃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도네시아인 보조 기술자가 있었지만 길안내나 기관방문 안내 정도의 도움밖에 받는 것이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담당 국장을 수행하여 현장에 온 설계담당과장을 만나 자료가 불충분한데 “어떤 방법으로 해야 좋으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유역면적에 따른 비유량법 밖에 없다”고 했더니 동의를 해주었다. 이 설계과장은 후에 수리국장까지 승진했고 한국에도 여러 번 온 스나노씨로 한국 기술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다.
이때부터 각 보의 유역면적을 항공사진에서 구하고 강우량에 따른 비유량으로 유출량을 계산하면서 한편으로 중요 지점에 수위계를 설치하여 갈수위 때의 유량을 측정하고 상관관계 방법으로 이를 현장 확인하여 보고서를 마무리하였다.
이때를 시작으로 1989년까지 8번이나 인도네시아의 여러 사업지구를 찾아 수문전문가로서 역할을 하였는데 두 번째부터는 인도네시아 언어도 좀 하게 되고 영문보고서 작성의 두려움도 줄어들어 선수가 다 되어갔다. 그러나 수문전문가는 대부분 3개월 정도의 단기간이라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에는 중국 화교가 많아서 상권을 지배하기 때문에 그들과 한문으로 의사소통도 하고, 또 한약국에서 약을 많이 사먹기도 하였다. 또 싱가포르나 홍콩을 거쳐 오가는 길에 녹용을 사서 여러 번 먹었는데 아마 그 효력이 남아서 아직도 건강한 것 같다.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갔던 시말룽군 지구는 골프장이 무료였고 다른 곳들도 비용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용역단원들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고 오후 4시에 근무시간만 끝나면 골프장으로 뛰는 것이 보통이어서 나도 골프를 시작했지만, 근무기간이 짧아 전념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오래 동안 근무하는 동료들 중에는 싱글에 오른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다.
시말룽군 지구는 바딱족이라는 종족의 본거지로 이들은 인도네시아 종족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을 가진 종족이다. 가장 큰 종족인 자바족이 이름만 있는데 비해 이들은 자기의 마을 이름과 같은 성을 갖는다. 우리나라의 본관을 성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또, 이들은 친족개념이 참 잘 발달되어 있는데 나이가 나보다 작은 사촌형님, 육촌형님이 있을 수 있다.
나보다 나이 많은 형님은 한국에서 불가능하지만 인도네시아 바딱족에게는 당연하고 합리적으로 가능해서 뱃속에 들어 있는 형님도 많다. 그것은 우리나라서 형님이 되는 기준이 나이를 근거로 하는데 비해 바딱족에게는 사촌이나 육촌의 경우 자기 나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아버지의 나이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에 관계없이 큰아버지 자녀는 모두 사촌형님이고 작은 아버지 자녀는 모두 사촌동생이 된다. 또한, 이들은 근친결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장애인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들은 일이 있다.
용역사업 이후에는 국내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담당하였는데 특히 영산강사업단장을 할 때는 만조시에 목포시 저지대가 해수로 침수되어 악취가 진동하고 많은 민원이 발생하여 이를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목포지방 기관장회의시에는 늘 화제가 침수문제로 이동하여 농업진흥공사가 영산강 하구둑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면, 나는 기술적인 논리로 그들에게 답변하기보다 무식하게 “저렇게 넓은 바다에 조그만 방조제 막았다고 목포가 침수되면 간척사업을 많이 한 일본은 물에 다 잠겼겠네요”라고 말하며 위기를 넘어가곤 했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목포가 영산강의 홍수로부터 보호된 것은 바로 그 하구둑 덕이고 지금의 전남도청이 하구언 북쪽에 자리 잡은 것도 그 덕이라고 생각할 때 영산강 3개댐과 하구둑 사업이 우리나라 서남부 지역에 끼친 공로는 대단히 크다고 보며, 또 이런 중요한 사업에 내가 참여하였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30여년 이상 근무했던 한국농촌공사는 대한수리조합연합회, 토지개량조합연합회, 농업진흥공사, 농어촌진흥공사, 농업기반공사 등의 이름을 거치면서 농업공학의 실행 측면을 담당하였고 또 과학과 기술의 학문적 측면을 다루는 한국농공학회의 설립과 성장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엔지니어링이 분화해 나가듯이 농촌공사와 농공학회의 관계도 점차 엷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마치 형제가 어릴 때는 가깝다가 장성하면서 멀어지는 것과 같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보이지만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간의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농촌공사가 수리조합을 계승하여 2008년에 100주년 기념사업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2007년에, 한국농공학회가50주년을 맞고 이를 기념하는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며 앞으로 한국농공학회와 한국농촌공사가 함께 협력하고 성장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일복 많은 나의 과거를 회고하면서!
이 황 의
제22대 학회 부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동아기술단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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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65년 4월부터 1978년 4월까지 13년간을 농진공에서 근무하다가 1978년 4월부터 1990년 2월까지 12년간을 삼안건설기술공사에 근무하였다. 그 이후 현재까지 17년간을 동아기술공단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개인적으로 설계용역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니까 농진공 입사 후 현재까지 42년간을 농업토목 또는 일반토목을 가리지 않고 바쁘게 일을 위해서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금년 후반부터는 일 욕심을 버리고 될 수 있으면 여유 있는 마음으로 건강을 지키고 남은 인생을 즐기려고 한다.
내가 첫 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한 곳은 농진공이이어서 그런지 농진공 근무 기간 중의 추억과 애착이 크고 깊게 느껴진다. 1965년 4월 농진공(당시 토지개량조합연합회)에 입사하면서 수리부 설계과를 거쳐 특정사업부 2과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그 때 부장은 함준호, 과장은 김재곤, 계장은 이중기 선배였다. 나는 이중기 계장 밑에서 평택지구 수문처리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몇 달 후 이중기 계장님이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연수를 떠나게 되어 평택지구 수문처리는 나와 김진광이 책임을 져야만 했다.
금강평택지구는 IBRD 차관조건에 따라 외국 용역단을 고용하게 되었는데, 이스라엘 TAHAL과 독일 DPU의 합작사로 결정되어 1970년 초부터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1971년 1월에 나는 평택사업소로 전근 발령을 받은 후 1974년 4월 주월 한국수자원사절단원으로 월남에 파견근무로 떠나기 전까지 3년 3개월간 동안은 정말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나는 평택사업소로 전근발령나면서 업무량이 크게 증폭되었는데, 아산 및 남양 지구의 배수갑문의 구조계산 및 세부설계와 배수갑문 수리능력계산, 두 지구의 방조제 최종체절 계획을 담당하였으며, 평야부 양수장 및 용수로 구조물 설계변경도 담당하였다. 평야부 설계변경팀원 수는 나를 포함해서 최대로 많을 경우는 13명이나 되었는데, 그 중에는 박은수, 이상익, 박준민, 정병호, 최현섭, 도은대, 이홍규 등을 손꼽을 수 있다.
그 당시 지금은 고인이 된 명관심 과장님이 1과를 담당하고, 노승길 과장님이 2과를 담당하였다. 평택사업소에 근무하던 짧은 기간에 나는 1과에서 2과로, 2과에서 다시 1과로 또 다시 1과에서 2과로 근무처를 옮겼는데, 내가 미운 털이 박혀서라기보다 1과 업무와 2과 업무를 교대로 담당하게 되므로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아산 방조제 최종체절 계획 시는 사업소 안과 본사 안으로 2가지 안이 있었는데, 본사 안을 새로 만들기 위하여 이희영 교수님, 이종모 계장님 그리고 나도 그 멤버에 속하여 평택에서 서울 본사로 동양고속 버스를 타고 약 1개월간 출퇴근을 한 적도 있었다.
아산 방조제의 최종체절은 벙어리 체절로 하였다. 벙어리 체절이란 배수갑문으로 통수하기 전에 최종체절 공사를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아산호의 유역면적은 A=163,400 ha 이고 배수갑문 규모는 폭 10 m, 높이 6 m, 12련으로 당시 국내에서 최대 규모였다. 아산 방조제 최종체절은 1973년 2월 26일에 성공을 거두었고, 그 후 배수갑문 통수는 1973년 3월 20일에 이루어졌다. 아마도 아산호 같은 큰 규모의 조석량이 드나드는 방조제 체절을 벙어리 체절로 시행하는 공사는 국내외적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벙어리 체절은 일반상식이나 이론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며, 그 이유는 벙어리 체절을 하게 되면, 최종체절시 조류속과 내외수위차가 커지므로 사석제 유실과 Piping이 발생할 위험도가 커지고, 또한 최종체절 후부터 배수갑문 통수할 때까지의 기간에 담수호 유역에 홍수라도 발생하게 되면 내수위 상승으로 내지구(배후지)에 침수피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벙어리 체절은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하는데, 아산 방조제는 이를 과감하게 단행하여 결과적으로 성공사례가 되었다. 이런 모험을 하게 된 사정은 첫 번째로 배수갑문 통수 후 최종체절 공사를 하게 되면, 아산호와 남양호의 담수화가 늦어져서 그 다음 해(1974년) 영농기에 맞추어 적합한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없게 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을 것이고, 두 번째로 체절구간을 오랫동안 방치하게 되면 닥쳐오는 대조시 때마다 사석제 및 성토재의 유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었으며, 특히 “권관리” 쪽에 많이 적재된 성토재를 “공세리” 쪽의 방조제에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체절이 빠르면 빠를수록 공사비 절감에 큰 효과를 얻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벙어리 체절을 위해 1972년 말경 어느 날, 윤오섭 대선배님께서 평택사업소에 출장 오셔서 당시 김영규 소장님 실에서 나를 불러 벙어리 체절 시에 문제점이 될 수 있는 체절구간의 조류속 및 내외 수위차의 변화와 벙어리 체절 후 아산호 유역에 10년 빈도 홍수량이 발생할 경우 최고 내수위는 얼마나 될 것인지 계산 작업을 지시하셨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다.
아산 방조제의 벙어리 체절공사 전제조건은 배수갑문 통수 전에는 최종체절구간을 포함한 방조제 L=800 m 구간은 사적제 단면을 완성하여도 좋지만 성토단면 공사는 유보시키는 조건이었다. 800 m 구간의 사석제 단면의 투수량을 유지시켜야 방조제 내외수위차를 줄일 수 있고, 유역의 10년 빈도의 홍수가 발생하여도 내수위 상승으로 인한 침수피해가 전혀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 벙어리 체절공사의 확실한 성공신념은 위와 같은 수리적인 조건보다도 체절구간의 기초지반이 견고한 암반이었고 현장 직원들도 그 어려웠던 남양방조제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음으로 벙어리 체절을 성공시킬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1965년 농진공 입사 이후 42년간 토목설계업무에 종사하면서 개인적으로 설계한 업무 중 가장 보람 있고 누구에게도 자랑삼아 말할 수 있는 설계 중 2개를 꼽는다면, 첫 번째는 1995년 5월에 울산시청 수도국에 제출한 회야댐 방수로 보강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 건이고, 둘째는 1906년 9월 25일자로 특허청에서 특허를 받은 “상부공동중력댐”의 설계 건이다. 그 후에도, 2004년도에 본인이 강원랜드 레저단지 내에 2개의 댐을 설계하여 2006년도에 준공되었고, 태백시에 위치한 서학레저단지도 내가 2005년도에 설계하여 2006년도에 준공되었다.
그 외에 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 직장인 농업진흥공사 직원교육 프로그램 강사로 초빙되어 1976년부터 1985년까지 배수갑문 구조설계 및 콘크리트 댐 설계에 대한 강의를 하였다.
이와 같이 농공분야 및 일반 토목분야의 설계를 종사하면서 눈코 뜰 새 없이 어언 42년이 흘렀고, 한국농공학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작은 힘이나마 일해 온 것이 감개무량하며 한국농공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나의 농공 46년, 그 희로애락의 파노라마
이 근 후
제24대 학회장
한국농공학회 고문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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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31일 이날은 내 삶의 주 무대였던 경상대학교 35년간의 교수생활을 공식적으로 마감한 날이다. 1960년 4월 농공학을 배우기 위해 농공학과에 입학하여 농공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46년만의 일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말, 진학할 대학을 선택해야만 할 때까지도 내가 평생을 농공부문에서 보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시의 내 꿈은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것이었으나, 충치를 몇 개 앓는 바람에 불가능하였다. 그래서 대신 선택한 것이 비행기 설계가였다. 하지만 고3 담임선생님은 내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조선항공과 원서를 써 주시지 않았다. 내 성적이 그 학과에 원서를 넣을 수 있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거였다. 아버님을 모시고 학교에 가서 애원한 결과 겨우 공학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농공학과로 원서를 써 주신다는 허락을 받았다. 황당한 일이었지만 생각치도 못한 농공학과에 응시하여 말석으로나마 합격을 하긴 하였다. 이것이 46년 내 농공인생의 시작이었다.
대학 4년의 추억은 1학년 신입생 환영회 때의 악몽과 측량시간의 핑크빛 추억이 압권이다. 지금도 모교 뒤편의 임학과 연습림인 수목원 광경이 눈에 선하다. 1960년 4월의 어느 날, 키 큰 소나무로 둘러싸인 숲속의 잔디 덮인 공터 한 쪽에는 한 되짜리 파란색 소주병들이 산처럼 쌓여있었고, 공터의 한가운데에는 군대의 개인용 밥통인 반합뚜껑 35개가 삥 둘러 원을 그리며 놓여 있었다. 선배들은 신입생 하나하나를 각각의 뚜껑 앞에 앉게 하더니 손수 뚜껑 가득히 소주를 부어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하는 말이 농공학도는 광활한 대지를 상대해야하니 성품이 호탕하고 폭이 넓어야한다. 그렇게 되려면 가득 따라 놓은 술을 한입에 마실 수 있어야 하며, 이는 호방한 기질을 함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했다. 동시에 농공학도는 앞으로 물도 다루어야하니 액체인 점에서 동류인 술도 잘 마시는 것이 진정한 농공인이 되는 길이요 전통이라 했다. 그날 이벤트의 결과는 지금 생각해도 악몽 중의 악몽이었다. 35명 신입생 동기들은 거의 실신한 상태로 술에 취해 기숙사까지 기다시피 돌아가야 했다. 다음날 농공과 학생들이 수강하는 강의실이 텅 비었던 것은 불문가지였다.
농공학과의 여러 학과목들은 대개가 골치 아픈 과목들이었으나, 유난히 즐거운 기억으로 남는 과목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측량 실습이었다. 그 중에서도 트랜싯이나 수준측량 실습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그 이유는 측량기기에 달린 망원경이 실습생들에게 무한한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측량 목표지점의 함척이나 폴 대신, 앞산의 8부 능선으로 망원경을 돌려 샅샅이 살피다보면 운 좋은 실습생들은 나들이 나온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여학생 기숙사로 시각을 돌리면 그 내밀한 공간에 숨겨진 비밀의 일각을 훔쳐볼 수 있었다. 타과의 친구들에게는 과장과 약간의 허구를 섞어가며 영웅적으로 천기(?)를 누설함으로서 신비에 쌓인 여성들의 전용공간에 대한 새로운 전설을 전파한 자신에 대하여 크게 만족하면서 희희낙락할 수 있었다.
꿈 많던 대학생활이후 2년간의 전방 소대장 생활을 마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 농공이용연구소였다. 1967년 6월경 합격을 한 세 명의 동기생들과 함께 초보 연구원으로 입사한 얼마 후 처음 부과된 임무는 벼 재배 포장에 나가서 초장(벼의 키)을 재고, 분얼 수를 세고, 이삭에 달린 벼 낱알 수를 헤아리며, 관개수심과 수온, 벼의 생육상태 등을 측정, 기록하는 일이었다. 명색이 연구자(researcher)인데 멋지고 정교한 실험도구나 값비싼 장비 대신 매일 꼭두새벽부터 논에 나가 마치 허드렛일 같은 벼 키 재기나 낱알세기를 해야 하다니 하고 신세 한탄을 여러 번 하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때의 경험이야 말로 연구자로서의 기본을 갖추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부정확한 관측을 한다거나, 실험설계와 다른 실험처치는 결국 실제의 현상과는 다른 연구결과를 낳기 때문에 연구 실패의 첩경을 달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는 내가 연구자로서의 소양을 갖추는데 있어 참으로 중요하고 소중한 시기였다.
1967년과 68년 두해에 걸친 연속된 한발은 내 인생에 또 다른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정부에서는 한발극복의 한 수단으로 지하수개발에 눈을 돌렸고, 연구소에서는 지하수 개발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나를 미국의 콜로라도 주립대학에 파견하였던 것이다. 1970년 12월, 해는 이미 져서 사위가 캄캄한 워싱턴의 케네디 공항에 내동댕이치듯 도착한 나는 이후 일 년여의 수학 끝에 지하수개발 연수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하였다. 연구소로 귀환 한 후 첫 번째 담당한 연구 사업이 지하수 관개로 인한 벼의 냉수피해를 방지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 연구는 한국 농업의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통일벼의 개발과 맞물려 매우 중요하였고, 젊은 나이였기에 혼신의 힘을 다하여 연구에 임하였다. 지금도 그 때의 열정과 땀이 훈훈하게 가슴에 느껴진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실험포장에서 관찰과 측정에 몰두하던 일, 꼭두새벽부터 통일벼 개발관련 회의 참석차 강원도 춘천의 농업시험장을 제집 드나들 듯 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1973년 11월 16일, 평상시에 꿈 꾸어오던 소망이 이루어져 마침내 대학으로 가게 되는 행운이 나에게 왔다. 내 인생에 있어 경상대에 부임한 이날보다 더 행복한 순간은 없었던 듯하다. 나의 첫 강의가 생각난다. 아마 수문학 강의였다고 기억하는데 열심히 가르친다는 것이 도가 지나쳐 80분 동안 어찌나 큰소리를 내질렀던지 강의가 끝난 후 내 목청은 형편없이 쉬어버렸고, 옆 강의실에서 강의하시던 선배교수는 학생들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걱정을 하실 정도였다. 아무튼 열과 성을 다하여 강의를 하였다. 이후에도 강의만큼은 철저히 그리고 열심히 한 편이었다고 자평한다. 요즘 농공 사업현장에서 농공과 졸업생들의 전문지식과 능력이 떨어진다고 불평을 한다. 대답할 말이 없다. 연유야 많지만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대학교육이야 말로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믿는다. 졸업한 제자들의 사회 공헌도가 그걸 말해주고 있다. 지금도 현직에서 열심히 제 할일을 수행하는 그들을 볼 때마다 흐뭇한 마음을 느끼곤 한다. 교직초기의 열기 가득했던 강의실 기억은 아직도 나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근원이 되고 있다.
70년대와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가로부터, 또는 민간기관으로부터 연구비를 따온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더군다나 지방대학 입장에서는 중앙 집중 성향의 사회구조에 따른 연구비 재원 분배의 불균형으로 연구비가 더욱 부족한 상태였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처음 시작한 연구 분야가 강우에 대한 것이었다. 이 분야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연구비가 거의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연구 자료는 기상대에서 구하면 되었고, 실험기자재라야 컴퓨터 한 대면 족할 것으로 판단 한 것이다. 강우 연구에 이어 전국 대학 연계 연구인 벼 용수량 연구, 논 지대의 물수지 연구, 밭 용수량 연구, 온실 작물 관개 연구 등으로 이어져 50여 편의 연구논문 발간과 10여권의 저술을 완성하게 되었다. 몇 년 전 농업기반공사에서 수여하는 농업기반대상 연구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어 송구스럽기 짝이 없었는데, 연구 환경의 어려움과 지방대학의 열악함을 견디어 낸데 대한 격려로 생각하고 있다. 이제 대학을 떠난 입장에서 남아 있는 젊은 교수들을 생각할 때 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물론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지만 사회가 대학교수들에 대한 경쟁분위기를 심하게 조성하여, 성과물 창출을 강요함으로서 교수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몹시 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과감하고 당차게 이를 극복하여야 할 것이다.
나의 사회봉사 활동은 대학 내에서의 보직 활동과 대학 밖에서의 학회활동으로 대별할 수 있다. 대학 내에서의 활동은 초기 기획위원회의 간사에서 시작하여, 대학원 부원장, 교무처 부처장 그리고 기획처장을 역임하면서 주로 대학발전을 위한 기획 일을 맡아 봉사 하였다. 1994년부터 내가 대학의 기획처장을 맡고 있을 때 전국 각 대학에는 4명의 농공과 출신 교수들이 기획통으로 봉사하고 있었다. 요즈음에도 농공학과 출신 교수들이 학교 행정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한다. 흥미로운 것은 어떤 이유로 농공학과 출신 교수들의 기획 분야 보직 참여율이 유달리 높은 가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농공학이 갖는 정체성과 깊은 연관이 있는 듯하다. 즉, 농공인들은 농공의 사업시행 단계인 조사-계획-설계-시공-유지관리에 대한 훈련을 받아 그것에 익숙해 있다는 점과, 공익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는 농공의 이념을 신조로 삼고 있다는 점 등이 대학 교육의 기획자가 갖춰야 할 중요 품성과 잘 맞아 떨어진 결과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대학 밖에서의 사회봉사 활동은 주로 학회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70년대 후반부터 학회의 전문분과 활동에 참여하여 관개배수분과위원장을 시작으로, 편찬위원장, 부회장, 그리고 2003년부터 2년여 동안은 송구스럽게도 제24대 학회장을 맡기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학회 활동이란 그것을 통해 어떤 이득을 창출하는 세속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로지 봉사만이 요구되는 그런 활동이다. 시간과 돈을 투자하되 남는 건 얼마간의 자기만족과 명예가 전부라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내 능력과 정성을 바쳐도 되겠다는 결심이 서자 나는 주저 없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고속버스로 서울을 가려면 최소한 5시간 이상이 소요 되었다. 그래서 급한 학회일이 생기면 비행기를 이용하였다. 학회 활동을 하는 몇 년 사이 비행기 마일리지 축적이 15만여 마일을 넘었다. 덕분에 아내가 미국에 사는 셋째 딸의 출산 뒷바라지를 하러 가는데, 그 마일리지를 이용하여 국제선 1등급 좌석을 공짜로 탈 수 있는 호사도 누렸다. 사실상 공짜는 아니지만 말이다.
학회장을 하는 동안 나는 늘 화합을 강조하였다. 여러 사람이 화합하면 그 집단의 힘은 그게 증가하여 발전을 위한 변화가 손쉽게 이루어지는 법이다. 나는 이러한 신념으로 학회 집행부의 구성에서부터 운영의 세부 사항에 이르기 까지 화합을 이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회 업무를 추진하였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추가 하고자 한다. 학회기록을 살펴보면 나의 학회장 재임기간이 2003년 4월 1일부터 2004년 12월 31까지로 되어 있다. 다른 회장들처럼 2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3개월을 일찍 퇴임한 것이다. 거기에는 연유가 있다. 지금까지의 학회장 취임일이 4월 1일인데 학회 예산의 수립과 집행은 국가 예산회계 규칙에 따라 1월 1일을 기준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는 새로 선출된 학회장은 전 회장이 수립해 놓은 예산에 의해 학회를 운영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이 2년에 한 번씩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 나는 내 임기를 3개월 단축하는 것으로 하였던 것이다. 2005년 1월 1일 이후 이 같은 모순은 시정되었다.
학회 활동 가운데 공학교육인증제의 추진으로 학회 생존의 기틀을 마련하려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공학교육인증제는 세계 각국이 동일분야 공학교육의 질을 상호 보장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시행함으로서 종국적으로는 기술자의 국제교류를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 그 취지이다. 회장 재임 중 한국공학인증원의 16번째 등록분야로 농공분야를 등록시킨 것은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었다. 공학교육인증제를 시행하여야 할 전략적 타당성은 국제화에의 순응이라는 직접적 이유 말고도, 농공의 생존이라는 간접적 필요성도 크게 작용하였다. 농공분야가 국제화의 상징인 공학교육인증제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농공학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올라갈 것이고, 이는 당시 흔들리던 농공의 위상 회복과 생존의 보장에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제 대학을 떠나 새로운 제2의 인생 설계를 추진하던 참에 우연히도 우리 학회의 50주년을 비슷한 시기에 맞게 되었다. 나는 경상대학 생활을 마감 짓는 총장실에서의 행사가 끝 날 무렵 내 인생의 평생 동지인 아내가 눈시울 붉히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 가슴 찡한 눈물의 의미를 알듯 싶다. “그간 수고 하였소,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세월도 우리 열심히 삽시다. 이것이 마지막은 아니지 않소.” 나는 가장 소박한 그 눈물의 의미를 50주년 행사에 참석한 존경하는 농공 동지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농공 동지들이여 긴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농공을 더욱 발전시킵시다. 지금 농공이 조금 어려운 형편에 있다하여 실망하지 맙시다. 늘 그러했듯이 농공은 새로운 활력을 창출하여 굳건히 생존할 것입니다. 우리들의 꿈인 아름답고 쾌적한 농촌을 이룩하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도시와 농촌이 어울려 온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농공과학기술의 힘으로 창출합시다.”
내 꿈은 잘 정돈된 국토, 풍요로운 농촌, 잘 사는 농업인
조 병 진
제22대 학회 이사
전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장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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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공학회의 창립 50주년을 농공인 모두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 1957년 1월 대한농업토목기술협회란 이름으로 발족한 이래 대한농업토목학회로 명칭을 변경했고, 그 후 학자들 중심으로 설립된 농공학회와 합병하여 지금의 한국농공학회로 발전하였다. 학회지의 이름도 농업토목학회지에서 농공학회지로, 다시 지금의 전원과 자원으로 그 명칭을 변경해 왔다.
학회나 학회지의 명칭에서 보는 바와 같이 관개 · 배수, 농지조성, 경지정리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농업토목에서, 농업기계, 에너지, 농가건축을 포함하는 서구적인 좀 더 광의의 농업공학 (Agricultural Engineering)으로 명칭을 변경하였으며, 다시 농촌공간과 자연환경보전 을 생각하는 새로운 이름으로 변천해 왔다. 이에 따라 전국 10개 대학의 농공학과를 가진 대학에서도 학부나 전공 명칭에 Biotechnology, Natural Resources, System Engineering 등의 생소한 이름이 들어가 있어 매우 혼란스럽다.
학회나 대학의 전공 명칭변경은 시대변화에 따라 농공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의 전환으로 그리 문제 삼거나 혼란스럽다고 힐난할 필요는 없다. 농공학회가 태동한 5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식량자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농지의 외연적 확대를 주로 하는 농지개량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쳐 왔다.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의 과잉생산으로 작부면적을 줄이고 남는 쌀을 북한에 무상으로 보내는 일까지 생겼다. 개간 · 간척사업으로 농지를 조성하고 생산량을 늘려 식량안보에 대비해야 한다고 외치던 우리 나이 또래거나 선배 농공인들은 농공학회의 발자취인 지난 반세기 동안 그 중심에 있었으며, 언젠가는 국민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또 잘 사는 농촌을 꿈꾸며 열심히 일해 왔다.
지금 농공학의 새로운 과제는 풍요롭고 쾌적한 농촌공간을 만들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농업인과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이다. 나는 농진공에 근무할 때인 1973년 네덜란드 정부 장학금으로 1년간 그 곳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졌다. 당시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00불 수준으로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다. 그때 유럽을 여행하면서 잘 정돈된 농지와 잘 가꾸어진 농촌공간을 보면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특히 화란은 초지, 일반작물지대, 꽃 재배지, 산림, 수변지역, 도시 등 토지이용능력구분에 따라 적절한 토지이용이 이루어져 어느 한 구석진 땅도 정리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그 후 나의 꿈은 잘 정돈된 국토,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였다. 그러나 나는 속수무책이었고, 아직도 꿈은 이루어 지지 않고 있다.
내가 농업과 농촌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것은 내가 농촌에서 태어났고, 할아버지가 일군 중규모 농가의 장손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어려서 할머니와 같이 밭에서 일을 할 때면 할머니는 “애야, 나랑 농사지으며 살자”,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시골학교 선생을 하면서 일찍 퇴근하면 같이 일할 수 있겠지?” 라고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할머니 보시기에 지게를 지는 일이나, 농사를 거드는 내 모습이 아담하고 예쁘게 보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도망치다시피 도시에 있는 학교에 진학했다.
그러나 고등하교 3학년 때, 다시 그리던 시골집에 가게 되었고, 당시 유행하던 4H 클럽에 가입하여 활동하게 된다. 지덕노체 (智德努體)의 4H 클럽 이념에 매료되었다. 친구의 권유로 야간학교 상근교사가 되었다. 당시엔 오지 중의 오지인 섬마을 안면도 창리초등학교 교실 한 개를 빌려 중학교에 가지 못한 10대 후반 남녀 아이들 30여명이 모이는 야간학교에 부임했다. 영어, 수학, 국어를 가르쳤다. 동리에서 가장 가난한 농부의 문간방을 빌려, 멍석을 깔고 자면서 밥을 지어 먹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이었다. 아이들이 낮에는 부모들을 따라 농사일을 거들거나 바다에 나가 미역을 따면서 피곤했겠지만 밤에는 무언가 배운다는 열정으로 눈망울들이 초롱초롱했다. 섬마을선생으로 가르치는 재미에 세월 가는 줄 몰랐다.
나는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지나는 2월 어느 날 뽀득뽀득 눈이 녹아가는 들길을 걷고 있었다. “이게 아니다, 아직 모자라, 우선 나를 채워야 해” 라는 생각에 보따리를 챙겨 그날로 도망치듯 도시로 올라왔다. 그리고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를 찾아 갔다. 어렵사리 교장을 설득하여 재입학을 하게 된다. 2년 후배들과 3학년과정 몇 개월을 다닌 다음 농과대학에 진학했다. 농공학과라는 곳이 농촌을 개조하는 토목사업을 배우는 곳이라고 했다. 나는 1 지망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대학에 다니면서 실망도 많이 했다. 당시 나는 사상계라는 잡지를 매월 사서 몇 번이고 읽었고, 흙, 상록수 등 전원소설과 함석헌선생, 유달영 교수의 글을 즐겨 읽었다. 대학생활은 그렇게 성공적이질 못했다.
이창구 교수는 자기가 가르치는 간척학을 선택하지 않은 나를 불러놓고 “취직할 생각마라”라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졸업해서 놀고 있던 나에게 엽서를 보내 국제연합한국개간기구(UNKUP)에 입사시험이 있으니 가보라는 전갈이 왔다. 나는 실소했지만 제자 사랑이 대단한 그분의 말을 들었다. 한번은 교수님을 찾아가 “교수님의 강의노트를 빌려주면 제가 가리방을 긁어 학생에게 파는 알바를 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그분은 정색을 하시며 “난 강의 시간에 뭘 하냐?” 라면서 역정을 내셨다.
나는 항공사진을 화판에 올려놓고 오거와 핸드레벨을 가지고 토요다 지프차를 타고 다니는 토양조사원 생활을 시작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 사업은 UNDP 지원으로 개간가능지를 찾기 위한 토지능력구분도 작성이었다. 그 후 지원자금의 종료로 당시 농지개량조합연합회로 인원과 사업이 흡수 통합되었다. 그런 덕분에 나는 당시 서슬이 시퍼런 청와대에 자주 불려 다닌 기억이 난다. 당시는 제4공화국 박정희 대통령 시대다. 퇴역장성들이 서울과 대전사이의 고속도로 예정지 주변에 목장후보지를 찾고 있었다. 토지능력구분도를 기초로 하여 대단위로 목장을 할 만한 곳을 찾아 색깔을 칠해서 건설 · 농림정책비서관에게 가져갔다. 어느 날 그 비서관은 어느 중년신사를 앞에 두고 야단을 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상하관계를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야단을 맞은 신사는 건설부 차관이었다. 그때부터 청와대의 위력을 알았다.
농진공에서의 직장생활은 보람이 있었다. 나는 주로 영산강종합개발사업의 1단계사업 타당성조사 보고서를 준비하는 것으로부터 1단계 4개댐의 설계 · 시공과 평야부 경지정리, 용수로 밑의 경사지를 개답하는 설계까지로 광주사업소 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이사하여 영산강 3, 4, 5단계 기본조사 반장을 했다. 광주 영산강사업소에서 가장 보람 있던 일 중에는 세계은행사업평가사절단이 오면 그들의 대충요원 (counterpart) 노릇을 하며, 현장을 안내하고 사업을 설명하는 일이었다. 당시 문제가 된 것은 경지정리 사업비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경지정리 경구가 왜 30 m x 100 m 이어야하며, 100 m마다 농로가 붙은 용수로와 배수로가 있어야하는지, 또 경구마다 직사각형이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사업비가 타 공종에 비하여 너무 비싸다. 이 문제는 금강 · 평택사업에서부터 내려온 해묵은 질문이었다. 나는 그들이 온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쓰기 위하여 많은 책을 보고, 교과서적인 답변 외에 우리나라의 오래된 관습이란 것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그는 결국 우리나라 경지정리를 이해하고 다시는 문제 삼지 않았다.
그 후 실험연구소에서의 국고지원 연구업무관리, 인도네시아 Bali 관개사업 조사측량 · 설계참여, 해외부에서 해외용역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제안서 작성 등을 끝으로 농진공에서의 1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선배님의 권유로 국립경상대학교 전임강사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그 때 내 나이 42세,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 그리고 연구를 한다는 것은 현장 엔지니어로 자란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현장감이 없는 연구는 연구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으로 학술논문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부끄럽게도 나는 뒤진 승진을 위하여 남의 보고서를 인용하고, 외국서적을 베끼는 표절도 했다. 신문에 표절시비로 대학총장과 장관임명에서 탈락하는 인사들을 볼 때 나는 나도 그랬는데 하고 스스로 자유롭지 못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에는 박사학위 없는 교수들도 꽤 있었다. 나는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학위논문을 쓰기 위하여 일본 교토대학 농공학과 수리공학연구실의 미나미(南勳)교수에게 갔다. 그 분은 우리나라에 제염암거의 이론을 제공하여 처음으로 남양방조제에 시공한 바 있으며, 그 후 서해안 방조제에는 꼭 설치하는 구조물로 정착되었다. 그 연구실은 학회지에 3건의 논문을 게재해야 학위논문을 쓰도록 했다. 그 때 일본농업토목학회지의 권위를 처음 알았다. 따라서 일본학생들도 3년에 학위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하물며 외국인으로서 그 규정을 지키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꼬박 1년 동안 겨우 논문하나를 완성했다.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분은 논문 한편만 더 쓰면 교토대학 학위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아마도 내가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애처로워 보였나 보다. 나는 동의했고, 다시 일 년을 그곳에서 버티느라 농진공에서 받은 퇴직금을 모두 써버렸다.
일본에 있는 동안 일본농업토목학회 학술발표대회에 참가하면서 한국 농공학회의 학술대회, 그리고 양 학회가 발행하는 학회지를 비교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일본의 학술발표대회에서 발표되는 논문의 질적인 차이는 차치하고라도 발표자의 연령대나 진지한 태도는 큰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자가 약 50세만 넘어도 직접발표를 기피하고 아랫사람을 시키는 조로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늙은 교수도 열심히 발표하고 질문에 참여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또 더욱 부러운 사실은 관 · 학 · 연을 비롯하여 일반회사 사람들까지 농업토목학회의 이름하에 모두가 참가하는 결집력과 관심으로 학회의 권위를 세워주고 있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에서는 학술대회는 대학교수의 잔치로만 알고 있다. 농공학과 관련한 기술자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한국농촌공사와 은퇴한 기술자가 참여하는 연구소조차도 농공학회를 외면하는 이유가 무얼까? 그러다보니 농공학회지, 지금의 “전원과 자원”에도 읽을거리가 아주 제한적이다. 관련기관들, 예컨대 농림부, 지방자치단체, 한국농촌공사, 농어촌연구원, 민간연구소,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농업공학관련 사업과 연구에 대한 정보교환의 장으로 활용되어야 할 학회지에는 읽을거리가 부족하여 많은 독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나는 부끄럽게도 농공학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농공학회 회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결집력을 위하여 헌신해 줄 학회장의 출현을 항상 기대한다.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와 사회봉사라는 교수 본연의 일을 끝내고 정년을 넘겼다. 내가 무엇을 해왔는가? 열정은 있었으나 패기가 부족했다 자성한다. 내가 농과대학장으로 있으면서 농업최고경영자과정 학생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농촌을 부흥하게 하는 그들의 노력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높게 평가했다. 한번은 도의회에서 농업인교육이란 명목으로 도비를 낭비한다고 청문회에 세운 일이 있었다. 그 때 도비 약 1억원의 보조와 학생이 내는 학비로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담당교수는 국립대 학장을 몰상식한 도위원이 청문회에 세운다고 노발대발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교육시켜야 한다면서 도의회 증언대에 섰다. 나는 농민을 위한 평생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나를 이 자리에 나오게 한 도의원이 직접 교육을 받으라고 일갈했다.
농촌공사의 3자 통합은 잘한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농민의 참여 없는 관개시설 유지관리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농민이 참여하는 관개사업 즉 PIM (participatory irrigation management)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물사용료도 없고 공동작업도 없는 일선 관개조직은 유례가 없다. 물사용료를 탕감할 때 강하게 반대를 못한 용기 없는 내가 부끄럽다. 다음 정권에서는 이를 바꾸도록 농공학회의 이름으로 건의하자.
농공인 여러분! 그리고 농공학 관련 학과, 전공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여러분! 우리나라는 아직 국토가 정리되지 않고 어수선합니다. 농촌은 비어 있고, 수도권은 공장과 농업지대가 엉망으로 혼재되어 있어 선진국형 농촌으로 가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습디다. 지금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빈곤퇴치를 위하여 농촌개발, 수리사업에 많은 원조를 하고 있다. 최근에 내가 가본 곳에서는 바로 옆에 물이 철철 흐르는 강이 있고 광활한 평지가 있음에도 돈도 아이디어도 없어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양수장과 수로를 연결하고, 경지정리를 하면 비옥한 농지로 탈바꿈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도전을 하는 이에게는 언제나 할 일이 있다. 농공학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지난 세월을 회고하며!
권 상 필
제23대 학회 부회장
전 농림부 농촌정책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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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공학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른 체 대학을 들어가, 졸업 후 평생을 농공분야에서 35년간 긴 세월을 보내고, 지금 생각하니 “참 열심히, 소신껏, 때로는 남용을 부릴 정도로 과감하게 계획을 수립, 시행하였고, 나름대로 멋있게 살았구나”하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잘못된 것도 많고, 더 잘할 걸 후회도 됩니다만, 이제 남아있는 농공 후배들이 더욱 잘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71년도에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남한인 대한민국이 북한을 1인당 소득에서 비로소 상회하는 시점이었고, 제2차 경제개발 계획이 한창 진행되는 때였습니다.
우리 농업생산기반 조성사업은 처음으로 세계은행, 아시아은행 차관을 도입, 소위 대단위농업종합개발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습니다.
현 한국농촌공사 전신인 농업진흥공사에 겨우 입사하여 곧바로 세계은행 차관사업으로 시행되는 금강지구 현장에 투입되어 선배들이 시키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만 전체를 모르고 코끼리 코만지는 일만하다, 우연히 ‘77년도에 농림부에 특채되어 세계은행 차관사업인 야산개발사업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경지정리사업 확대개편방안 수립, 수리시설개보수 계획수립, 국가 · 지방 관리방조제 개보수 계획수립, 농업생산기반정비 중장기계획수립, 농어촌정비법제정, 재해대비 수리시설 설계기준개정, 한계농지개발 활성화 지침, 도시자본유치를 위한 농어촌 주택 양도세 감면 등 수 많은 계획수립에 주체로서 보조자로서 참여한 것은 농림부라는 정부조직에 몸담고 있은 행운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앞으로의 화두는 농업생산기반 정비 사업의 영역에서 생산기반정비와 더불어 농촌의 생활환경정비와 일체가 되고 연계되는 개발과 더 나아가서는 관광 및 농촌 소득이 증대되어 농촌을 편리하고 안전한 농업생산과 함께 쾌적하고 활력이 넘치는 생활 및 휴양 공간으로 정비되어 농업인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살고 싶은 국토공간으로 조성되어야 할 것이고 이 역할을 우리 농공인이 담당하여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하여야 할 몇 가지 과제를 후배들에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농업생산기반 정비 사업은 농업용저수지는 재해대비를 위하여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저수지 수질보전을 위해 유역 내 소규모 농가대상의 폐수처리시설 또는 마을하수도설치를 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수리시설개보수 시행체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개보수 주기 및 적정 투자사업비를 산출하여 문제 발생 전 사전조치를 취하는 예방개보수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물관리 업무 체계개선을 위하여 유지관리 적정인원의 산정, 관리체계정립, 수계단위 통합관리 방안강구 등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농촌개발은 미래의 농촌은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므로 새로운 농촌개발 수요 증대에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농촌개발에 따른 수혜자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민 출향인, 도시민이 되므로 사업의 수혜자와 수요자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농촌시설은 개발과 병행하여 관리시스템과 원활한 운영을 위한제반 시설 운영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농촌지역개발사업을 시행할 때에는 사업자체에 대한 자료의 관리뿐만 아니라 사업시행지구의 전반적인 현황에 대한 사업관련 통계자료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농촌다움과 어메니티를 고려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상지역을 선택하고 재원을 집중 투자하여 사업 시행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사후 평가시스템을 도입함으로서 사업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서없이 생각나는 나름대로의 소신을 피력했습니다만, 우리 농촌은 미래의 희망입니다. 또한 우리 농공인은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파이팅!
농촌계획과 함께 사반세기
최 수 명
제25대 학회 부회장
전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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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 대학입시의 핵심과목인 소위 국 · 영 · 수에서는 크게 고전한 반면 지리과목에는 발군의 실력을 과시하였다. 그래서 조금만 한 눈 팔거나 마을에 들지 않을 경우 몽당 분필로 정확한 사격을 서슴지 않아 괴팍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던 지리과목담당 선생님에게 거의 독보적으로 사랑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지리학자로 대성할 소양이 충분하니 지리학과로의 진학을 권유하셨는데 필자는 이를 매몰차게 거절하였다. “지리학과 나와 보아야 기껏해야 선생할 건데 싫습니다.” 그런데 지금 선생이 되어 있으니 이제는 고인인 선생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결국 그 굴레를 벗지 못하는구나 하고 자괴하기고 하고, 더군다나 농업 · 농촌 지리학에서 발원한 농촌계획분야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 왔으니 선생님의 손바닥 안에서 놀았다고 할 수 밖에는….
우리나라의 농촌개발이 60년대 지역사회개발사업에서 70년대 새마을 사업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 부문에 집중되어 추진되었기 때문에 메탄가스 시설 보급사업, 농촌주택용 소재개발(흙벽돌 및 기와), 간이상수도 설치사업 등의 부문에서 우리 농공학 분야 전문가들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그러나 하드 · 소프트웨어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진 농촌계획 부문이 농공학 분야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이후의 일이다.
필자는 1981년 박사과정에 진학하면서 학부에서 석사과정까지 몸담았던 농업토목기술 분야를 접고 농촌계획이라는 당시에는 매우 생소한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하였는데 아마도 농공학 분야에서는 최초의 시도이지 않았나 생각된다.
당시 일본에서 학제적으로 농촌계획이 활성화되는 선진적 사례에 크게 자극 받았으며 어렵게 입수하였던 八郞潟干拓事業誌에서 접한 “하치로 가다 신농촌건설사업(大潟村, 오오카다무라)”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상적 농촌건설이 가능하다는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박사학위논문도 “간척지 신농촌의 정주체계 설계”를 테마로 설정하게 되었다.
약 5년간에 걸쳐 박사과정을 밟는 과정은 우리 농공학 내부의 이해 부족과 하드웨어 부문에 대한 지나친 집착 등에 의해 때로는 냉소를, 무관심을 받는 고통과 함께 모든 것을 처음부터 스스로 찾고, 정리해 가야 되었기 때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는 내부적 어려움이 함께 하였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수많은 시행착오과정에서 얻었던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이후 농촌계획분야 활동에 큰 인프라가 되었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 · 토의하는 계기가 되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농촌계획 분야의 중요성을 확신하시고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안재욱, 김철기, 정하우, 조진구 선생님의 은혜는 평생 잊을 수 없다.
두 번에 걸친 영국대학의 방문연구(1986-7, 1993-4)는 일본에 머물렀던 벤치마킹의 지평을 농촌지역의 모태 지역인 서구로 확장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농촌지리학(영국에서는 농촌계획이 주로 지리학 영역)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고 Journal of Rural Studies의 편집장인 P. J. Cloke 교수와의 만남은 농촌문제를 사회적, 문화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관점을 형성케 하였다. 특히 하나의 농촌개발 · 정비 사업이 시행되면 그 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 수많은 전문가 · 학자들이 참여하고 연구하며 관련된 학위 · 학술 논문이 무수히 발표되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1989년 가을 귀국하자마자 당시 서울대 농공학과 연구 사업이었던 산지개발연구사업의 산촌 정주부문에 참여하게 되면서 정부차원의 농촌계획 연구 노력에도 발을 들여 놓았다고 볼 수 있다. 1988년 농림부가 새로 착수한 “농어촌 지역 종합개발계획(군 단위) 수립” 사업에의 기본구상안 수립 및 자문 전문가로 참여하기 시작하여 2004년까지 전남도내 14개 군 농어촌지역 종합계획의 기본 구상안을 직접 계획 수립하게 되었다. 그 당시 농촌경제연구원의 최양부 박사 주도하에 농업경제 · 사회 · 지리 · 지역개발 · 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농어촌 지역종합개발 추진연구단”을 중심으로 수시로 워크숍을 가져 일천한 농촌계획의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나간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이었으며 필자 역시 당시의 참여가 전문성 향상에 매우 큰 도움을 주었다.
이후 정주권개발계획, 문화마을조성계획 등의 자문에 참여하였다. 2004년부터 농림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의 기본계획 수립, 실시설계 및 사업 수행에 농촌공사 재직 다수의 농공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계획 및 사업집행 전 과정에 걸쳐 농공분야 다수의 전문교수들이 평가 및 자문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은 크나큰 진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농촌 활성화의 심벌처럼 되고 있는 어메니티 증진 부문에서도 2005년부터 농촌 자원개발연구소가 시행하고 있는 농촌 어메니티 자원 조사사업에 조경학과와 함께 전국 대다수의 농공학과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장족의 진전이라 할 수 있다.
농공분야에서 이러한 농촌계획 및 정비 분야에의 참여확대와 함께 전문 인력 양성도 시작되었다. 1988년 미완공 간척지의 정주실태 분석이라는 주제로 황한철 회원(현 한경대 교수)이 1호 석사 학위를 받은 이래 한경수 회원(현 농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이 정규과정 1호 박사를 취득한 이래 국내외에서 다수의 농공인이 학위를 취득하였다.
대학으로의 진출은 필자가 1981년 전남대에 자리 잡은 후 강원대 김기성 교수, 충남대 김대식 교수, 경상대 김영주 교수 등이 농촌계획 전문교수로 진출하였다. 최근 들어 농어촌 연구원, 농촌자원개발연구소는 물론이고 민간컨설팅 업체에까지 진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제 농공학 분야에서 농촌계획 부문은 둥지를 튼 지 사반세기를 맞고 있어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사회적으로 그 필요성과 타당성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전문 학문부문으로 정착하는 데는 기회를 현실로 바꾸는데 부단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함을 몸소 실감한 어려운 시기였지만 고비를 넘었다. 이제 농촌정비 및 계획 분야는 농공학의 미래를 기대하는 첨병임에 아무도 의심치 않는 자리에까지 온 것이다.
농촌정비 · 계획 분야는 사람을 중심으로 관계되는 모든 요소와 환경은 물론이고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연계 구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기술 영역이 참여하는 학제적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체적(identity)을 갖는 하나의 독립적 분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바탕이 되는 독자적 이론과 방법론이 정립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마치 다양한 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가 필요하듯이 농공학 부문의 농촌계획은 지휘자적 위상, 즉 이론과 독자적 계획방법론 개발을 선도하여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농공학 분야 농촌계획자들의 가열 찬 분발이 요구된다.
농업구조물 설계에 자동화 최적설계법의 도입을 기대하며!
김 종 옥
제21～25대 학회 이사
공주대학교 산업과학대학 전학장,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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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구조물의 설계과정은 우선 설계변량을 가정하고 이것이 농업구조물의 안정과 안전에 요구되는 구조 공학적 요구조건과 시방서상의 제반요구조건, 그리고 사용성에 대한 요구조건들을 만족하는지를 검토하는 방법으로 몇 가지의 유용설계안을 마련한 후 그중에서 건설비용등의 측면에서 가장 좋은 설계안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비교적 규모가 작고 위험도도 낮은 농업구조물의 경우 정확한 구조해석결과에 기초하여 설계하지 않고 기존의 표준설계도를 참고로 하여 약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설계방법은 설계변량의 가정과 구조해석의 반복과정이 복잡하고 힘든 작업일 뿐만 아니라 수작업에 의하여 최적의 설계안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고 표준설계도에 의한 설계는 너무 과거 의존적이며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일상적인 업무처리에 지나지 않는다.
본인이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하고 보다 쉽게 농업구조물의 합리적인 최적설계안을 자동적으로 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중반기의 일이다.
당시 나는 고재군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최적설계법을 이용한 농업구조물의 자동화설계를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때에는 Computer의 성능이 아주 약했고 널리 보급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PC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성능도 최적설계문제의 Program을 수행 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전산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전산실에는 터미널이 단 4대 밖에 없었다. 따라서 어렵사리 프로그램을 짜가지고 수행해 보려면 터미널 얻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예산에 직장을 가지고 대학원 공부를 하였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짜가지고 강의가 없는 날을 택하여 새벽에 예산에서 수원까지 열차로 가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늦은 밤 열차로 예산에 오곤 하였는데 어느 날은 터미널을 모두 다른 학생들이 쓰고 있어서 하루 종일 기다리다 그냥 내려온 날도 있었다. 지금과 같이 성능이 강화된 PC를 각 연구실이나 가정에서도 여유롭게 쓰면서 불과 20년 전의 일들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저수지 취수탑의 최적설계 프로그램을 완성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더 본격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1988년 영국의 Liverpool 대학교에서 Post Doc. 과정으로 Andrew B. Templeman 교수와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것이 나에게는 처음으로 외국에 나가는 기회이었기 때문에 설렘과 부푼 희망을 갖고 영국에 도착하였다. 여러 가지로 어리둥절한 나에게 Templeman 교수는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며 컴퓨터 작업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일상의 모든 것을 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또한 영국의 정직과 친절 문화를 체험하면서 인간적으로도 성숙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고 영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좋은 S/W와 성능 좋은 Computer를 이용하여 최적설계를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었으며 또한 1989년도에 스코틀랜드의 Heriot-Watt 대학에서 2주일 동안 NATO가 주최한 최적설계 학술발표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때 세계 각국의 연구동향과 전망을 파악하며 이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는 석학들을 만나 토론할 수 있게 되었다.
Liverpool 대학에서 연구하는 동안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Liverpool대학으로 박사과정을 입학한 시리아의 친구로부터 ADS라는 최적설계 프로그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의 Source Code는 얻었는데 사용 Manual 은 구할 수가 없었다. ADS는 미국 UCLA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가 최적설계 S/W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하여 교수직을 사직하고 회사를 설립한 Gareet N. Vanderplaats가 개발한 것이었다, 그 Program은 당시에는 판매용이 아니고 개발한 후 시험을 위하여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판매용인 Program으로 알고 있었으며 그 Manual을 구하기 위하여 Vanderplaats 교수에게 내가 ADS를 전에 구입하였는데 Manual을 잃어버렸으니 Manual 하나를 보내 달라고 편지를 하였다. Manual을 꼭 얻고 싶은 마음에 Program은 무료로 얻고 구입하였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나 Vanderplaats 교수는 아무런 책망을 하지 않고 즉시 Manual을 보내 주었고 나는 그 Program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그 후 나는 미국의 Vanderplaats 교수와 자주 연락을 하게 되었고 1994년 여름 3개월 동안 미국 Colorado 주에 있는 Vanderplaats 교수가 설립한 VMA Engineering 이라는 회사를 찾아가 연구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때서야 미국의 최적설계 분야에는 양대 산맥이 있는데 하나는 Iowa 대학의 Jasbir S. Arora 교수가 이끄는 Group이며 또 하나는 바로 Vanderplaats 교수가 이끄는 VMA Engineering이라는 사실과 Iowa 대학은 이론에 강하고 VMA Engineering은 실무에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VMA Engineering의 직원들은 매일 Program 개발과 기존의 Program을 Upgrade 하느라 하루 종일 Computer와 마주앉아 쉴 틈도 없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보고 역시 어떤 분야에서든 전 세계를 석권하려면 그만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Vanderplaats 교수는 VR&D라는 회사를 하나 더 설립하고 앞서 말한 ADS Program을 더욱 발전시켜 DOT(Design Optimization Tools) 와 DOC(Design Optimization Control) 라는 최적설계프로그램과 유한요소해석과 최적설계법이 연계된 GENESIS 라는 Program을 개발하여 상용화하고 있었다.
귀국할 때 이들 Program을 가지고 와 이들을 이용하여 농업구조물의 최적설계를 수행하는 연구를 하였으며 그 결과로 작성된 논문을 1995년 독일의 고풍스러운 도시 Goslar에서 개최한 제1회 ISSMO(International Society for Structural and Multidisciplinary Optimization)의 Congress에서 발표하였으며 그해 겨울에는 스코틀랜드의 NATO Conference에서 알게 된 독일 Essen 대학의 Thierauf 교수와 3개월간의 단기 방문연구를 수행하면서 독일과 Europe 의 최적설계 연구동향을 파악 하였고 미국의 VR&D도 몇 차례 더 방문하고 또 그쪽에서 한국을 방문하여 DOT, DOC, GENESIS 에 대한 시연회도 개최하여 그들과 의견교환을 자주 할 수 있었다.
본인은 DOT, DOC를 이용하여 농림기술과제로서 옹벽, 교량, 수로교, 암거, 수로터널, 낙차공 등과 같은 농업 구조물의 최적설계를 수행할 수 있는 Program을 개발하여 농업구조물의 설계업무에 활용하고자 하였다.
미국에서는 DOT, DOC, GENESIS가 기계, 우주, 항공, 조선, 토목, 재료 등 공학분야의 설계실무에 활용되어 많은 비용절감과 성능을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들 최적설계가 실무에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특히 농업구조물의 경우 여러 가지 여건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 관계로 설계실무에서 이들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앞으로 각 대학에서 이에 대한 강의가 활발해지고 설계실무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폭넓게 수행 된다면 이들의 활용이 가속화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설계실무에서도 보다 편리하고 쉽게 농업구조물의 합리적인 최적설계안을 자동적으로 구하게 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해 본다.
농공학의 변화와 변신을 위한 25년
- 재료, 구조, 농촌계획, 농촌관광 -
리 신 호
제26대 학회 부회장
충북대학교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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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사라지는 초가집을 되살려 보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1981년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하고, 그 해 7월에 한국농공학회에 가입하였다. 고재군 선생님을 따라 다니면서 학회 활동을 직간접으로 경험하기 시작하여 오늘 부회장에 이르게 되었다.
1987년 2월에 농업건축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1988년 9월에 안성농업전문대학(한경대학교 전신)에 교수로 가게 되었으며, 1989년 3월에 처음으로 구조위원회와 농업시설위원회 위원이 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때 구조위원회 위원장은 오무영 교수님(충북대학교 명예교수)으로 구조위원회의 기틀을 잡아 놓으셨다. 물 분야 위주의 학회 활동을 비판하며 구조 분야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하여 매년 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연구를 열심히 하도록 해 주신 오 교수님은 구조분야의 대부였다. 구조위원회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열정을 보이셨고, 1991년에 충북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나 역시 간사로서 열정을 다하여 구조 분야 활성화에 노력하였다. 이 때 열정적인 분으로 조진구 교수님(전남대학교 명예교수), 김종옥 교수님(공주대학교), 성찬용 교수님(충남대학교), 연규석 교수님(강원대학교) 등이 생각난다. 농업시설위원회의 위원장은 김문기 교수님(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었는데 농업시설과 구조가 함께 하여 발전을 도모해 보자는 뜻으로 1991년에 유성에서 하는 농업시설위원회에 오무영 교수님과 함께 참석하였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두 위원회의 구성 위원은 거의 중복되었다. 1989년 이전에는 ‘구조는 농공학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농공학에서 이단으로 취급되는 수모를 겪고 위원회가 아예 없어진 적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겹쳐서 구조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신 회원이 우리 학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 1991년에는 재료시공위원회까지 분파되어 이곳에서도 활동을 하게 되었고, 너무 나누는 것이 좋지 않고 위원도 중첩되어 있어서 1997년에 구조 및 재료위원회로 합쳐진다.
안성농업전문대학으로 가서 농촌계획 분야인 정주권 개발에 관련된 연구를 주관하게 되었다. 이 연구는 대학원 생활 중에 최수명 교수님(전남대학교)이 농촌계획 분야를 개척하면서 연구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분야라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빨리 주어졌다. 충북대학교에 와서 이 연구는 마무리를 했고, 충북대학교에 농촌계획학 교과목을 처음 개설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기초과목으로 농업지리학 교과목도 개설하였다. 학회에는 농어촌환경위원회가 생겨서(1997년) 위원으로 선임되었다. 위원회의 활동은 미진하였지만 위원들의 연구 활동은 열성적이라 농촌계획 분야에서 개별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위원회 활성화를 주장한 덕분에 2005년에는 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학회의 위원회가 너무 나누어져 있고 위원회의 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2001년에 이사가 되고 나서부터 위원회의 자발적 조직과 위원장 선출 등을 적극 주장하여 학회의 정관에 반영하게 되었다. 2006년 가을 학술발표대회 및 임시총회에서 부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위원회 통폐합을 추진하였다. 각 위원회 위원장 모임을 여러 번 주선한 끝에 결실을 보게 되어 지금은 농업수리위원회, 농업시설 및 구조위원회, 지반 및 농지조성위원회, 농촌지역개발 · 관광위원회, 지역환경위원회, 농공정보화 및 공학인증위원회 등 5개 분야로 조정되었다. 앞으로 과제는 각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학회를 학술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콘크리트 재료로 박사학위를 받을 즈음 수원전문대학에서 측량 강의와 수원대학교에서 토목재료학 강의를 하게 되었다. 수원전문대학은 토목과가 3반이나 되어 측량 강의 시수가 많았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측지 분야로 모집하는 안성농업전문대학에 교수로 갔다. 안성농업전문대학에서 측량과 시공학을 강의하게 되었다. 박사학위 논문 연구내용(토목재료)과 함께 이 경력이 도움을 주어 측량 및 시공학(토목재료 포함)으로 뽑는 충북대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그리고 농공학의 학문 분야가 넓어지고 미래로 가는 방향으로 항상 연구 주제를 잡고 강의를 개설하였다. 건설재료, 농업시설, 농촌주택 등은 농업건축학으로 통칭할 수 있는 학문분야를 했고, 농어촌정비로 농촌계획을 연구하고 내가 살고 있는 충북 청원군 고드미 마을을 대상으로 농촌체험관광마을 계획과 설계를 하면서 농촌관광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는 농촌관광개발에 관한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하고 있고, 농촌관광개발연계전공을 충북대학교에 창설하여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것은 곧 새로운 교과목을 개발을 의미하고 그 모든 것이 나에게 강의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그것을 즐기고 있다.
지금 우리 학회의 편찬출판위원회 위원장과 농촌지역개발 · 관광위원회의 위원장, 농업시설 및 구조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하고 있고, 모든 변화가 학회의 활성화로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곧 우리 학회 50년사에서 후반기 25년을 화려하게 꾸미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가집은 아직 살리지 못했지만 1995년에 내 집을 지으면서 시작한 농촌주택 연구로 흙집은 살렸으니 90%는 이루었다. 그리고 연구 활동과 강의, 그리고 삶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으니 항상 자신 만만하다. 세월이 더 흘러도 우리 학회에 이만큼 기여할 때가 또 오겠는가? 우리 학회 50년 만 만 만세!
농업과 물의 60년
김 진 수
충북대학교 지역건설공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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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선배 교수님한테서 아버지(김철기 교수, 현 충북대 명예교수)의 회고록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아버지는 8년 전에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이후, 현재 일상 대화나 간신히 이루어질 뿐, 기억을 충분히 정리하여 기술할 수 없는 상태라서, 완곡히 사양하였다. 하지만, 그 동안 아버지의 학회에서의 역할 및 공헌도를 거론하며 계속적인 요청이 있어, 조심스럽게 내가 대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현역시절에는 서울 출장을 다녀온 후에도 피곤한 기색함이 없이 서재로 들어가 밤늦게까지 일하시던 아버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에 있는 병원을 오가는 차 안에서도 거의 주무시고 피곤한 얼굴의 모습이 역력하다.
아버지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동안에, 농공학, 농업수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셨다. 방학 중에도 학교 논 포장에서 직접 물을 갈며 열심히 실험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버지가 농업수리학을 시작하신 것(농공학과 입학년도)이 1948년이었고, 내가 대학원에서 농업수리를 시작한 것이 1985년이다. 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부자가 “농업과 물”이라는 일을 시작한 지 거의 60년이 되는 셈이 된다. 그 동안 둘은 대학교재인 “농업수리학”과 “관개배수공학”으로서, 또한 농업계 고교 교과서인 “농업수리”와 “농업과 물”로서 맥을 이었다.
아버지는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출신대학에 관계없이 열심히 노력하는 후배를 좋아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또한 일류대학을 고집하지는 않았지만, 일류의 일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현장연구를 좋아하셨는데, 이는 실내실험 연구보다 밖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므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게 이유였다. 나는 주위의 사람한테서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 정도로 아버지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모범적인 생활을 하셨다. 아버지는 술과 커피는 전혀 하지 않고 성실한 신사(gentleman)의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처음에 학회에 들렀을 때 학회에 근무했던 아가씨가 커피를 즐겨먹는 나에게 “커피는 안 하시지요? ” 하면서 다른 음료를 권했던 것이 생각난다. 나는 아버지와는 다른 면이 많아, 아버지를 잘 아시는 몇몇 선배 교수님들은 “당신은 아버지의 DNA가 아니야”라고 말씀할 정도이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어떤 면에서는 아버지와는 차별화하고 싶었다.
아버지는 충북 음성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기차통학을 하면서 어렵게 청주농고에서 수학했다. 대학도 몰래 시험을 보고, 합격 후 할아버지를 간신히 설득하여 겨우 입학금만을 마련했다. 대학에서는 달력장사 등으로 등록금을 마련하면서도 열심히 공부하였는데, 3학년 때 한국전쟁의 발발로 그 이후에는 제대로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셨다. 대학졸업 후에는 대한수리조합연합회(한국농촌공사의 전신)의 기수(技手)로서 저수지 공사의 현장감독을 하였고, 그 때 얻은 현장에서 얻은 문제점을 논문으로 정리한 것이 1959년도 한국농업토목학지(2권 1호)에 실린 “용정제 체절계획에 있어서 홍수량 한계고 결정에 대하여” 등 3편이었다. 당시는 현장 기술자가 현장 경험을 정리하여 논문을 쓴다는 것이 결코 용이한 환경이 아니었으나, 이 논문이 학자로서의 면모를 알리는 계기가 되어 1964년 충북대학교에 가시게 되었다. 부임 초기에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열악한 대학의 연구 환경을 안타까워하여 1960년대 후반부터 자비로 실험기구를 제작하여 논벼의 증발산량 연구를 시작하였고, 1993년 퇴임 시까지 작물의 증발산량 연구를 일관되게 추진하셨다. 또한, 새마을 운동의 연구에도 참여하여 농공기술을 사회에 접목하려고 노력하셨다. 그 동안 충북대 대학원장(1986～1988), 한국농공학회장(1988～1990),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1994～1998) 등을 역임하셨다. 1985년 나는 학부에서 토목공학의 전공을 마치고, 일본의 대학원에서 농업수리학을 시작하였다. 본래, 농공학(농업토목)은 “풍토의 공학” 혹은 “풍수의 공학”이라 할 정도로 지역성이 강한 학문이어서 당시 논관개 경험이 상당히 축적된 일본을 유학의 대상지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 해 고재군 교수님(현 서울대 명예교수) 일행이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던 도쿄대(東京大) 농업공학과를 방문하신 적이 있다. 농공학에서 토목공학으로 전공을 바꾼 사람은 많아도, 토목공학에서 농공학으로 전공을 바꾼 사람은 거의 없는 현실 속에서 농공학을 선택한 나에게 “자네는 참으로 효자다”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효자가 되기 위하여 농공학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했던 그 학문을 계승 발전시켜 보고 싶은 나 나름대로의 의욕이 있었다. 당시 지도교수인 시무라(志村) 교수는 지한파(知韓派)의 학자로서 수리권이나 농업수리의 관리조직론 등의 농업수리의 인문사회적 요소에 큰 관심이 있었고,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다 해 낼 수 있는 학자로서 정평을 얻고 있었다. 세미나에서는 젊은 학생의 비평을 기꺼이 받아 드렸고 특히 일본인과는 사고가 다른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 25세 나이의 차를 느낄 수 없는 정도이었다. 시무라 교수는 2대에 걸쳐 농업수리를 전공하고 있던 나에게 “일본인보다 더 일본적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박사 취득 후, Cornell 대학에서 미국의 농공학을 경험한 후, 1993년 나는 행운으로 충북대 농공학과에 부임하여 농업수리학을 전공하게 된다. 이것은 나에게 영광이면서도 또한 영원한 과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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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유학시절의 필자와 아버지 (1991) |
시대는 양에서 질로 가는 환경의 시대, 세계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농업수리학도 이런 시대 조류에서 벗어 날 수는 없었다. WTO 체제 하에서의 쌀 시장개방과 함께 논의 다원적 기능의 구명도 커다란 과제로 등장하였다. 당시 논에서의 수질문제, 즉 비료에 의한 영양물질(질소, 인)의 거동 연구는 아직 한국에서는 미지(未知)의 상태이었다. 일반인들은 많은 양의 비료가 투입된 논이 상당히 많은 오염물질을 수계로 배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고, 이런 인식은 새만금 수질논쟁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1997년부터 논에서의 영양물질 거동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수리에서 필요한 물수지 뿐만 아니라, 농도까지도 정확히 파악해야만 했다. 6년에 걸친 연구결과는 논은 때로는 오염원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정화역이 되기도 하는 수질에는 비교적 양호한 농지라는 것이었다.
2005년 교토대(京都大) 농업공학과 교수였던 가와치(河知)의 “작업일기”가 발견되었다. 그는 교토대 교수로 부임하기 전, 일본 제1호 국영사업인 오구라이케(巨?池) 간척공사의 초대 현장소장으로 근무하였는데, 3년간(1933년 1월부터 1936년 7월까지)의 현장기술과 경험을 일기 형태로 자세히 기록하여 후세에 남겼다. 일본 농업토목 기술자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그 해 1월에 홋카이도대(北海道大) 토양학 연구실을 하타노(波多野) 교수의 초청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질소(N)와 탄소(C)의 물질순환 연구에 몰두했던 그는 질소(N)와 인(P)의 물질순환에 관심을 가진 나와는 공통의 관심사가 많았다. 그 곳의 대학원생에게 일년에 몇 번 집에 가느냐고 물었다. 한명은 바빠서 일년에 한번, 또 한명은 2년에 한 번 밖에 못 간다는 것이었다. 이는 20세기 초반의 일본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일년에 두번 집에 갔음)보다도 못한 것이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밤 11시에 이메일을 보내면 밤 12시에도 답장이 오는 연구실, 이렇게 무섭게 연구하는 대학 연구실이 있어 선진국 일본이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기술의 독립이란 우리의 아이디어, 사람, 자원을 가지고 세계에 통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명의 사람이 외국 저명저널에 입문한다는 것은 결코 용이한 게 아니다. 나도 충실치 못한 데이터를 가지고 외국 저널에 투고하였다가, 게재불가(reject)를 받은 경험이 있다. 2006년 강우시 논으로부터의 영양물질의 유출에 대한 연구가 저명 저널의 하나인 Journal of Hydrology에 게재되었다. 여기서 담수(湛水)된 논이 강우시 토양침식을 억제하여 인(P)의 유출을 강력히 제어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Elsevier 편집국으로부터 게재가(accept)의 메일을 받는 순간, 오랜만에 노력 결실의 기쁨을 맛보았다. 여기에는 2개조로 나누어 밤을 새우면서, 폭우 속에서 때로는 천둥과 번개 속에서 유량 측정과 수질 샘플링을 하던 제자, 오승영, 오광영, 이종진, 김선종, 조재원, 간종범 군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12페이지의 짧은 논문이었지만, 그 속에는 여러 스토리와 추억이 있었고, 4년간의 실험, 2년간의 집필, 1년 반의 게재과정이라는 오랜 세월이 숨어있었다. 마치 고급 위스키가 생산되기 위하여 수년간을 참나무통 속에서 기다려야 하듯이.
이제 내 나이도 쉰을 넘고, 교수로서의 기간도 반을 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일류가 되어야 하고, 대학 교수는 일류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는 우리 농공인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정신은 “일류의 정신”이다. 이는 실패가 있어도 이를 극복하고 세계에 통하는 명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너는 돈도 안 되는데 왜 그 힘든 논문을 쓰느냐”고. 나는 웃으면서 답했다. “기쁨과 추억을 만들기 위하여”라고.
8.2 회원 탐방
이기춘 교수(학회 고문, 제14대 학회장) 탐방
편집실: 고문님 안녕하십니까? 50년사 편집실에서 왔습니다. 먼저 고문님의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부터 듣고 싶은데요?
이: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중학교를 일제 강점기 말년에 다녔는데 학교는 서울 전농동에 있던 경성공립농업학교의 농업토목과였고 학제는 5년제였습니다.
당시 태평양전쟁이 한창인 때라 교련시간을 두고 가혹한 군사 훈련을 시켰는데 교련시간뿐이 아니고 하루 종일 군사훈련을 받는 것이 실제 군대의 훈련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2학년생에게 실탄 사격 훈련을 시켰다 하면 상상이 가지 않습니까? 거기에 군량미 충당을 위해 식량이 부족하여 배급제를 실시했는데 날이 갈수록 양은 줄고, 그 반은 차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가축의 사료나 비료로 쓰는 콩깻묵을 빻아서 섞어 주었습니다. 농민들에게서는 미곡 생산량의 60%를 공출이란 이름으로 갈취해 갔습니다. 농사지은 쌀은 다 빼앗기고 풀뿌리와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 먹으며 살았습니다. 초근목피로 연명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공부가 무엇인지 시험 때가 되면 며칠씩 밤을 새워가며 시험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5년제 중학교의 마지막 졸업반이었습니다.
편집실: 대학에는 어떻게 가시게 되셨나요?
이: 일제로부터 광복이 되자 일제 강점기에 돈 없고 억눌려 대학에 가지 못했던 학생들이 너도 나도 대학에 가려고 몰려들었는데 나는 중학교 과정이 농업토목과였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도 없이 유일하게 농업토목과가 설치되어 있는 수원농림전문학교에 1946년 9월에 입학했지요.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서울대학교가 탄생하면서 수원농림전문학교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 전문부가 되었고 3년제였으므로 졸업 후에는 다시 학부 3학년으로 편입해서 학부를 졸업함으로써 농학사가 되었지요.
이렇게 말하면 마치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듯 순탄하게 학업을 마친 것 같이 들리시겠지만 필설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전문부 3년 동안에 두 번씩이나 학교를 중단했었습니다. 또 서울대학교가 탄생하자마자 서울대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습니다.
서울대학교 설치는 미군정이 우리 국민을 노예화시키려는 술책이라고 하는 좌익계열의 허무맹랑한 책동이었으나 당시의 학생들은 그 내막을 알지 못하고 시위행렬에 가담했고 동맹휴학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학급이 유급되고 1.5학년이라는 해괴한 명칭까지 얻게 되었었지요.
그러자 1950년에는 6 · 25 동란이 발발하였는데 나는 피난을 가지 못한 까닭에 인민군 치하에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습니다만 정부가 있던 부산에서는 연합학교라는 이름으로 부산으로 피난 온 학생들을 모아 강의를 했습니다. 이래서 부산에 가지 못한 나는 또 한학기가 유급되었던 것이니 학교를 졸업하는데 1년이 늦어지는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때 저 유명한 1 · 4후퇴라는 처참한 사태가 일어나고 나는 가족과 헤어져 정부가 있다는 부산을 향해 오산에서부터 걸어서 대구까지 갔다가 거기서 다시 걸어서 되돌아왔습니다만 그간에 일어났던 가지가지 고난의 역사를 어찌 여기에 다 기록하겠습니까?
편집실: 말씀 듣고 보니 오늘날의 젊은 학생들이 귀담아 들어둘 이야기로군요. 그러시면 졸업하자마자 대학으로 가셨나요?
이: 아닙니다. 내가 전문부를 졸업하기 전부터 아르바이트로 시골 고향의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는데 학부를 졸업하고서도 그대로 머물러 있다가 54년도에 고등학교가 신설됨에 따라 29세의 젊은 나이로 그 고등학교의 교감이 되었답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57년에 어떤 인연으로 서울시립농업대학으로 직장을 옮기게 되어 이때부터 대학 교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편집실: 고문님의 대학 교수 시절의 생활은 무척 활발하고 화려했다고 말들을 하던데 활동 상황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 이것 참 뜻밖의 소문이로군요. 농담도 쉬어가며 하라는 속담이 있는데 무엇인가 와전된 것 아닙니까?
나같이 멍청하고 주변머리 없고 아첨할 줄도 모르는 미련한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다만 정직하게 성심성의껏 일을 한다는 마음만은 항상 잊지 않고 생활해 왔습니다. 나의 교직생활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것까지 통산하면 45년인데 그 중 대학은 2개 대학을 거쳐서 36년간입니다. 그 전반은 서울시립농업대학에서 지냈고 후반은 전북대학교에서 지냈지요. 그러는 동안 생각해보면 본 직장의 본업 외에 많은 기관의 일에 관여를 한 것 같습니다.
시립농대 시절에 일찍부터 서울대 농대에 출강하게 되었고 이어 고려대학교에 출강하여 무려 25년간이나 계속하였으며 중앙대학교에도 8년간이나 출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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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선작, 한국문화예술대전
(2006. 12. 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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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작가증서 |
또 이곳저곳에서 불러 여러
가지 일에 관여를 했는데 두서없이 나열해 보지요. 문교부 교육과정 심의위원, 문교부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 공업표준규격 심의위원, 수출검사규정 심의위원, 중앙농업산학협동 심의위원, 새마을봉사단 중앙위원, 전국과학박람회 심사위원, 경기도교원연구실적 실사위원, 학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기술고등고시 출제위원, 3급 공무원시험 출제위원, 농림부 정책자문위원, 농림부 농지개발위원회위원, 범민족올림픽추진 중앙위원, ICID 한국위원회 부회장, 평화통일정책 자문위원, 한국농공학회장,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과총 과학용어제정위원, 과총 방재과학위원회 위원, 전북대부설 농업개발연구소장, 전라북도 건설사업시공 평가위원, 전라북도 설계심사위원, 한국관개배수위원회 고문 등을 모두 거쳤으며 전북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하면서 종신명예교수로 추대되었고 이밖에 현재 원로과학기술자문단원, 한국농공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시립농대 재직 시 교육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고 84년 과학의 날에는 과학기술발전에 공로가 크다 하여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으며 정년퇴임 시에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으니 아마도 생전에 국민훈장을 셋씩 받은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한국농공학회와는 창설 당시부터 관계를 맺어 변변치는 못했지만 나름대로는 학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학술상을 비롯하여 공로상, 감사장도 여러 차례 받았는데 특히 2006년 8월에는 학회의 추천으로 일본 동경에서 개최한 International Society of Paddy and Water Environment Engineering으로부터 PAWEES 상을 받았습니다. 고마운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그리고 옛말에 仰不愧於天 俯不?於人(앙불괴어천 부불작어인; 나의 행위가 깨끗하고 바르기 때문에 우러러 하늘에 대해 부끄럼이 없고 굽어보아 사람에 대해 부끄러움이 없다)이라는 말이 있는데 좀 건방진 말이지만 오늘날까지 이 명언을 신봉하는 자세로 살아 왔습니다.
편집실: 고문님의 취미 생활이 궁금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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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대학교 정년퇴임 시 손자들과 함께
(1992. 2. 22) |
이: 글쎄요. 나는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얼치기예요. 굳이 말을 하자면 등산하기를 좋아하고, 잘은 못 두지만 바둑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내놓을만한 것은 못되지만 서예를 좀 즐깁니다. 양적으로 말한다면 꽤 많이 쓴 셈이지요. 액자나 족자는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썼고 병풍도 썼는데 그럭저럭 따져보니까 천자문 8폭짜리 병풍을 96첩이나 썼고 주자 경재잠(朱子 敬齋箴) 6폭 병풍과 천자문 6폭 병풍을 28첩, 반야심경 그 밖의 고시(古詩) 병풍을 6첩, 이렇게 썼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동안 국전에 출품 좀 하지 그러느냐는 주위 사람들의 권고도 많이 받았었지만 감히 용기를 내지 못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어느 서예작가로부터 출품권고를 받고 마지못해 글씨 한 폭을 한국문화예술대전에 출품했다가 뜻밖에 특선에 입상되는 바람에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일본에서 개최한 동양서예전, 또 홍콩에서 개최한 서예대전에 초청 출품한 것들이 좋은 평가를 받게 되자 2007년 5월에 한국문화예술연구회로부터 서예작가 증서를 받게 외었으며 동년 6월에는 개인전까지 갖게 되어 이제 공개적으로 서예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편집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끝으로 가족이 여러분이라고 들었는데 가족 자랑 좀 해주시지요.
이: 마누라 자랑하면 팔불출이고 자식 자랑하면 칠불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내가 평범한 인간이니까 우리 가족도 평범합니다. 내놓고 자랑할 만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부끄러울 것도 없는 평범하지만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내자는 초등학교 교장을 오랫동안 하다가 정년퇴임하였고 아들 넷에 딸 하나인 5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 셋은 직장에 다니면서 모두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하나 있는 딸은 성격이 악착스러운 면이 있어 노력 끝에 박사학위를 취득해서 대학 강단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막내아들은 자영에 종사하고 있는 중이며 큰아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모 대학의 초빙교수로 출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며느리들이 모두 또 교직에 있어요. 사위는 어떤 특수 분야의 수출 산업을 경영하고 있는데 내용이 특수해서 그런지 대학에 자주 출강한다고 합니다.
시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만 이 자리를 빌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내가 사회에 발을 내딛으면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의 신세를 졌고 그분들의 도움으로 살아왔습니다. 나의 여생은 그 은혜를 갚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명심보감에 위선자천보지이복(僞善者天報之以福-착한 일을 하는 자에게는 하늘이 복으로 갚아 준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이 그 복을 누리시기를 빌며 말을 끝내겠습니다.
정진호 회장(학회 고문, 제11 · 12대 부회장) 탐방
 지난 9월 14일 정오 무렵, 검소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의 회장실을 들어서자 정 회장님께서 반갑게 편집위원들을 맞으신다. 우리 나이로 80을 넘기신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이시다. 도톰한 얼굴과 아담한 체구의 이분이 농업진흥공사의 이사를 역임하시고, 은퇴하신 후에는 중견 전문 용역사인 신창엔지니어링회사를 창립하여 오늘의 성공을 일구어내신 농공의 원로 선배님이시다. 매년 학회의 신년하례회 때 한 번씩 뵙긴 하였으나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이시다.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탐방한 편집위원들이 드리는 질문에 옛날을 회상하시면서 당신의 이야기를 조근 조근 해 주셨다. 주인이나 손님이나 이야기에 취하다보니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넘긴 줄도 모르고 인터뷰를 계속하고 있었다.
1928년 4월 12일생이신 정 회장님께서 농공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946년 9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의 농공학과에 입학하시면서 부터였다.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 하에서 대학 진학을 이루어 내신 것 자체가 범상치 않은 인생행로의 출발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힘들여 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49년 9월, 오늘의 한국농촌공사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농지개발영단에 공채 1기로 입사 하셨다. 온 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현재 종로의 교보문고 자리에 위치했던 영단에 입사한 것은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도 큰 기쁨과 영광이라 할 수 있었다. 취직자리 자체가 절대 부족한 시기인데다 이 회사만큼 봉급 수준이 높고, 안정적인 회사가 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위상이 그 만큼 높고 중요함을 말해주는 대목이지만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해방 후 한국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농업을 부흥하여 식량을 생산하는 일이었고, 영단은 바로 그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곳이었으므로 정부의 재정으로 할 일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농공기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대적 배경을 안고 정 회장님은 사회에 진출하신 셈이다. 아무튼 정 회장님이야말로 농공 초창기부터 정통적 농공인 코스를 밟은 개척자 중의 한분이다.
농지개발영단에 입사하여 전문 농공인의 길을 내딛기 시작한 이후 정 회장님과 농공과의 인연은 두 시기로 나뉘어 이어진다. 1949년부터 1980년까지 31년간의 농업진흥공사 시절과 공사 은퇴 후 1984년부터 20여년이 넘는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신창엔지니어링 창립과 육성 시기이다. 어찌 생각하면 정 회장님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어른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 인생의 전반부에는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농업진흥공사에서 열심히 일하여, 마침내 회사 직원들의 선망의 대상이요 회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이사의 직위에까지 이르셨고, 은퇴 후인 인생의 후반부에는 자신의 소신과 열정으로 회사를 창립하여 이를 훌륭하게 육성하심으로서 오늘에 이르러 성공한 CEO로서의 노후를 유유자적하게 누리고 계시니 말이다. 이 같은 모습은 정 회장님 개인적 행복임은 물론, 우리 농공인들 에게도 자신들의 미래상에 대한 훌륭한 사례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 회장님께서 봉직하신 농업진흥공사 31년간의 생활은 한마디로 영욕이 교차하는 노력, 영광, 그리고 좌절의 세월이었다. 영단에 입사하여 업무를 채 익히기도 전에 민족의 비극인 6.25 전란이 발생하였다. 피난길에 올라 고난의 세월을 보내셨으나. 하늘이 도우셨는지 무사히 큰 화를 면하셨다. 서울이 수복되자 즉시 회사에 복귀하여 본연의 업무에 임하게 되셨으나 나라가 폐허화된 마당에 회사 형편이 좋을 수 없었다. 정부의 재원이 바닥나 농업수리시설에 대한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할 상항이었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일이 식량의 조달이었고, 이를 위해 정부는 재원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에 마련된 방안이 농지개혁사업 특별회계법이었는데, 토지개혁으로 발행되었던 지가증권을 재원으로 하여 식량 생산을 위한 저수지의 설계, 건설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우리 고유의 수리시설계획설계기준 같은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던 시절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일제 때 사용하던 것들을 찾아내서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 정 회장께서는 초급 농업토목기술자로서 경기도 일원의 4대 저수지인 이동저수지, 기흥저수지, 금광자수지, 고삼저수지 등에 대한 측량과 기본조사에 젊은 열정을 바쳤다. 1961년 수립된 군사정권은 기존 수리조합의 통합과 함께 체제정비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고 1962년에는 공사의 명칭이 토지개량조합연합회로 바뀌었다. 1966년 에는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의 수립과 함께 농지개량사업도 관개위주에서 개간에 의한 농토 확장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 당시는 한번 출장을 나가면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심산유곡과 들판을 누비며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했다. 오늘의 농공이 우리의 초창기 선배님들이 겪었던 열정과 농공사랑을 본받아야 할 실증적 사례가 바로 이런 것 들이다.
이무렵 공사에서는 새로운 사장을 맞아 지금까지와 다른 체재 하에서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신임 사장은 우선 공사의 전체 부서를 24개의 부로 확대 개편하여 우리나라 농업기반 건설에 획기적 업적을 남기는 듯 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에 너무 못 미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겠으나 의욕이 넘쳐 너무 많은 부서의 확장으로 상호간의 유기적 협조와 이를 통해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부서의 장들을 외부의 비전문가출신들로 채워 기술적인 면은 물론, 회사 내 사기 진작의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으로 작용했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이 같은 체제는 오래가지 못하고 24개로 확대시켜 놓았던 부서들을 5개의 부서로 통합 축소시키는 대 개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많았다. 우선 부서장의 수가 오분의 일로 축소되는 바람에 퇴사를 하거나 과장으로 강등되어 임명되는 예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법이라던가? 지방의 사업소에 나가계시던 정 회장님께서는 사장의 부름을 받아 본부로 올라왔고 그 자리에서 개편된 5개부서 중의 하나인 사업부장직에 임명되기에 이르렀다. 이때가 1967년 12월이었다. 인생은 예측 불가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는 법이다. 그저 우연히 그 어려운 시기에 부장으로 발탁된 것은 아니었다. 평상시 정 회장님을 눈여겨보았던 사장은 회의 때마다 개진하는 소신 있는 발언, 사내에 떠도는 좋은 평판 등을 감안한 것이 아니었나하고 추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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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런던교 위에서(1988. 10. 26) |
1968년에는 동진강 개발사업소장으로 발령을 받아 정 회장님의 행보는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바빠지셨다. 1970년 농촌근대화촉진법이 선포되면서 농업진흥공사가 출범되었고, 전 회장님께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1960년대 말부터 준비를 갖추어온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사업을 위한 차관사업 유치가 성사되어 금강, 평택지구의 착공을 보게 됨으로서 정 회장님의 열정과 의지가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1975년 1월에는 평택대단위개발사업소장으로 발탁되어 우리나라 농공사업에 커다란 전기를 제공한 대단위 개발사업의 주역이 되기에 이르렀다. 1970년대 후반부에는 서해안 간척사업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는데 계화도를 비롯한 서해안 간척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하였고, 이는 훗날 세계적 대역사인 새만금간척사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같이 농공 역사상 큰 획을 긋는 핵심 사업의 책임자가 되신 것은 정 회장님의 남다른 노력과 열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님의 노력과 의지를 잘 보여주는 영어 관련 일화가 있다. 외자유치 사업이었기 때문에 외국인 기술고문들과 협의할 일이 매우 많았다. 전문 통역자가 있어 의사소통에 큰 문제는 없었으나 정 회장님은 통역자를 거쳐 간접적으로 의사를 교환한다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당신께서는 평상시 아끼던 후배 과장에게 영어회화 연습용 테이프를 가져오게 해서 틈나는 대로 연습을 하셨다. 자신감을 얻게 된 정 회장님은 어느 날 직접 외국인 기술고문들은 앉혀놓고 영어로 브리핑을 하게 되었다.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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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산을 배경으로 부인과 다정하게 |
상상에 맡긴다. 다만 브리핑 후 수하 과장에게 던진 정 회장님의 말이 대답을 대신 할 것이다. “이 사람들 내 영어를 못 알아 듯 나 봐… 허허허” 이후 영어 공부에 더욱 매진하여 평택 미군기지의 장교 부인들을 회화선생님으로 모셔서 영어회화 실력 향상에 노력을 쏟았고, 이때의 노력 덕분에 훗날 외국 차관도입사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되셨다고 한다. 영산강 대단위 농업개발사업소장을 거치기까지 정 회장님의 열정과 의지는 식을 줄 몰랐고, 농업진흥공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영향력 또한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1977년이 되자 드디어 정 회장님은 회사의 꽃이요, 공사 직원들의 선망의 대상이라 할 농업진흥공사 이사직에 오르게 되었다. 청운의 뜻을 품고 공사에 입사하신지 28년만이요 약관 49세 때의 일이었다. 그 숱한 세월을 산과 들을 누볐고, 외국의 돈을 빌려 큰 사업을 벌이는 중책을 맡아 밤낮을 구분 않고 노심초사하신 결과였다. 열정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몸이 아닌 경륜과 비전으로 한국 농업토목의 큰 기둥을 지켜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그간 당신이 보여 주었던 외유내강의 힘, 남다른 노력과 열정 그리고 결정적 시기에 빛을 발하는 담력이 이 같은 결과를 낳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편집위원들이 오랜 시간의 인터뷰 끝에 느낀 결론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라던가,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이제야 말로 그간 닦아 온 경륜을 본격적으로 펼칠 즈음, 공사에 새로운 사장님이 부임함으로써 정회장님의 일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급반전하게 되었다. 1980년 신임사장이 부임하자마자 단행된 파격적 인사는 다른 한분의 이사와 함께 정 회장님의 사퇴를 강요하는 상항으로 전개 되었고, 신임 사장의 뜻대로 결말이 났다. 이로서 농공의 핵심이라 할 농업진흥공사와의 31년 인연이 끝나고 말았다. 영광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것은 인생의 철칙. 정 회장님은 미련 없이 물러나셨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정 회장님으로 하여금 농공과의 끈을 완전히 절단해 버리지는 않았다. 1984년 까지 준비 기간을 거친 후 정 회장님은 자신의 제2인생이라 할 신창엔지니어링 회사를 설립하여 혼신의 힘으로 육성, 발전시키셨다. 그리고 농업진흥공사에서 이루지 못한 큰 꿈을 신창을 통해 구현해 내셨다. 신창 시절의 이야기는 농업진흥공사 시절 못지않게 많지만, 농공과 인연을 맺었던 주 무대가 농업진흥공사인 만큼,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신다 하였다. 정 회장님께서는 본업인 농공사업 말고도 우리 학회를 위하여 크게 헌신하셨다. 1963년 학회 간사직을 필두로 학회 전임이사, 부회장 등을 역임하시면서 초창기 학회 발전을 위해 앞장 스셨다. 당신 모교를 위하여 동창회 회장, 장학재단이사, 농대총동창회 이사 등 후배들을 위한 봉사에도 남다른 정성을 보이셨다. 1983년부터 13년 동안은 대한민국학술원 감사로서 우리나라의 학술진흥사업에도 기여 하셨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정 회장님의 호의로 내주신 당신의 전용 승용차를 타고 학회로 귀환 하였다. 이분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메시지는 무엇일까? 노력, 인내, 성실 등 복합적이겠지만, 그분에게는 온유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회장실 벽에 걸린 액자가 생각난다. 유려한 서체로 당신이 직접 쓰신 서예작품이다. 자신을 내 보이신 것 일가, 문구 하나하나가 시원스럽고 힘이 있어 보인다. 이제 얼마 되지 않으면 미수의 반열에 이르실 정 회장님께서 더욱 뜻 깊고 보람 있는 제3의 인생무대를 펼쳐 주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리고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농공에 대하여 더 큰 족적을 남기시기를 기원해 본다.
유근학 회장(제19대 학회장, 전 농지개량조합연합회장) 탐방
미리 약속했던 방으로 들어서니 유 회장께서 밝은 미소로 편찬위원들을 맞았다. 포근하고 스마트한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았다. 두 시간여 동안 지난 일을 회고 하면서 때로는 차분하게, 그리고 어떤 때는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 회장님은 충청도 보령에서 7남1녀의 아들 많은 집 둘째로 태어났다. 1955년 대천 농고를 졸업할 때 까지 주로 기차통학을 하였다. 대학 진학을 위하여 입시 상담을 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농공학과를 강력히 권고 하였다. 농공학과를 졸업하면 농촌 건설 분야에 종사하여 넓은 대지를 다루게 되기 때문에 남자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 한 전공이라는 것이었다. 이일이 있은 후부터 유 회장님은 농공학에 대하여 내심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8남매를 교육시켜야 하는 집안 형편 때문에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키로 하였다.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사소한 착각으로 2차 시험에 응시를 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아쉽고 억울한 마음에 사관학교 당국에 읍소 해보았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군인의 길을 걷자던 당초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유 회장님은 진로를 바꿔 대학진학을 하기로 하고 수원에 있는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에 응시하여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대부분의 농공학과 지망생들이 농공학과의 성격을 잘 모른 채 응시했던 시절이었으나 유 회장님은 달랐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농공학과에 대한 설명을 들어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농공학과에 입학한 후 대학생활은 큰 굴곡 없이 평탄하였다. 평상시의 성격대로 성실하게 학업에 몰두하였다. 가정형편을 생각해 4년 내내 자취를 하면서 5년 6개월여의 대학생활을 마치고 마침내 1960년 9월 졸업을 하였다. 사회에 발을 내딛은 후 유 회장님의 농공분야 경력은 농림부시절과 농지개량조합연합회시절 등의 공공봉사, 한국농공학회를 위한 학회봉사, 그리고 ICID로 대표되는 국제 활동 등으로 40여 년 동안 이어졌다.
첫 직장인 농림부에는 1961년 3월에 임용되었다. 당시는 공무원 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공무원이 인기 있는 직종이어서인지 경쟁이 치열하였기 때문이었다. 유 회장님이 농림부 공무원으로 임용되기까지에는 사연이 있었다. 장면 정권시절인 1961년 3월 정부에서는 국토 건설요원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에서 2000여명을 모집하였다. 그들은 국토 건설 현장에 투입되어 감독업무를 수행토록 하였다. 유 회장님은 선발시험에 합격하였고,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5 · 16이 일어났다. 희망에 부풀어있던 참이었는데 5 · 16사태가 발생하자 유 회장님을 비롯한 요원들은 자신들의 장래에 불안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는 요원들의 신분 보장을 선언하였고, 5월 31일에는 농림부의 기원으로 발령이 났다. 전화위복이라던가, 정부는 얼마 후 요원들에게 선발 시험을 치르게 하더니 유 회장님을 포함한 7명을 농림부의 기사보로 발령을 내주었다.
농림부 임용 초기인 1960년도 전반부는 식량의 자급자족이 농정의 최우선 목표였다. 당연히 수리시설의 건설과 정비를 통한 농업생산기반조성이 농림부의 주요 업무가 되었고, 유 회장님도 초급 공무원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당시는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140여 kg을 넘던 시절이었는데, 쌀의 자급을 달성한 오늘의 쌀 소비량이 1인당 70여 kg에도 못 미쳐 쌀이 남아돈다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농림부 역점 사업은 외자유치였다. 당시 IBRD, ADB 및 OECF 등 외국차관 도입의 실무를 당당하던 유 회장님은 우리 측의 실무 카운터파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파견된 일본인 기술자들의 영어 수준이 미흡하여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자 유 회장님은 곧바로 일본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당시의 유 회장님 일본어 수준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화가 가능한 정도였으나, 일본 기술자들의 영어 수준이 너무 미흡하여 일어로 대화하는 것이 더 나았다. 유 회장님은 그 후에도 일어를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국제회의에서도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까지 수준을 끌어 올렸다. 본인의 성실성과 노력하는 성품이 어울려 만들어 낸 결과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당시 정부 간의 협력 사업에서 유 회장님은 대 일본 창구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이때에 다졌던 어학실력과 국제 감각은 훗날 국제학회인 ICID 부회장, Cairo 총회의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1978년부터 1990년까지 12년여 동안은 특정지역개발과, 경지개선과, 개량과 등의 과장을 두루 역임하면서 중견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 과장직을 마칠 즈음 잊을 수 없는 일이 하나 있었다. 당시 농림부에서는 기술자 출신들 승진에 많은 제한이 따랐다. 농지개발국의 국장직을 예외 없이 행정직들이 차지하는 관습이 되풀이되고 있었던 것이다. 유 회장님은 이 같은 불합리성은 타파되어야한다고 생각하여 직접 장관께 시정을 건의하였다. 그 결과 기술심의관 제도가 도입되어 1990년에는 유 회장님이 심의관으로 승진하기에 이르렀다. 2년간의 심의관 시절을 보 낸 후인 1992년 마침내 농공기술행정의 꽃이라 할 농지개발국장으로 승진하였다. 국토건설요원으로 농림부에 발을 들여 놓은 지 31년만의 일이었다. 농지개발국장에 취임한지 1년여 후, 승진이 정체상태에 놓여 있던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한 유 회장님은 과감하게 국장직을 사직하였다. 그리고 농지개량조합연합회 회장직에 도전하게 되었다.
당시의 농지개량조합연합회는 회장을 투표에 의해 선출하였다. 쟁쟁한 입후보자들이 치열한 득표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회장 당선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과반수의 조합장들에게 지지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데, 1차 투표에서 52표를 획득한 유 후보는 아깝게도 과반수에서 2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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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ICID 카이로 총회시 의장석에서(1996. 9. 15) |
부족하여 2차 투표로 갔고, 거기에서 90%의 압도적 다수표를 획득하여 회장에 당선 되었다. 평상시 쌓아온 성실한 업무수행 능력과 인의와 덕성으로 하부 기관을 대해 온 유 회장님의 인품이 조합장들에게 인정을 받은 셈이었다.
6년간의 연합회장 재임기간은 유 회장님에게 영광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케 한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시절이었다. 농공학과 출신이 처음으로 농지개량조합연합회장이 되었다는 점 말고도, 기술행정직 출신이 회장에 당선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유 회장님의 가슴에 남아있는 응어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당시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부 기구개편의 일환으로 농업진흥공사,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지개량조합을 한국농촌공사라는 하나의 기구로 통합한 사건이었다.
유 회장께서 아쉬웠던 점은 당시 농업진흥공사와 농지개량조합연합회 업무의 일부가 중복되어 두 기관의 통합에 대해서는 부분적인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해도, 농지개량조합을 해체 해버린 것은 여러 측면에서 시대 역행적이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 추세인 농민 참여 형 농업용수관리의 근본 바탕을 이 때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말고도 농공의 입장에서 볼 때, 이때의 대통합은 농공의 발전에 너무나 큰 타격을 입혔다. 농공전체의 예산이 줄었고, 수많은 현직 농공기술자들이 직장을 떠나야 했으며, 농공의 활력을 거의 없애버리다시피 하였다. 거대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상부의 방침에 의해 유 회장님과 농공부문 종사자들의 의사는 묵살되었다. 유 회장님의 인생행로에서 이때처럼 마음고생을 많이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당신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당시의 일을 두고,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느낌이었다고 회고 하였다. 아무튼 2000년 한국농촌공사의 발족과 함께 아쉬움 많았던 농지개량조합연합회장의 직도 끝이 났다. 동시에 공공기관에서의 봉사도 마감을 하게 되었다.
농지개량조합연합회 회장 역임 기간 중인 1993년에는 한국농공학회의 회장에 선출 되었다. 그 때 까지는 주로 학자 출신들이 회장직을 수행하던 터였는데도 비 교수 출신인 유 회장님이 학회장으로 당선 된 것이다. 그것은 학회발전을 위해서는 교수 출신 회장들이 하기 어려운 영역의 일들, 예컨대 안정적 재정의 확보, 학회의 영향력 확대, 학회의 세 확장 등에서는 비교수출신 회장들이 보다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 유 회장께서는 학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학회의 사무원 파견(회장 퇴임 후에도 10여년 지속되었다), 국제학술회의 유치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학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의 부회장으로도 당선됨으로써 경사가 겹쳤다. 이러한 일은 유 회장님의 진면목이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였다. 우선 영어실력이 뛰어났다. 국제무대에서 어학실력이 가장 핵심적 성공요소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유 회장님의 유창한 영어는 젊은 공무원시절 호주 유학 시 집중적으로 실전 영어를 연마한 덕이었다. 당시 유 회장님은 학과공부 이외에도 대학의 어학코스에서 영어회화를 연습하였고, 휴일이 되면 공원으로 나가 휴식을 취하는 노인들에게 말동무를 해줌으로서 자연스럽게 영어 과외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유 회장님의 국제 감각과 친화력은 또 다른 진면목이었다. 외자유치사업을 할 때 익혔던 국제 매너와 유 회장님 특유의 친화력은 세계유수의 대규모 국제협의체인 ICID의 부회장직에 선출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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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를 배경으로
부인과 다정하게(1996. 9) |
이때의 일이 우리에게 시사 하는바는 국제협력의 중요성이다. 당시 동남아를 비롯한 제3세계와 여러 선진국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본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만의 힘으로 유희장님이 국제학회의 부회장에 당선되기는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도와 줌으로써 차후 필요한 협력을 얻고자하는 일본의 장기적 포석과 당장 도움이 필요한 한국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유 회장님은 그들의 도움을 흔쾌히 받아 들였던 것이다. 이 같은 협력의 선례가 결실을 맺어 최근에는 한국이 두 차례, 일본이 한 차례 더 ICID 부회장을 탄생시켰다. 과거사를 초월하여 한일 양국 간의 협력을 일구어 낸 이 일은 국제 관계에서 국익 우선의 원칙이 적용된 전형적 실 예라고 할 수 있었다. 차 후 한국 농공학의 국제화 과정에서 좋은 참고가 되리라고 생각된다. 유 회장님의 국제 활동은 1996년 ICID Cairo 총회에서 총회의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서 한국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도 하였다.
공공기관이나 사회봉사 활동 이외에 유 회장님 개인의 특별한 취미활동은 운동과 어학공부였다. 요즈음도 영어신문 읽기와 영어방송 듣기는 틈틈이 계속 한다고 한다. 인생관을 묻는 질문에는 특별한 거 없다고 하시면서 다만, 평생을 성실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예의 그 유창한 영어로 “Honesty is the best policy”라고 일갈하였다.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라 부탁하자 오늘날 삶의 질 향상은 우리 모두의 꿈이며, 이를 위해서는 농촌개발이 필수적이라 하였다. 즉, 농촌과 도시의 구분 없이 전국토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쾌적한 삶의 터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국민의 행복을 위하여 필요한 일이며, 그 역할은 우리 농공인에게 주어진 책무이므로 다함께 노력하자고 강조 하였다.
이야기가 길어져 오후 세시를 넘기는 시간, 국제 신사의 면모가 여전한 유 회장님의 잔잔한 미소를 뒤로 한 채 학회로 귀환하였다. 계속 건강하시고 학회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말 아 주실 것을 기원해 본다.
이순혁 교수(학회 고문, 제22대 학회장) 탐방
한국농공학회 제11대 학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학회고문으로 계신 이순혁 교수님은 1965년 서울대학교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년 3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농공학과에 입학하면서 한국농공학회의 정회원이 되셨다. 1964년 말에 총무처에서 시행한 국가공무원 농촌진흥청 연구직에 합격하여 농촌진흥청 농공연구소 농업토목과 연구사로 농어촌용수개발분야의 연구업무를 담당하였고 동 연구소에서 1968년 초까지 3년간 근무하는 동안 중소하천의 복류수 개발에 관한 연구를 위시하여 12편의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1967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농공학과를 졸업하면서 1968년 5월에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전임강사로 부임하여 2005년 2월에 정년퇴임하고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로 추대를 받아 현재까지 충북대학교 농업생명환경대학 지역건설공학과의 후학을 위한 교육에 온 정열을 쏟음으로서 농촌진흥청의 연구직 3년과 충북대학교의 38년을 합한 41년간을 연구와 후학교육에 몸 바쳐 오신 우리 농공학계의 산 증인이자 석학이시다.
이 교수님은 1968년에 충북대학교에 부임한지 1년에 만에 캐나다 맥길대학교로부터 초청을 받아 농업수자원개발 분야의 연구를 성공리에 수행하고 귀국하셨으며 이에 관련된 연구결과를 한국농공학회지에 발표하였으며 1968년에는 일본 경도대학의 세계적인 수문학분야의 석학인 가도야 교수의 초청으로 1년간 한국과 일본 주요수계별 홍수량 및 갈수량 추정을 위한 단일 저류탱크모형개발에 관한 공동연구를 성공리에 수행하였고 이를 1991년 한국농공학회지에 발표함으로서 우리나라 주요하천의 장단기 유출추정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이어서 1980년, 미국 네브래스카 주립대학교의 초빙연구교수로, 1982년 영국 국립농공대학과 캠브리지 대학교 토목공학과의 방문교수로, 1984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객원교수, 1994년 일본 오카야마 대학교 초빙연구교수, 1996년 호주 멜버른대학교 초빙연구교수, 2001년 일본 북구주 공립대학교 초빙교수, 2002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학교 초빙교수, 2003년 호주의 퀸즐랜드 대학교와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방문교수와 2004년 이 교수님의 정년 1년 전에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와 갤프 대학교로의 방문교수 등 많은 외국 대학으로부터의 초빙연구교수와 객원 및 방문교수로의 다년간에 걸친 화려한 해외연구경력을 갖고 계시다.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캐나다, 영국, 호주, 일본, 중국, 태국 등에서 개최된 국제심포지엄에서 학술논문을 발표함으로서 전 세계의 관련학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게 됨으로서 농업용수원개발을 위한 수문, 수자원분야의 한국의 독보적인 석학임을 전 세계에서 인정받게 되었다.
한국농공학회에서는 학회이사와 수공위원회 위원장, 편찬위원회 위원장, 감사, 교육기술 교류위원회 위원장, 학회부회장 및 학회 회장을 두루 역임하였고 특히, 1995년 학술교류위원장 시에는 일본 농업토목학회 와의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1년여의 노력 끝에 드디어 1997년 1월 29일에 일본에서 양 학회간의 학술교류협정을 정식으로 조인하게 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1999년 3월 1일자로 제 22대 한국농공학회장으로 당선되어 농공개혁에 관한 심포지엄의 개최와 농공학 교육인증제에의 가입과 APEC Engineer Project의 대응에 관한 활성화를 위해 한국농공학회와 일본 농업토목학회 및 대만 농공학회와의 대표회의를 일본과 한국 및 대만에서 개최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특히 재임 중 야기된 우리 농공학 관련분야인 새만금 간척사업이 60%이상의 방조제 공사를 진척시킨 시점에서 수질 및 갯벌 보전을 이유로 환경단체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는 현실에 직면하여 당시 학회장이던 이 교수님은 전국의 농과대학 교수는 물론 관련학과 동참교수들의 서명을 받아 새만금사업의 환경친화적인 계속 추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청와대, 국회와 정부 및 신문사, 방송국, 시민단체 등에 발송하여 우리의 뜻을 전하는데 앞장 서주셨고, 이어서 새만금사업의 타당성에 관한 대토론회를 한국농공학회 주최로 개최하여 많은 이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기여하였으며 끝내는 오늘날 새만금 사업계속의 발판을 다지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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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공학회와 일본농업토목학회와의 학술교류협정
조인 후 양측 대표단과의 기념촬영(일본 동경, 1997. 1) |
이 교수님의 사회활동의 단면을 보면 건설교통부 중앙건설기술 심의위원회 위원,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이사, 한국방재협회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회 자문위원, 한국관개배수위원회 부회장, 충북도 정책자문위원, 충북도 하천관리위원, 충북도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 청주시 설계자문위원, 농업기반공사 사장추진위원회 위원, 한국직업관리공단 토목기술사 출제위원, 청원, 충주, 음성 및 단양군 설계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이 교수님은 2005년 2월 말에 충북대학교를 정년 하시면서 191편의 연구실적물을 발표하였고 학내 주요 보직으로서는 충북대학교 농공학과장, 농업과학연구소장, 충북대학교 기숙사 사감장, 충북대학교 농과대학 학장, 충북대학교 학장 협의회장 및 충북대학교 전문농업인 최고과정 과정장을 역임하였다. 기타, 국외적으로는 미국, 캐나다, 호주 및 일본농업토목학회의 회원 및 국제관개배수위원회 농업수리사위원회 위원으로 계속 연구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다.
이와 같이 이 교수님은 41년여에 걸친 농공부문의 왕성한 연구 활동과 경력에 대한 공로가 크게 인정되어 1986년 한국농공학회 학술상, 1992년 과총 과학기술우수논문상,1996년 충북대학교 학술연구상, 1998년 농어촌진흥공사 농어촌진흥대상, 2000년 충청북도 학술부문대상을 수상하였으며 2005년 2월 정년 시에는 교육경력 40년 이상에 수여하는 대통령의 황조근정훈장과 함께 충북대학교 명예교수로 추대를 받아 2006년 2학기 현재 충북대학교 대학원생들을 위한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이 교수님의 가족사항으로는 청주교육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신 박 인숙 여사와 1969년 결혼 하여 슬하에 3남을 두셨다. 이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장남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3남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한 3부자가 서울대학교 동문가족이기도 하다. 장남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 후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치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한림대학교 교수, 분당 서울대학교 병원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미국 하버드대학교에 유학하고 귀국한 후 현재 분당에서 교정치과전문병원의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차남은 기술계통에 재능이 있어 건설 분야의 여러 자격증 소유자로 현재 기흥산업건설의 기술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또한, 삼남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에서 화공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후 이에 관련된 LG그룹(화학) 서울본부를 거쳐 현재는 교보증권 화학부문의 선임연구원으로 스카우트 되어 근무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복한 가정과 함께 40여년에 걸친 국내외 학술연구를 수행함으로써 20편에 달하는 저서와 많은 연구업적을 쌓아오셨고 정년 하신 후에도 충북대학교 대학원에서 후학을 지도하는 열의를 보이고 계시며 관련분야의 학술적, 기술적자문 등으로 수고하고 계시는 이 교수님은 우리 농공인 모두가 본받아야 할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최예환 교수(학회 고문, 제21대 학회장) 탐방
최예환 교수님은 일찍이 서울대학교 농공학과를 졸업하고 1965년 7월에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무급조교로 시작을 하면서 한국농공학회와 인연을 맺기 시작하였다. 1967년 4월 한국농공학회 회원으로 가입하고 1967년 2월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면서 한국농공학회지 제4호에 지하수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였고, 1966년 9월 건국대학교로 자리를 옮겨 있다가 1969년 3월 강사로 시작하여 그 해 9월에 현 강원대학교 전신인 춘천농과대학(국립)으로 자리를 옮겨 2006년 2월까지 교육계에서 41년간을 봉직해 온 전형적인 학자이다.
특히, 1980년부터 1981년까지 네덜란드 정부장학금으로 델프트 공대 수공 대학원 수문학과정을 이수하고 수문학분야의 강수-유출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초창기 수문학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한편, 1975년에 젊은 나이에 일찍이 한국농공학회 이사로 활약하면서 각종 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을 맡았고, 1995년 5월부터 1997년 5월까지 한국농공학회 편찬 위원장을 맡으면서 편찬사업의 쇄신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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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교회 장로장립식을 마치고
부인과 함께(2002. 11. 10) |
그리고 1997년 4월부터 1999년 3월까지 제 21대 한국농공학회장을 역임하면서 1997년 예산도 없는 창립 40주년 기념사업을 2일간에 걸쳐 국제 심포지엄(외국인 6인, 회원 1인)과 학술발표회를 건국대학교 상허기념도서관 국제회의실에서 성황리에 수행하였으며, 그동안 학회 사무국 직원의 인건비 등 운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넉넉한 재정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최교수님은 2006년 2월 정년하면서 182편의 연구실적물과 강원대학교 농공학과장, 농대학생과장, 강원대학교 학생처 부처장 및 학생처장과 강원대학교 교수평의원회 의장 겸 교수협의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타 학회에서도 활발한 연구활동으로 미국농공학회 회원, 대한토목학회 수공분과위원, 한국수자원학회 이사 및 부회장, 한국관개배수위원회 이사, 부회장 및 고문,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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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과 함께 강원대학교 정년퇴임 기념(2006. 2. 25) |
한국방재학회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강원도 지방설계심의위원, 강원도 하천관리위원회 위원, 강원도 재해평가위원, 중앙건설심의위원, 농진공, 농조연, 농조통합추진 위원회 위원 및 대산농촌문화재단 운영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농공분야의 활발한 연구에 그 공로가 인정되어 1997년 12월 농어촌진흥공사 사장 농어촌진흥대상(연구부문)을 수상하였고, 2006. 2에는 교육경력 40년 이상으로 국가로부터 국민훈장 황조근정훈장을 수여받았고, 강원대학교 명예교수로 추대되었다.
한편 신앙생활에도 남달리 부지런하여 1957년부터 현재까지 독실한 신앙인으로 현재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 가족사항은 1968년 용금주 여사(약사)와 결혼하여 1남 2녀를 두고 있으며, 장남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박사로 삼성서울병원 핵의학과 의사이면서 Staff 및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조교수로 겸직 근무하고 있으며 2007년 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규수와 결혼하였고, 장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미술학 석사학위 취득 후 관동대학교 산업예술대학에서 강사를 역임하였고, 큰사위는 미국에서 재활의학을 공부하고 캐나다 한의학 석사학위 취득 후 중국 하얼빈 중의대에서 한의학박사 취득 후 박사후과정을 수행한 후 캐나다에 가서 병원을 개업하고 있다. 차녀는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후 연세대학교 경영학석사 학위 취득 후 KTH 회사의 컨설팅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와 같이 최예환 교수님은 본인의 학술면이나 연구면은 물론 기타 보직 및 자문역에서도 활동적이고 외유내강하여 한국농공학회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많이 남기셨고, 아직도 연구의욕과 봉사정신이 뚜렷하여 사회와 종교계에 봉사도 끊임없이 지속하시는 분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 한국농공학회 고문이며, 자랑스러운 농공인의 한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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